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아르구스

손영목 지음

케이티 제공 2019년 12월 1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하천생태계 파괴행위자인 인간과 피해자인 물고기 사이의 종속(種屬)을 초월한 영적 교감과 애증이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칸나아르구스는 가물치의 학명이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책 속으로

“과연 그게 가능하겠소?”
장동석 연구소장은 두꺼운 안경유리의 광선 굴절효과 때문에 약간 멍청해 보이기조차하는 눈을 끔뻑이며, 응접소파 앞자리에 마주앉은 진용하 연구사를 보고 물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확신이라…….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계제는 아직 아닌 거 같은데.”
장 소장은 찻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왼쪽 입아귀에 미소를 슬쩍 걸었다. 이제 슬슬 정년 이후를 걱정해야 할 단계인 이 중년남자는 오랜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매사에 조심성부터 앞세우는 버릇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거의 체질화돼 있었다.
그 미소를 빈축의 의미로 받아들인 용하는 불쾌감보다 조급증이 앞섰다.
“확신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충분한 가능성’이라고 해두죠. 소장님도 아시다시피 지금은 과학만능시대입니다. 그 만능이 최선의 가치냐 아니냐 하는 건 다른 측면이고요.”
용하가 얼른 정정했다. 굴곡이 뚜렷한 그의 용모는 심각성을 띠면 강인한 분위기가 더욱 뚜렷해지기 때문에 어떤 외국 개성파배우의 캐릭터를 연상하게 했다.
“사실 그렇긴 하지. 과학만능시대라…….”
장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꼬리를 흐렸다. 신뢰하는 부하직원의 열정을 섣부른 회의(懷疑)로 간단히 깔아뭉개는 짓 자체가 어리석음임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분위기 경색을 피하는 한편으로 이 요담에 관한 자기 주관을 정리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고개를 틀어 창밖으로 시선을 잠시 내보냈다.
연구소는 작은 읍내에서도 교외로 훌쩍 벗어나 큰 냇가에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울타리라기보다는 경계선 구실을 한다고 함이 온당하도록 냇둑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드문드문 늘어선 은행나무·단풍나무·매화나무·벚나무·목련나무 등이 고요하고 쓸쓸한 연구소 청사 앞마당에 바람의 힘을 빌려 마른 잎사귀를 간간히 흩뿌리고 있었다.
민물고기 양식을 연구시험하고, 어류양식농업 활성화를 위해 토산민물어종 우량치어를 생산보급하며, 수산물 안전성검사와 물고기질환 연구 및 하천생태계 조사개선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경기도하천생태환경연구소의 사업내용이었다. 이런 실질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철갑상어연구팀·산천어류연구팀·민물고기부화팀·관상어류연구팀 등을 운영하고, 부속사업인 민물고기생태학습관과 노천양어장 조성운영으로 학생을 비롯한 자연친화환경 관심계층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여름철이면 노천양어장과 생태연못을 개방해서 방문객이 각종 민물고기를 직접 만져보도록 하는 체험학습코스 운영으로 인기를 끌어 날마다 관람객 방문이 끊이지 않아 연구소 업무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적하고 고즈넉한 늦가을, 어떤 측면으로는 본연의 연구시스템을 제대로 풀가동할 수 있는 적기라고 할 수 있었다.
창밖으로 향했던 장 소장의 시선이 비로소 용하에게 돌아왔다.
“그러니까 진 형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의 요점은 사이보그 가물치를 이용해서 배스나 블루길 같은 외래 포식어종을 소탕하고 위기에 처한 우리 하천생태계 질서를 바로잡자, 그런 거로군?”
“그렇습니다.”
조금 풀어져 있던 용하가 자세를 곧추세우며 대답했다.
“좋아요. 구체적인 당신 계획안을 일단 들어봅시다.”

출판사 서평

인간과 물고기의 교감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로이 풀어낸 작품이다. 손영목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손영목

저자 손영목은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집필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및 '현대문학상', '계간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등 수상을 통해 그 문학성을 인정받아왔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풍화』, 『거제도, 포로수용소』, 중단편집 『산타클로스의 선물』, 『장항선에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