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빨간 머리 앤

박혜란 지음

동슬미디어 2018년 02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매사에 반듯하고 진지한,
아직도 사랑에 서툰 남자 도진하.

“난 설이 씨가 좋은데.”

매사에 당당하고 엉뚱한,
아직도 동화처럼 순수한 여자 안설.

“나 같이 특이한 여자가 취향이었어요?”

예기치 못한 접촉 사고.
예기치 못한 키스 사건!

“설이 씨가 말한 그 실수란 게 어떤 겁니까?”
“아침에 했던 키스요. 그런 실수…, 다른 사람한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예측불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
붉은색 곱슬머리, 별이 내린 듯 귀여운 주근깨.
그렇게 사랑스러운 ‘나의 빨간 머리 앤'-

목차

1. 접촉사고
2. 인연은 삼겹살집에서 만난다.
3. 꿈
4. 아저씨의 비밀
5. 사차원 연애
6. 연애 1장
7. 칭찬해줘요
8. 확인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
9. 나의 빨간 머리 앤
에필로그

책 속으로

“나같이 특이한 여자가 취향이었어요?”

셀프디스인가. 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진하는 너무 크게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어깨만 조금 으쓱해 보였다.

“당신 같은 여자는 처음이라 취향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렇긴 하죠. 나처럼 쿨한 여자를 어디서 만나겠어요.”

뻔뻔한 대꾸에 이번엔 진하가 피식 웃어버렸다. 잡은 손에 꾹 한 번 힘을 줘 보인다.

“그래서.”
“네?”
“나랑 사귈 겁니까?”
“네?”
“사귈 거냐고요. 아니면…….”

진하가 뒷말을 꿀꺽 삼켰다. 그가 중요한 타이밍에 뜸을 들이자. 성격 급한 설이 또 욱하고 말았다.

“아, 좀! 남자가 빡 하고 박력 있게 고백할 수 없어요?”
“네?”

당신이 어떻게 알겠어. 이 나이 먹도록 연애경험이 많지 않은 게 자랑도 아닌데. 그래서 사랑에 서툴다는 걸 고백할 수도 없고.

진하의 눈이 땅으로 도로록 떨어졌다. 백 년 만에 내밀어 본 자신감이 다시 기어들어 가는 것 같다. 설은 그 모습에 피식피식 웃음이 새었다.

“큭큭. 그 전에 말이죠.”
“음?”
“이번에는 내가 먼저 실수해도 돼요?”
“아….”

진하가 멈칫하는 사이에 설은 그의 품에 뛰어들며 그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그러자, 진하가 그 손을 꽉 잡아 멈춰 세웠다.

“아니, 잠깐.”

입맞춤을 저지당한 설의 눈빛이 잠시나마 파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진하가 천천히 그녀의 턱 끝에 손가락을 대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것만큼은 내가 먼저 하고 싶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그의 살짝 벌어진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코앞에서 멈춰진 진하가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이것 하나는 분명히 기억해둬요.”

달싹이는 입술 사이에 따스한 입김이 흘러나왔다.
살짝 내리깐 눈꺼풀이 얼마나 예쁜지 알까, 당신.
진하는 제 입술로 설의 입술을 천천히 더듬어 가며 속삭였다.

“이건 실수가 아닙니다.”

그 날, 맛보았던 부드럽고 포근한 질감의 그것. 그 날은 꿈이라고 생각해 맛보는 것에만 급급했었다. 오늘은 진하의 움직임이 더 달콤하고 더 부드럽고 더 따스하다. 부드럽게 입술만 닿았다가 혀끝으로 살살 예쁜 입술선을 더듬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혜란

박혜란

선택되는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즐거운 이야기꾼.
작가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이다.
-폴 오스터 PAUL B. AUSTER-

취미와 특기의 경계에 선 관심분야는 캘리그라피와 타로리딩.
저만의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