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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와 싹수

청예 지음
마카롱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2년 01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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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88MB)
ISBN 979115909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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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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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개발로 제대로 불붙은 세대갈등! 유스타운과 실버타운, 두 타운 중 단 한 타운만 재개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3포를 넘어 5포가 당연시된 2030세대와, 노인 빈곤율 1위 나라에서 물러설 수 없는 6070세대의 보상금 전쟁.
틀니라면 질색인 청년대표이자 프로 여론조작러, 혜연은 과연 틀니에게서 인생 역전의 기회를 지키고, 그토록 염원하던 유학을 떠날 수 있을까?
싹수가 노란 요즘 것들한테 집까지 뺏길 수는 없는 노련한 부동산 업자 영경은 보상금으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세대갈등과 재개발을 엮은 지금, 바로, 당장의 대한민국을 그리는 절실한 그들의 이야기.
1. 떡상이라고.
2. 합법 사기꾼
3. 틀니 안 불편하시냐고요.
4. 사돈 남 말하네.
5. 뭐 어쩌자는 건지.
6. 정신 똑바로 차리란 말이야.
7. 말 안 통하는 속물 XX.
8. 어린 게 싹수하고는.
9. 우리 때문에.
10. 포기가 아닙니다.
11. 틀니 낀 아저씨와 싹수 노란 청년
12. 고마워.

혜연은 원체 연장자를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 세대를 특히나 미워했다. 손윗사람을 바라볼 때 눈살부터 찌푸리고 냉대하게 됐다. 이유야 많았다.

첫째,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1시가 되자마자 회의를 소집하겠다는 고집이 그러했다. 둘째, 그들은 흥미롭지도 않았다. “별 중에 왕이 뭔지 아나? 스타킹!” 회식 때마다 읊어대는 유머란 하나같이 구닥다리뿐이었다. 사원급이야 혼신의 연기로 웃음을 짜냈지만 혜연은 팀장이었다. 작은 호의조차도 보여주지 않았다. 보여주기 싫었고,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셋째, 그들은 어리석었다. 회사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옛말과 달리, 나이는 지혜와 반비례했다. 사회를 들쑤시는 온갖 비리와 범죄, 파문의 주인은 대부분 기성세대였다. 사리사욕을 버리지 못해 언제나 실수를 해버리는 존재들이었다. 혜연은 기성세대가 세상을 망쳐놓았다고 믿었다. 부정부패 탐관오리하면 젊은 사람보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연상되지 않는가. 그녀 또한 아이가 아닌 어른이지만, 앞뒤 꽉 막힌 기성세대를 모두 ‘어른’으로 퉁쳤다. 즉 그녀가 말하는 ‘어른’이란 언제나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됐다.

넷째부터는 가타부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입만 아플 뿐이었다.

“자자 슬슬 들어가자고.”

12시 50분부터 덕배가 요란스럽게 움직였다. 1시에 회의를 시작하자더니 결국 12시 50분부터 일하잔 소리였다. 혜연은 후배들의 성향을 존중하지 않는 덕배가 싫다 못해 징그러웠다. 그렇다고 회의실을 안 들어갈 순 없었다. 회사에는,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게 아주 많았다.


**

부모가 생활비를 모아 건넸을 때 혜연은 여러 감정을 느꼈다. 그 액수를 만들기 위해 카운트했던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아 보였다. 오랜 시간 딸에게 말하지 않고 묵묵히 욕심을 버려왔던 부모가 애석했다. 결국 자신과 부모 모두가 힘들게 살았음이 증명돼버렸다.

그런데도 부모는 딸을 사랑했고 혜연은 꿈만 좇았다. 영경이 두 아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싶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감화될 일도 없었을 텐데. 마음을 너무나 알 것 같아서 괴로웠다. 결과를 망치려 하는 그를 차마 마음 놓고 미워하지 못했다.

둘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한 점에서 교차했다. 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게나 자식을 아끼세요? 이 모든 일을 다 그르쳐도 좋을 만큼?”

영경이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응.”
“가족이 우리를 다 망치네요.”
“…….”

혜연이 일어섰다. 영경이 준 빵과 우유가 그대로였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려다 마지막으로 영경을 바라보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청예

2021 교보문고 스토리크리에이터 선정
2021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소설 우수상 수상
2021 브런치x윌라 오디오 출판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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