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남기는 아빠의 다이어리

허영진 지음

탐탐일가 2018년 02월 2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아빠는 출장을 가야 했다. 솔직히 그때만큼은 쌍둥이 딸의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어 편했다. 하지만 동시에 혼자만 이국의 멋진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혼자 접하게 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책에서 '어차피 데리고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혼자서라도 그 상황을 즐기고, 정말 좋은 곳이었다면 가족과 함께 다시 올 수 있게 노력해보라’는 글귀를 읽고 시간이 날 때마다 딸들에게 남기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에딘버러에서, 싱가포르에서, 상하이에서.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세상 보는 눈을 열어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두 딸의 아빠가 되어 딸들에게 눈을 열어주려 한다. 언젠가 아빠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날을 기다리며 아빠의 생각과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그래서 딸들에게 쓰는 다이어리지만 아빠로서의 성장일기이기도 하다.

목차

프롤로그
1. 에딘버러 맥도날드에서
2. 명예퇴직을 하는 선배를 바라보며
3. 글로벌 스탠다드에 관하여
4. 아빠에게 애인이 생긴다면
5. 모든 아이들이 구김살 없는 세상을 꿈꾸며
6. 여행과 현실, 섭지코지와 피닉스 아일랜드 사이에서
7. 여행과 현실, 이민자의 고단한 삶과 후손에 대한 소망
8. 소인으로 사는 부모가 자식에게 거인으로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9. 사람이 만든 모든 것에는 그만큼의 사연이 있다
10. 숙제 같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광주 이야기
11.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생각하며
12. 이우와 상하이의 불빛
13. 영화 <뿌리>를 보다가
14. 코즈웨이 베이에서 생각하는 북한의 미사일
15. 홍콩에서 만난 위안부 이야기
16. 마이소르와 검정 고무신
에필로그 - 내 아버지에게서 내 아이들에게로

책 속으로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바쁜 부모님과 나이 차이가 있는 누나들이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드는 생각들은 늘 비슷했던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늦게 간다.
아무리 이것저것 해봐도 시간은 늘 느리기만 했다. 그래서 골목 어귀에 들어설 가족 누군가를 기다리며 골목 입구가 보이는 장독대에 올라 한없이 노래를 부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무한할 것 같은 시간은 어느 순간 번개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10대 땐 시간이 10킬로로 달리지만 40이 되면 40킬로로 간다는 선배의 말처럼 나의 시간은 점점 빨라지기만 했다. 돌아보니 어느새 나는 장년의 길에 들어서 있었다. 마음은 여전히 청년 같지만, 노화의 증상이 몸에 나타나고 한때는 X세대 신인류라 불리던 그 앳된 모습은 그저 기억 속에만 남아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누구에게나 그 시간 속에서 남는 것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어느새 내 옆에는 여전히 이상형인 아내와 둘의 사랑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쌍둥이 공주님이 방긋 웃고 있다. 갑자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회사 책상 한편에는 아이들이 4~5살쯤 되었을 때 전쟁기념관에서 찍은 사진이 핀으로 고정되어 있다. 사진 속에 나는 두 아이를 양팔에 안고 있고 셋은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세상 무엇도 이 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모습으로 내가 서 있다.
매일 그 사진을 보지는 못하지만, 가끔 기지개를 켜거나 우울해진 어떤 날 우연히 사진을 보게 되면 행복한 나와 아이들의 미소 덕분에 점점 행복해졌다.
그 사진이 점점 바라질 동안 나는 점점 바빠졌다. 대리에서 차장이 되었고, 조금은 여유 있는 부서의 주니어에서, 점점 바쁘고 비중 있는 부서의 시니어로 포지션이 바뀌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도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생길 때가 있다. 바로 출장이나 교육으로 집을 당당하게(?) 비우는 날이다.
아직 갓난쟁이 쌍둥이를 아내에게 온전히 맡기고 4달간 주말부부를 하며 부산에 파견 나가 있기도 했고, 열흘이 넘는 유럽 출장을 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혼자만의 시간 덕분에 무척 몸이 편했음을 고백한다. 동시에 그렇게 편해하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죄책감이 들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이국의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혼자 접하게 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 어떤 책에서 그런 내 모습에 면죄부를 주는 구절을 읽었다. 어차피 데리고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혼자서라도 그 상황을 즐기고, 정말 좋은 곳이었다면 가족과 함께 다시 올 수 있게 노력해보라고 했다. 그 이후부터는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보기로 했다.
2015년에 회사의 스폰서링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골프가 최초에 생긴 곳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에 방문하게 되었다. 중간에 에딘버러에서 2박을 하게 되었는데 혼자서 맥도날드에 가게 되었다. 에딘버러 성과 로열로드를 보면 누구라도 왜 해리포터가 이곳에서 탄생하게 되었을 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 풍경을 가진 멋진 도시에 해가 지고 나니 사람 사는 곳 특유의 차별과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맥도날드 창문가에 앉아서 아빠의 마음으로 내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

출판사 서평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16편의 에세이다. 쌍둥이 딸에게 쓰는 다이어리지만 그 속엔 국내와 해외를 넘나드는 인문학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빠의 관점으로 보는 세상을 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썼다. 아빠의 다이어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자서전과는 또 다른, 그렇지만 아빠의 세상도 오롯이 담겨있는 의미 있는 글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허영진

쌍둥이 공주 아빠이자 외국계 금융사의 기획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건국대- 서강대 MBA - 맨체스터(UK)경영대학원에서 공부 했으며 저서로는 <지금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세일즈의 요정을 만나라> 등이 있다. 블로그 주소: https://electricjin.blog.me [칸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