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다 말할까 - 악마와의 계약 시리즈

눈사람 지음

위즈덤커넥트 2019년 04월 22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과거를 이용해서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 앞에 붉은 옷의 여자가 돌연 나타난다. 그리고 제안한 것은 젊음을 되찾아 줄 테니, 삶을 제대로 살아 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젊음을 되찾은 남자는 과거의 지식을 이용해서 성공하는 사업가가 된다. 그리고 쾌락에 눈이 먼 나머지, 젊은 시절 자신을 믿고 버텨준 아내를 찾지 않고, 아름다운 여자와 어울린다. 그러나 성공만을 추구하며 달려온 그의 회사는 몇 가지 추문과 비리 혐의로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린다.

목차

표지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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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48 (추정치)

책 속으로

시체 썩은 내 나는 해골바가지.
경수훈, 75세 노인.
곰팡이 낀 침대에 망자처럼 누워, 생기 없는 눈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고대 중국의 설화 속에 나오는, 100년 동안 탈 나는 일 없이 장수할 수 있게 해주는 보약의 실존 여부를 두고 학자들이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누고 있습니다..."
여자 아나운서가 좌측 상단에 자료 화면을 띄워놓고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보다 못한 경수훈 노인의 시선이 천장으로 돌아갔다.
저런 것이 진정 있다 해도 어찌할 것인가.
나는 이렇게 메말라 죽어가고 있는데.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내가.'
언젠가,
현실이라는 외줄을 두 발 끄트머리만으로 질주하던 패기가,
분홍빛 꽃 만발한 공원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안고 춤추던 청춘이,
그 시절이 빛바랜 촛불이 되어, 쇠락한 마음을 초라하게 그슬리고 있었다.
'늙는 건 싫어.'
아찔하도록 빛나던 그 젊음의 나날이,
시퍼렇게 흩날리던 진눈깨비처럼 한순간에 녹아 없어지고,
이제는 허무만이 남았다.
채워질 일 없는 무저갱만이, 눈보라처럼 허연 뼛가루를 뿌려대며, 아가리를 게걸스럽게 들이밀고선 먹잇감이 떨어지기만을 고대하는 중이었다.
'돌아가고 싶군.'
누덕한 적막이 쉰내를 퍼뜨리며 자글자글 끓었다.
사이로 벽시계가 거슬리게 째깍거렸다.
'신이시여.'
젊음이, 꿈이, 패기가, 사랑이 날개를 펼치고 활개 치던 날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품고 있는 모든 것을, 주저 없이 바치리라.
'제발 있다면, 당신이 계신다면, 젊었던 날로 저를 되돌려 주십시오. 신이시여.'
"그걸 바라요?"
짓눌린 고요가 바스라진 입술을 비틀어 속삭이는 듯,
그런 느낌의,
여자 목소리.
"정말 모든 걸 바칠 수 있을까요?"
뱀의 혓바닥이 날름대는, 그런 목소리.
경수훈 노인이 모가지를 천천히 돌려 옆을 보았다.
한 처녀가 쪼그려 앉아 말똥말똥 그를 보고 있었다.
빨간 말총머리에,
시커먼 드레스,
새하얀 피부의,
여인.
"누구신지."
"원하는 건 다 들어드리는 악마입니다."
짐작이 갔다.
도둑년이구나.
정신 나간 체 하며 늙은이 집 털러 온 악독한 년이로구나.
"가쇼. 훔쳐갈 것도 없수다."
"원하는 건? 있잖아요."
저 계집아이가 내 속을 어떻게 알고.
이건 꿈인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었는가.
"그런 게 있다고 하면 아가씨가 어쩔 거요."
"줄게요."
갈 때 되었으니, 탐스러운 희망에 침이라도 한번 묻혀보라는 안배인가.
아니면 악몽인가.
"젊음을, 아가씨가 줄 수 있다는 거요?"
"아까도 말했지만, 원하는 건 다 들어주는 악마입니다."
본인을 악마라 지껄이는 계집아이가, 무에 그리 신났는지 연신 히죽거렸다.
"후회, 안한다고 했죠?"
신의 선물이건, 악마의 놀음이건 간에,
내어줄 대답은 하나였다.
"젊은 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출판사 서평

<추천평>
"모든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악마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병든 아이의 눈을 뜨게 하거나, 젊음을 되찾게 해주거나,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돌려준다면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의 후회와 선택, 운명, 계약의 대가라는 주제의 단편 연작 - 악마와의 계약 시리즈. 국내 작가의 참신한 접근이 산뜻한 미스터리 단편들이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작가정보

저자(글) 눈사람

사시사철 녹지 않고 글 끼적이는 눈사람
쓸 때 쓰고, 놀 때 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