나는 노래할지언정 이판사판이다

무로 사이세이 , 이정아 지음

왓북 2022년 07월 1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무로 사이세이는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가장 뛰어난 동양적 정신의 소유자다.”
-호리 다쓰오

“무로 사이세이는 완성된 사람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무로 사이세이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하나도 빠짐없이 백 퍼센트 예술에 사용하고 있다.”
-하기와라 사쿠타로

자신의 인생을 녹인 작품으로 시대의 공감을 자아내는 무로 사이세이의 두 번째 자전소설 모음집 『나는 노래할지언정 이판사판이다』이 출간되었다. 초기의 세 작품을 실은 『유년 시절』에 이어 출간된 이번 『나는 노래할지언정 이판사판이다』에는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어린 자식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그린 「훗날의 아이」 「동화」와 자립을 앞둔 딸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호수」, 그리고 노년의 처절한 투병기 「나는 노래할지언정 이판사판이다」가 실렸다. 전작과는 또 다른 기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이 무로 사이세이의 환상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목차

훗날의 아이
동화
호수
나는 노래할지언정 이판사판이다

작가 연보

책 속으로

- 「훗날의 아이」 중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구운 생선을 밀어주었으나 아이는 그보다 채소에 젓가락을 더 많이 가져갔다.
“엄마, 물고기는 어떻게 잡는 거예요?”
아이는 붉은 살 생선을 젓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물고기는 강에도 있고 바다에도 있는데, 바늘 끝에 미끼를 걸어서 물고기가 있을 법한 곳에 던져 넣고 가만히 기다린단다. 배고픈 물고기가 다가와 미끼를 먹으면 바늘에 걸리는 거지….”
“물고기는 아프겠네요.”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딘가 아픈 표정을 짓던 아이는 “이 물고기도 그렇게 잡았겠죠?”라고 물었다.
“아마 그럴 거야.”
아빠가 옆에서 대신 대답했다.
“물고기는 인간에게 먹힌다는 것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을 테니 그리 슬픈 일이 아니란다.”
“먹힌 다음에는 슬퍼하나요?”
아이는 맞은편에 앉은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아빠와 엄마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넌 어려운 걸 묻는구나. 그야 당연히 물고기도 슬프겠지. 하지만 죽은 뒤에 어떨지는 모르겠구나.”
“죽으면 모른다고요?”
아이는 말을 되뇌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런 아이를 보고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게 떠올랐는지 아빠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 그렇구나.’ 엄마의 얼굴도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아빠, 저는 왜 이러고 있을까요? 저도 물고기와 똑같지 않나요?”

작가정보

저자(글) 무로 사이세이

(室生犀星)(1889~1962)일본 교과서에 실린 근대 시인이자 소설가. 1889년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양자로 들어간 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도중에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지방 법원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했다. 그곳에서 시인의 꿈을 키우다 상경해 도쿄에서 만난 시인들과 여러 문학지에 시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무로 사이세이는 가정환경 때문인지 일찍이 인생의 고독을 깨닫고 애정에 굶주렸다. 친아버지가 일찍 죽고 친어머니는 행방불명이 된 어린 시절의 복잡한 환경은 그의 문학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시에 마음을 기대며 시인의 꿈을 키웠던 무로 사이세이는 자연스럽게 허무와 약한 것에 주목했으며 그에 자신을 투영했다. 그리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늘 갈망했기에 무로 사이세이의 작품에는 몇 안 되지만 가족과 함께 쌓은 추억이 담긴 고향의 강가와 정원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소경이정(小景異情)」으로 서정시의 진수를 보여준 무로 사이세이는 다이쇼 시대를 견인한 시인으로 평가받았고, 동시기에 발표한 자전소설 「유년 시절」 「성에 눈뜰 무렵」의 성공으로 소설가로서의 입지도 굳건히 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주로 소설을 중심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인생에 찬가를 보내는 무로 문학의 정신은 요미우리문학상(『안즛코』), 마이니치출판문화상(『내가 사랑하는 시인의 전기』), 노마문예상(『하루살이 일기 유고』) 등의 문학상 수상을 통해 널리 인정받았다. 훗날 무로사이세이시인상을 창설하고 스스로 시비(詩碑)를 세우는 등 마지막까지 시가 가진 힘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쓴 무로 사이세이는 1962년 간암으로 생을 마감했다.대표 작품으로는 『사랑의 시집』 『서정 소곡집』 『유년 시절』 『오빠와 여동생』 『안즛코』 『꿀의 슬픔』 등이 있다.

저자(글) 이정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낙은 이야기의 발견이다. 이해하기 쉽고 정확하고 간결한 번역을 추구한다. 바른번역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일본 외서 기획 및 검토를 하고 있다.

감수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번역가가 되었다.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기를 꿈꾸며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번역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