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광복군

정선희 지음

마카롱 2018년 12월 2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한창 현실 도피의 꿈을 무럭무럭 키울 나이 26살. 세연은 며느라기 판타지가 가득한 예비 시월드를 만난 상견례 자리에서 도망쳐버렸다. 사라진 약혼녀, 엄마의 분노, 여전한 백수 라이프. 난장판 같은 현실을 피해, 효녀 코스프레를 위해 치매가 걸리신 할머니와 오랜만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할머니는 무작정 소중한 '책갈피'를 찾아달라고 한다.

　"내가 광복군에 있을 때는 온갖 일을 다 했어. 그깟 책갈피 하나 찾는 게 뭐 대수라고!"

　다시 도진 할머니의 광복군 타령. 모든 것이 억울하고 눈물이 날때, 세연은 우연히 책꽂이에서 낡은 노트 하나를 발견하고 정신을 잃는다.

　19..45년..?
　
　노트와 함께 타임리프를 겪은 세연은 자신이 미국에서 왔다고 둘러대면서, 할머니가 알려준 이야기와 지식을 뒤섞으면서 광복 전 혼란상을 실컷 겪게 되는데... 그때 등장한 한 남자. 대한민국 광복군 소속 비밀 요원, '하경'. 너무도 무더웠던 여름밤의 꿈 같았던 날들이 이제 역사가 아닌 눈앞에서 펼쳐진다.


　

　

목차

　
1. 꼬인 실타래
　
2. 선녀와 광복군
　
3. 진심뿐인 거짓말
　
4. 팬 레터
　
5. 상처와 흉터
　
6. 가고자 하는 길
　
7. 여름의 끝
　
8. 하경
　

책 속으로

　
　
　그를 처음 만난 날, 그러니까 1945년의 여름날로 오기 전의 나는 정말이지 어디로든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창밖에서 빛나는 보름달만이 유일한 방에서 주저앉아 엉엉 울고만 싶었다. 인생은 전혀 예상치 못한 찰나의 순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막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이미 꼬여버린 실타래는 안간힘을 쓸수록 더욱 엉키고야 말았다.
　
　-정선희, 『연인 광복군』 中 (마카롱)
　
　
　모든 것이 낯설었다. 순사들의 거친 구둣발 소리도, 볼을 스치는 이곳의 공기도, 재킷 너머로 빠르게 지나쳐가는 골목의 풍경마저도. 무엇 하나 익숙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어느새 홀린 듯이 나를 맡겨 버린 낯선 남자뿐이었다.
　
　-정선희, 『연인 광복군』 中 (마카롱)
　
　
　처음 이곳에 뚝 떨어지던 날, 이 사람이 내민 손을 맞잡던 순간, 나의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다시 이 손을 잡으면 또 무언가가 달라질까? 내가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일까?
　
　다시 고개를 들어 하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그려내는 섬세한 선의 끝에는 언제나처럼 흑단 같은 눈동자가 있었다. 우주를 담고 있는 듯 어둡고 새까맣고, 동시에 투명한 그의 눈빛. 어떤 운명을 직감하게끔 하는 하경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맞닿은 하경의 손은 여전히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사람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 보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느낀 운명이었다.
　
　-정선희, 『연인 광복군』 中 (마카롱)
　
　
　역사의 격변기에도 삶은 이어진다. 나에게는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눈을 감았다 떠보아도 결코 변하지 않는, 감당해야만 하는 하루하루였으리라.
　
　-정선희, 『연인 광복군』 中 (마카롱)
　
　

작가정보

저자(글) 정선희

『연인 광복군』 (교보문고 마카롱,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