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나라

강은정 지음

인사이트브리즈 2020년 06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죽고 싶어도 장례비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 자신의 장례비를 다른 이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소나무나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소나무나라 비행기를 타려면 자국에서 사망신고를 마쳐야 한다. 죽음을 바라는 마음과, 죽음에의 동경을 하는 사람들이 삶의 종착역이 될 소나무나라로 향했다. 사후처리를 부탁 할 사람도, 맡아 줄 사람도 없는 혼자인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생산적이고, 자립적으로 마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죽음의 유토피아, 소나무나라.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이상국가다. 이곳은 냉정하게 말하면 인간 처리장, 또는 인간 처리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소나무나라는 인간에 대한, 사람생명의 마지막을 배려하는 나라다.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장벽이 없는 나라다. 어떠한 서류나 절차도 필요 없는, 오직 그 자신이 어떠한 마음을 먹었는지, 진실로 죽음을 가슴의 중심부에 둔 상태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곳이다.

목차

1. 입국조건 입국하는 사람들
2. 완벽한 선택권 죽음숙려기간
3. 소나무나라, 그곳은 어떤 곳인가
4. 소나무나라의 전망대
5. 소나무나라 안의 나만의 나라 개인화원
6. 삶의 마지막에서의 완전한 나라 죽음의 유토피아
7. 회생의 소나무나라 리턴타임

책 속으로

1. 입국조건 ; 입국하는 사람들


죽고 싶어도 장례비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 자신의 장례비를 다른 이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소나무나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소나무나라 비행기를 타려면 자국에서 사망신고를 마쳐야 한다. 죽음을 바라는 마음과, 죽음에의 동경을 하는 사람들이, 삶의 종착역이 될 소나무나라로 향했다.

사후처리를 부탁 할 사람도, 맡아 줄 사람도 없는 혼자인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생산적이고, 자립적으로 마치고자 하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현재, 주변에 아무도 없는 철저하게 혼자인 사람들. 혹은 예전엔 사람들과 같이 지내왔지만, 어느새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된 사람들.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사람도 없고, 돈도 없고, 바닥인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아 바닥인 삶을 정갈하게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
살면서 모든 일의 뒷감당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에, 자급자족에 이골이 난 사람들.
자신의 죽음조차 스스로 해결하는 수 외엔 다른 방법이 없는 사람들.
공짜라는 건 한 톨도 얻을 수 없는 세상살이에서 최저생계비로 연명하다보니, 만성피로감과 회의감으로 노후준비는 건너뛰고 바로 사후준비를 원하는 사람들….

소나무나라에 입국가능한 시기는 매년 3~4월과 10~11월이다. 이때가 되면, 날마다 하루 24시간 내내 소나무나라의 공항은 입국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짐 가방의 무게는 10kg이 넘지 않아야 입국할 수 있다.

소나무나라의 항공기 몸통 외관에는 황금소나무가 그려져 있다. 그래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비한 나라로의 환상을 갖게 만든다.
제트기처럼 빠른 소나무나라 행 비행기는 어느 곳에서 타든지, 세 시간이면 소나무나라에 도착한다. 침통한 표정을 한 사람들이 속속 소나무나라에 도착했다.

입국자들 중에서 웃거나 수다를 떠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숙인 채 걷거나, 멀뚱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나무나라에 도착했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소나무나라의 철통같은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만 완전한 입국이 완료된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때, 한 사람의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밀하고 철저하게 스캔한다.

가장 먼저, 현재 그 사람의 정신적 고통지수를 체크한다. 그리고 그동안 고통으로 누적된 혈액 상태와 심적 고통지수를 체크한다.
그 다음은, 그 사람이 소나무나라에서 자신이 원하는 목적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는지도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확인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해야 한다.
"당신은 진심으로 소나무나라에, 완전히 입국할 의사가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당신이 결정한 죽음숙려기간은 어떻게 됩니까?"
"석 달입니다."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라고 대답하면, 드디어 소나무나라의 입국절차가 끝난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죽음숙려기간을 흔들림 없이 결정한 후에야 입국한다. 질문에 바로 대답을 못하고 어영부영했다가는 바로 입국불허가 되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은정

강은정 숙명여대 인력개발정책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1인출판사 [탈피]를 7년 남짓 운영하면서 소설로 ‘크로키’, ‘경쾌함’, ‘소나무나라’, ‘앵프라맹스’, ‘아시피라시옹’, ‘너를 넘어서 바통을 잡아!’, ‘모르포제 ; 나의 나와 살아가기’와 시, 에세이를 쓴다. 현실에 살면서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고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