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외전증보개정판)

요조 지음

오후 2022년 07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명인마루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세컨드의 딸과
C&C 프랜차이즈의 공공연한 비밀인 세컨드의 아들.
질시와 비난의 절벽에 선 두 사람의 정략결혼.

피차 이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고 나왔는데
모르는 척, 아닌 척 연기를 하는 건 서로에게 무의미했다.

“복잡하게 가지 말고 간단하게 끝냅시다.”
“끝내는 게 아니라 시작이겠죠.”

서진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답하자
그런 그녀를 건조하게 바라보던 윤혁이 차분히 팔짱을 꼈다.

‘상관없어. 어차피 지금보다 불행할 순 없으니.’

결심을 마친 서진이 짧은 침묵을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결혼, 싫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목차

프롤로그
1~11
에필로그
외전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복잡하게 가지 말고 간단하게 끝냅시다.”
윤혁의 말에 서진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긴 속눈썹을 들어올렸다.
“끝내는 게 아니라 시작이겠죠. 저도 시끄러운 건 질색이에요.”
조곤조곤 제 생각을 말하는 서진을 윤혁이 팔짱을 낀 채로 쳐다봤다.
“이 자리까지 나온 이상 결혼은 기정사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에서 윤혁이 고개를 까딱했다.
“이 결혼, 싫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긍정적이군요.”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거죠.”
반항을 할 시기는 진즉에 지나갔고, 그렇다고 신세한탄이나 하면서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추하게 버티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서진은 현실에 순응하며 비겁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만 뜸들이고 원하는 걸 말해요.”
이만큼 돌려 말했으면 됐다. 윤혁은 꾸물거리는 하늘이 비를 쏟아붓기 전에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자유. 책임과 의무를 다할 테니까 내가 원할 때 자유를 줘요. 그거면 돼요, 난.”
“원할 때 자유를 달라……. 언젠가 이혼을 요구하겠다는 뜻인가?”
“아니요. 이혼 같은 건 안 해요.”
결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이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허황된 꿈은 애초부터 꾸지 않았다.
“다만 내가 자유를 필요로 할 때 동의를 해 주면 돼요. 그게 여행이 될지 유학이 될지, 그건 아직 나도 몰라요.”
“작정을 하고 나온 것 같군.”
윤혁이 팔짱을 풀고 대신 다리를 꼬았다. 그의 긴 다리가 툭, 테이블을 쳤다.
“그럼 서윤혁 씨도 원하는 거 말해요.”
시원하니 눈치도 빠른 여자다. 최소한 어수룩하고 답답하게 굴어 속을 뒤집을 일은 없을 것 같아 안심이다.
기회만 생기면 손톱을 세우고 할퀴려 달려드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집안에서, 눈앞의 여자가 얼마나 잘 견딜지는 관심 없었다.
“조용히 사는 거.”
갑작스러운 반말에 서진이 눈썹을 찌푸렸다.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지 않고, 사람들 손가락질받지 않게 조용히 살면 돼.”

작가정보

저자(글) 요조

요조(曜朝)혼자 하는 여행,혼자 즐기는 산책,혼자 보는 영화에 홀릭된외롭지 않은 아웃사이더.내일도, 모레도 늘 빛나는 아침이길 바라는행복한 글쟁이.[출간작]반하다퍼스트-First-라푼젤……ing그림자 아내낭만 연애놈바로, 낙원우아한 그들스페셜뻔뻔그녀,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