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냄새가 나요

망고크림 지음

위즈덤커넥트 2020년 04월 1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사망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전문 보험 조사관을 다룬 깔끔한 단편 추리 소설.
보험금 지급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심사를 진행하는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 한가한 미국 도시에서 일하는 그녀는 호젓하게 점심을 즐기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갑자기 나타나 ‘마늘 냄새’가 난다는 말을 던지는 남자. 인종차별에 가까운 발언에 주인공이 발끈하자, 남자는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과 취향 같은 것을 정확하게 맞춘다. 사실 그 남자는 최근 벌어진 까다로운 사망 보험 사건의 조사를 담당한 보험 조사관이었다.

목차

표지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25 (추정치)

책 속으로

그 남자를 만난 것은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그는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오면서부터 나를 보고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그는 내 테이블에 오자마자 코를 약간 킁킁거리고는 물었다.
"한국인이죠?"
나는 그가 무례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온갖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 한국인이면 어떻고, 중국인이면 어떻단 말인가. 물론 일본인이냐고 오해받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나는 인상을 쓰고 그에게 시선도 대답도 주지 않았다. 웃지 않으면 무서워 보이는 표정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그 이상 무례하게 굴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그는 내 앞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며 능숙한 영어로 지껄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한가요?"
"어차피...."
나는 어차피 그가 대충 넘겨짚은 것 아니냐고 쏘아붙이려고 했지만, 그의 말이 더 빨랐다.
"당신에게서 마늘 냄새가 나요."
새로운 인종차별인가, 경찰을 불러야 할지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그는 아주 빠르고 정확한 발음으로 지껄여댔는데, 매우 세련된 말씨였고 드문드문 영국식 악센트가 들어가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냄새를 풍기지 않으려고 입을 막았다.
"입 냄새가 난다는 소리는 아니니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본인은 마늘을 안 먹죠, 특히 근무시간에는요. 그렇다면 중국이나 한국이라는 소리인데, 당신 핸드폰은 삼성도 아이폰도 아니에요. 샤오미였다면 훨씬 복잡해졌겠지만. 당신 핸드폰은 다행히 LG에서 나온 구형이군요. 3년 전에 유행한 핸드폰이네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뒤에 로고 박혀 있잖아요. 게다가 유튜브에서 광고하는 걸 봤거든요. 당신 귀에는 최신형 무선 이어폰이 있고 팔에는 일주일 전에 나온 스마트 시계가 걸려있는데 핸드폰만 구형이라고요. 당신이 그 브랜드를 좋아하지만 구하기 힘들다는 소리죠. 적어도 3년 전에 한국에서 핸드폰을 샀고, 지금은 벌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걸 보니 직장 때문에 온 거죠?"
나는 놀라 입을 벌렸다. 이 남자가 그 짧은 시간에 나를 얼마나 훑어본 것인지 불쾌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먼저 든 생각은 놀라움이었다. 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20대 남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여자였다면 아주 놀랍다고 칭찬했을 것이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남자가 우쭐거렸다. 나는 접시에 있는 음식을 입에 밀어 넣으며 대수롭지 않은 척 말했다.
"그렇군요. 내가 김치볶음밥에 김치를 먹는 걸 보고 맞춘 줄 알았는데. 그런데 왜 내가 이민자가 아니라 직장 때문에 왔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김치볶음밥에 김치는 당연한 조합이잖아요. 뭐 좋아요. 왜 이민이 아니라 직장이라고 생각했냐니, 그건 말이죠...."
그는 메뉴판을 소리 나게 덮더니 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나는 내 몫의 물잔을 밀어주었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첫 번째로, 당신은 고향을 좋아해요. 바로 직장 앞에 있는 쉑쉑버거 말고 양은 적고 값은 비싼 한식 식당을 찾아왔잖아요. 여긴 골목에 있어서 불편한데도요. 당신 핸드폰 뒤에는 너덜너덜한 스티커 사진이 붙여져 있고, 배경 화면은 한국에 있는 가족 사진이네요. 옷은 미국 스타일로 입었지만, 화장은 아시아에서 유행하는 화장이죠. 당신 아침마다 유튜브 보면서 화장하는 것 같은데, 구독 채널 바꿔요. 안 어울려요.

출판사 서평

<추천평>
"한국 작가가 쓴 미국 배경의 추리 소설. 이국적 배경과 설정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인물들, 깔끔한 추리 과정 등이 흥미롭다. 정통 추리물의 설정과 재치있는 주인공들의 만남. 한국 추리 소설이여, 영원히!"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작가정보

저자(글) 망고크림

안녕하세요, 망고크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