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축복

구경회 지음

떼르와 2020년 10월 0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구경회의 첫 시집 <결핍의 축복>

가난한 마음에서 피어난 소박한 시들,
우리 삶속에 존재하는 모든 소박한 것을 노래한다.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잘 보이지 않는 것, 눈에 잘 띠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세상을 이루고 있다.
시인 구경회는 그런 작은 것들을 노래한다. 정의, 평등, 자유, 사랑을 노래하기 보다는 아궁이를, 옥수수를, 연밥의 울음을, 그리고 밥 한 공기를 노래한다. 그 작고 찰나적인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것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얘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 커다란 것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득 채우지만, 마음을 채우지는 못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한 끼의 식사이고, 들에 핀 작은 꽃 한 송이다.
시인은 백열전구에서 인생의 무게를 느끼고, 동전 소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우리 삶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들을 하나하나 찾아낸다.
구경회 시인의 시는 보물찾기와 같다. 우리를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보물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에 영양을 가득 채워주는 그런 보물이다. 우리가 인생길을 걸어가는데 큰 힘이 되는 그런 시들을 구경회 시인은 우리에게 한 끼 식사처럼 대접하고 있다.

목차

서시 : 결핍의 축복

1부 : 산책
그림자의 인기척
볼 우물
봄의 웃음
비눗방울 놀이
꽃들의 옷
해바라기
튤립
꽃봉오리도 스승
등나무
마스크와 진달래
모란의 꿈
꽃들은 어디서 오는가?
손뼉 치는 봄
떨림의 시
옹이
삶의 매무새
조팝나무와 이팝나무
질경이
제비집
장독대
우듬지 끝에서
복사뼈
손금
섬섬옥수
엄지 장갑
버선
눈웃음
찰나
창호지
눈시울
끈
저녁 종소리
허름한 하루

2부 : 식탁
어머니와 부뚜막
아궁이
참 숯
가마솥
달빛밥상
쑥떡 (절편)
시루떡
옥수수
감자
소금과 설탕
밥 한 공기
김
흰 강낭콩
두부 한 모
연밥의 울음
냉이
늙은 호박
간 고등어
짠 물
동동주
병아리 콩
꼬들꼬들한 잡채
깨소금
돌솥 밥
숭늉 이야기
키위
사과를 반으로 쪼개면
끓는 물소리

3부 : 삶의 무게
흔들의자
허공의 손님
언어의 산란
흙과 바람으로 돌아가는 날
어혈에게
몽당연필
손 글씨
벌레 우는 밤
백열 전구
몰입
바람의 그림자
먼지처럼
동전 소리
들숨과 날숨의 사이를
추억의 조각들
먼 훗날
채움과 비움
달빛 때문에
어부 바!
누구나 떠나가 듯
내게 향이 있다면
끌림
흙에서 흙으로

■ 소개하는 글 : 내가 구경회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 (작가 심민준)
■ 작가의 말 (구경회)

책 속으로

봄의 기운은
아침 햇살이 눈 뜨기 전
우듬지마다 함초롱이 웃음을
꽃처럼 데려온다
- <봄의 웃음> 부분 -

어쩌면 그대는
단 하루도
웃지 않는 날이 없으니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하고
- <해바라기> 부분 -

우리 모두는
꽃나무에 매달린
자지러지는 꽃봉오리
발을 구르며
다가오는 올 봄도
저 둥근달 시리게 사무치니
삼라만상이 우리의 스승
- <꽃봉오리도 스승> 부분 -

시냇물 소리가
온 몸으로 손뼉을 치며
흘러갑니다.
꿈을 가득 품은
하늘을 붙잡고
흘러갑니다.
- <손뼉 치는 봄> 부분 -

타버리고 타버린
검은 몸에서
그 무한한 힘은
어디서 오는가?
- <참 숯> 부분 -

우리 마음의 바다에
누구나 소금이 있듯
내 안에 소금으로
세상과 맞설 수 있다면
나는 바다가 되어
모든 것을 푸르게 껴안는다
- <소금과 설탕> 부분 -

출판사 서평

늦은 나이에 시를 알게 되고, 시를 쓰기 시작한 구경회 시인은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토대로 시를 발견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그에게 힘을 주었던 것들, 그를 위로했던 것들, 그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주었던 것들을 노래한다.
시인은 어떤 때는 식물채집자처럼, 어떤 때는 시골 밥상 요리사처럼, 어떤 때는 인생의 산책자처럼 우리 주위에 피어나고 있는 시들을 채집한다.

■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
우리 눈에는 큰 것이 먼저 보이고, 큰 소리가 먼저 들린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작은 것들에 눈을 돌렸을 때,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우리를 살게 해주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시인의 눈은 그런 존재에 향해 있고, 시인의 귀는 그런 소리들에게 열려있다. 우리의 생명과 삶을 이루고 있는 작은 것들. 그 속에 깃들여 있는 시들을 시인은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가감 없이, 과장 없이 담백하게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 모든 곳에 시가 있다
시인은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갈 생각이 없다. 그저 우리가 있는 곳에 함께 있으며, 눈을 돌려보라고 말한다. 그가 가리키는 곳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가 있다. 우리가 듣지 못했던 사연이 있다.
그 숨겨졌던 시들이 우리에게 존재감을 드러낼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애수를 느끼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과 위로가 바로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시인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시집을 펼치면 시인과 함께 시의 산책을 하게 된다. 우리 인생을 새롭게 보는 산책을 떠나게 된다.

■ 우리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을 노래한다
시인은 다 차려진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요리가 있다면 그 요리를 있게 한 재료들에 주목한다. 모든 재료들은 소박하고, 순수하기 때문이다. 그 재료들이 모여 우리에게 성찬으로 다가오듯이, 우리의 삶도 순수한 찰나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시인은 그런 찰나들을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한다.
시인은 산책을 하는 길가에서, 우리 식탁위에 오른 음식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상념 속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작은 조각들을 성실히 이 시집 속에 모아 놓았다.

그 작은 조각들은 모두 감상했다면, 필히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행복과 위로가 어느새 우리 마음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구경회

시인 구경회1957년에 태어난 시인은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회한으로 가득 찬 과거 속에서 남들에게 이렇다 내세울 이력들이 모두 무의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산속을 뚫고 지나온 것 같다고 느낀다. 욕망으로 쌓아올린 높은 정상에 섰던 적도 있고, 절망으로 가득 찬 깊은 계곡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았고, 모든 것을 잃을 것 같았다. 그를 길바닥으로 내쳤던 운명이 시인을 인생의 종착점으로 데리고 갔을 때, 그곳에는 시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를 구원했다. 그는 시를 썼고, 시인이 되었다. 그의 마음속에 유일하게 의미가 있고, 기억하고 싶은 과거의 추억은 젊었을 때 야학선생을 오랫동안 했던 것 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