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온 사랑

제누키사 지음

에버코인 2020년 12월 1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봄이라는 계절이 실감 나는 따스한 날씨가 되면,
나는 기분이 가라앉는다.

10년 동안 계속 그랬다.
삶을 할퀴어 버린 그날이 다가오면 더더욱.

상처를 극복하는 대신 그냥 살았을 뿐이다.
그리고 기왕 사는 것.
내가 좋아했던 친구의 몫까지, 잘 살고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찾아온 올해의 봄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한 달 전, 우리 로펌으로 이직한 권민현 변호사 때문이다.

“이제 좀 친해질 때도 된 거 같아서요.”

우아한 미소와 은빛 안경테가 아주 잘 어울리고,
배려심 가득한 매너와 친절이 몸에 배어 있고,
키가 커서 눈높이가 딱 적당하고, 인상이 정말 좋고…….

그러니까, 규정할 수 없는 어떤 것에 갑작스레 휘둘려진 심장이
그를 생각하자 대책 없이 쿵쿵 뛰었다.

이런 적은 난생처음이라 나는 괜히 계절 탓을 하고 만다.
봄이 당신을 데려왔기 때문이라고.

목차

10년 전
진원
안경테
오랜 순정
고백
더 큰 고백
정말 좋은 사람
일기
사랑
행복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엘리베이터가 왔다. 저녁 시간이라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둘만 탄 채로 올라가는데 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지.
그리고 내 고개는 왜 옆으로 돌아가는 건지…….
시선을 느꼈는지 권 변호사님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눈이 마주쳤는데 그 시선을 피하고 싶진 않았다. 시선을 피했다가는 더 어색해질까 봐 더럭 겁이 났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난 진실을 약간 섞은 말로 내 동공이 향한 방향에 대해 변명했다.
“린트부르크 힌지가…… 정말 신기해서요.”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로 신기했으니까. 그 나사 없는 힌지가.
“안경테 이걸로 결정하면서도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역시 비싼 값을 하긴 하네요.”
나를 내려다보는 채로 이렇게 말하고 다시 앞을 보며 멋쩍은 듯 입꼬리를 당기는 권 변호사님의 옆모습에 난 다시 호흡이 좀 곤란해졌다.
6센티 힐을 신은 내가 고개를 많이 쳐들지 않아도 옆모습이 편하게 보이는 걸 보니 권 변호사님은 키가 178에서 180 정도인 것 같았다.
내 키가 160이라 너무 키 큰 남자는 부담스럽고 이 정도가 딱 좋았다.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권 변호사님이 지그시 웃으며 나를 다시 쳐다봤고, 아까처럼 손은 내밀지 않았지만 먼저 나가라는 배려가 얼굴에 쓰여 있었다.
그를 읽은 나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열린 문 사이를 지나오며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로 미친 듯이 뛰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갑자기 진원이 생각났다.
미안해. 너한테도 이래 본 적은 없는데…….
문 앞에서 권 변호사님과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각자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심장이 계속 평소와 다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걸 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제누키사

제누키사스와힐리어로 zenu는 ‘너희들의’, kisa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소설이 아닌 글만 엄청나게 생산하던 인생을 살다 깨달았습니다.결국 종착지는 이곳이라는 걸.블로그: https://blog.naver.com/zenuzenu트위터: https://twitter.com/zenu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