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미학

윤해조 지음

이지콘텐츠 2017년 12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좋아해요, 오빠.”

세상 누구보다도 제게 다정한 옆집 오빠 도현.
고슴도치처럼 웅크리는 법밖에 몰랐던 아정에게
그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미안. 너는 내 동생이야.”

안쓰러울 만큼 어른스러웠던 옆집 꼬마 아정.
제 안으로 누구도 쉬이 들여보내지 않는 도현에게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마음을 채워 버린 존재였다.

늘 함께여서 몰랐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그랬기에 용기 내 몇 번이고 건네 온 고백을 거절했고
마침내 아정이 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자꾸만 신경 쓰이고, 질투까지 하고.
그거, 좋아한다는 거잖아.”

도현은 뒤늦게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닫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곁을 지키고 있었던, 자신의 첫사랑을.

목차

프롤로그
01~12
에필로그
외전 1. 그 카페는 달콤해
외전 2. 그 결혼은 달콤해

책 속으로

“마침 잘됐어요.”
막 고등학생이 된 아정은, 어릴 적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훨씬 더 예뻐졌다. 안 그래도 어른스러운 모습은 지금의 외모에 정말 잘 어울렸다. 외모는 어리지만 분위기는 어른스러워서,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래 봤자 그에게 있어서 아정은 여전히 옆집 동생이었지만.
앞머리는 숱이 별로 없지만 눈썹을 가릴 정도의 길이였고,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 겨드랑이쯤 내려올 정도의 길이였다. 포니테일 머리를 하는 걸 어릴 적부터 좋아하더니, 커서도 그런 모양이다. 아정은 오늘도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었다.
“할 말 있었는데.”
“할 말이라니?”
심플한 옷을 좋아해서 주로 운동복을 입었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들어와요. 내가 생각해도 복도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고.”
“뭔데 그래? 이사 가?”
“아뇨. 이 집, 샀어요. 그래서 처음에 이사 왔을 때 엄마 지갑 텅텅 비었었는데.”
별 얘기도 저한테 다 한다 싶었다. 하지만 그만큼 저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걸로 생각하고 도현은 그저 피식 웃었다.
“여전하네. 오랜만에 너네 집 놀러 가는 건데도.”
“달라질 게 뭐가 있겠어요.”
“아. 알았다. 화장대 하나가 더 늘었어.”
“나한테 필요할 거 같다 해서 하나 사 줬어요.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그래도 딱히 필요 없다며 아정은 덧붙였다.
도현은 왠지 아정의 변함없는 모습이 반가웠다. 늘 무표정인 데다가 고저(高低) 없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그대로인 모든 게 반가웠다. 물론 종종 휴가를 나오기도 했지만, 휴가 나올 때마다 보는 것과 제대 후 보는 건 달랐다.
앉으라고 해서 거실 바닥에 앉았다. 커피나 차 같은 걸 내다 주는 건가 했지만 아정은 곧바로 도현의 건너편에 앉았다.
“신아정치곤 진지한데.”
농담을 하듯 웃음과 함께 장난스럽게 내뱉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진지한 말이니까요.”
“아니, 그렇게 말을 하니까 뭔지 더 궁금해지잖아? 자, 얼른 오빠한테 털어놔 봐. 고민이지?”
“……으음. 고민이라고 하면 할 수 있겠네요.”
점점 아정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 도현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뭔데?”
호기심 가득한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아정의 눈썹이 꿈틀거린 것만 같았다. 잠시 도현을 바라보기만 하던 아정은 피식 웃었다. 도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였다. 아정의 웃음은 쉽게 볼 수 없는 거였다. 그렇기에 못 본 걸 본 것처럼 눈만 깜빡였다.
아정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오빠.”
“응?”
“좋아해요.”

작가정보

저자(글) 윤해조

윤해조([e-mail])
거리의 담벼락에서 사란, 피니 작가님과 머무르고 있습니다.
「홍염의 사막」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