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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넘어서 바통을 잡아!

강은정 지음
인사이트브리즈

2020년 06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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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0.78MB)
ISBN 979118614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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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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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으로 야채와 생선 장사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세 자매.
첫째 딸인 서른두 살의 대기업회계사 오능란과, 도서관에서 계약직사 서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 오능미, 대학입학에 5수 째 떨어진 스물다섯 살의 막내 오능수.
능수는 인간의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아서 정신과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능수가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게 된 이유는, 십년지기 친구로부터 기인한다. 항상 능수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해오던 십년지기 친구는 정작 능수가 죽음 앞에 처하자, 혼자 도망치곤 멀리서 무감각하게 연극을 보듯 지켜보기만 한다. 능수는 의대진학을 위해 고시원에서 이년 동안 이를 악물고 죽어라 공부하면서 김치와 흰쌀밥만 먹으며 오직 주황색 똥만을 그렇게 싸댔건만, 이번에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능수는 해야 할 일이, 갚아야 할 빚이, 7수를 준비해야 하는 내년까지 빡빡한 삶이 정해져 있어, 다가오는 팀장에게 자신도 다가가고 싶지만 마음을 집중할 수가 없다.
1. 난, 새끼 뱀을 거부해
2. 능자매의 벗과 용도별친구
3. 새로운 일터의 유리풍경
4. 증명 강박증
5. 그럴 때! 비로소 물꼬가 트인다.
6. 묵은 자아와의 단절
7. 나만의 바통

미소를 삼키며 능수의 뒷모습을 훔쳐보는데, 땀으로 젖은 능수의 옅은 회색티셔츠 밖으로 거뭇거뭇한 큰 점이 군데군데 보인다. 꼭 멍이든 것처럼 달걀크기의 얼룩점이었다. 누구한테 맞았는지, 아니면 경락마사지를 받아서 저렇게 멍이든 것인지 궁금했다. 팀장이 걱정과 궁금증으로 미관을 찌푸리고 있는 와중에 능수는 일하는 종종 어깨가 아파서 손으로 자기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팔을 돌리기도 하면서 어깨를 계속 주물렀다. 어깨를 주무르자 그 커다란 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대체 저 얼룩들은 뭘까… 하고 골몰하고 있는데, 눈사람 과장이 능수에게 다가갔다.

“어머, 능수씨. 어깨랑 등이 왜 그래?”
“네? 아~ 어깨요? 부항 떠서 그래요.”
“부항?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어깨가 뭉쳤구나. 젊은 사람이….”
“히… 그건 아니구요. 제가 원래 어깨가 잘 뭉쳐요. 이젠 거의 풀렸어요.”
“누가 보면 얻어맞은 줄 알겠어. 푸릇푸릇한게.” 능수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
“괜찮아요, 과장님. 감사합니다.” 능수가 얼른 과장의 친절한 손을 마다한다.

팀장은 둘의 대화를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붙이는 파스라도 사다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했다.

능수는 뭉친 어깨를 풀려고 목욕탕 사우나에도 가고, 족욕도 자주했지만, 장세월 동안 반복된 습성이라 그런지 그때뿐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방편으로 부모님께서 자주 애용하는 부항으로 부항을 뜨기 시작했다. 능란과 능미가 번갈아가면서 능수 등에 부항을 떠주었다. 아주 심하게 뭉쳤을 때는 가정용 침으로 콕콕 몇 군데를 찔러서 부항을 뜨기도 했다. 침으로 콕콕 찔러서 부항을 뜨면 부항 뜬 자리에 검붉은 피가 쏙- 빠져나와 한결 더 시원했다. 능란과 능미는 침을 사용하지 않고, 능수 자신이 팔을 어깨위로 최대한 젖혀서 콕콕 찔렀다. 그럴 때면, 언니 둘은 돌팔이 한의사도 아니고, 아무리 민간요법도 무시 못 한다지만 너무 하는 거 아니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능수는 항상 그에 대한 답변을 다 큰 처자가 어떻게 웃통을 훌러덩 벗고 엎드려서 모르는 한의사에게 등짝을 맡기냐며, 품위를 지켜야 하는 자신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팀장이 부탁한 일에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퇴근하기 오 분전이 되자 능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팀장을 찾기 시작했다. 주위를 아무리 다 살펴봐도 팀장이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신발을 세워서 발가락으로 사무실 바닥을 콩콩 찍고 있는데, 팀장이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팀장님, 저 퇴근시간이라서… 나머지는 내일 해도 되죠?”
“아,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네. 그럼 이만 제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능수는 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인사를 하고 뒤로 돌았다. 그런데 갑자기 능수 팔목 윗부분을 붙잡았다.
“어, 잠깐만요! 음….”
“네? 제가 틀리게 했나요?” 능수는 화들짝 놀라 대꾸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을 잃지 않게 고군분투하는 주인공과 세 자매의 삶이 때로는 미소를 때로는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결국 사랑과 꿈을 다 이루어가는 주인공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은정

강은정 숙명여대 인력개발정책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1인출판사 [탈피]를 7년 남짓 운영하면서 소설로 ‘크로키’, ‘경쾌함’, ‘소나무나라’, ‘앵프라맹스’, ‘아시피라시옹’, ‘너를 넘어서 바통을 잡아!’, ‘모르포제 ; 나의 나와 살아가기’와 시, 에세이를 쓴다. 현실에 살면서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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