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안에 깊숙이. 외전
2022년 06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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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6949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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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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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불렀었지. 네 엄마란 작자가.”
낭떠러지 끝에 몰린 지완 앞에 놓인 달콤한 독주.
살아야 했다.
꿈꾸던 미래가 있어서, 그 꿈을 위해 지금껏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그래서 지완은 그를 잡아야 했다.
설령 신우가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아온 악마라 해도 기꺼이.
* * *
“마침 샤워도 했겠다.”
캔에서 묻어온 찬기 어린 손가락이 턱 끝에 닿았다.
“술도 한잔했겠다.”
열이 올라 붉어진 입술을 엄지로 살짝 쓸었다.
“빚 갚기에 이보다 적절한 상황은 없을 것 같은데 어때? 벗기는 재미가 없어 좀 아쉽긴 하지만.”
뜨거운 시선이 허술하게 열린 가운 앞섶을 향했다.
그제야 지완은 지금껏 자신이 달랑 샤워 가운 하나만 입은 채 그의 앞에 서 있었다는 걸 알았다.
화들짝 놀라 앞섶을 여미고 물러서는 그녀를 보고도 닦달하지 않는다. 다 잡은 먹이가 얼마나 맛있을지 가늠하듯,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의 전신을 샅샅이 훑어볼 뿐이었다.
뒷걸음질 치던 지완의 허벅지에 침대가 부딪쳤다. 물러설 곳 없는 공간임을 알면서도 최대한 그에게서 멀어지려 애썼지만 온몸을 거미줄처럼 감싼 시선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집어삼킬 듯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무척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오만하고 도발적인,
네가 도망쳐봐야 기껏 그 침대 위라는 자신만만한 눈빛.
“곱게만 자라온 사람은 현실 감각이 없지. 똑바로 봐. 내가 누군지.”
그의 몸은 단단하고 무거웠다. 마치 바위가 짓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지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채권자라는 거 알아.”
“아니지.”
차가운 손이 미끄러지듯 올라와 지완의 목을 움켜쥐었다.
“네 목줄기를 쥐고 있는 사람.”
“…….”
“네 빚을 탕감해 줄 수도, 기한을 유예시켜 줄 수도, 이자를 깎아 줄 수도 있는 유일한 사람.”
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완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징그러운 놈.”
“징그러운 채권자지.”
신우가 씩 웃었다.
그의 말은 옳았다.
돈을 갚지 못하면 졸업은커녕 철창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될 판국이니 지완의 운명은 그가 쥐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복수를 위해 일부러 아버지를 계략에 빠뜨렸다고 생각하자 속에서 쓴물이 올라왔다.
“아빠를 죽게 만든 사람이 당신인 걸 안 이상 내가 가만히 있을 거 같아? 경찰에 신고할 거야.”
“재미있네.”
“돈도 안 갚을 거야. 상속 포기하면 돼.”
“여전히 순진하고.”
미소를 머금은 신우의 얼굴은 마치 악마 같았다.
경찰에 신고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상속 포기라는 그럴싸한 제도는 깡패와의 계약에서 통하지 않았다.
지완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갚겠다 했던 거지만 신우의 악랄한 모습을 보니 오기라도 부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상속 포기하면 빚도 없어져. 알아?”
“민법 제1041조. 상속의 포기란 상속인이 상속의 효력을 소멸하게 할 목적으로 하는 의사 표시를 말하며, 상속의 포기를 하려면 가정법원에 상속 포기의 신고를 해야 한다.”
신우의 입술 끝에서 유려하게 흘러나온 말에 숨이 턱 막혔다. 그가 오만한 턱짓으로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그곳에 단출한 액자가 걸려 있었다. 변호사 자격증이었다.
“해 봐, 어디.”
“……변호사였어?”
“이런 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이라고 자부하지.”
더 이상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내 집에 얹혀살던 밥버러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날을 위해 그가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의 몸 아래 깔려 허덕이는 자신이 하찮게 느껴졌다.
한없이 무력해진 지완의 목을 천천히 놓으며 신우가 몸을 세웠다.
“구걸할 기회, 다시 줄까?”
작가정보
저자(글) 태소영
태소영출간작: <저승에서 왔단다>, <톱스타와의 수상한 동거 >, <삼신로맨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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