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나라

이하 지음

마카롱 2017년 07월 0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안돼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아리와 사막을 향해 뒤돌아 달릴까. 끝 간 데 없는 허허벌판을 가다가 함께 쓰러질까. 그렇게 토우가 돼 영원히 살 수 있을까. _본문 中

　모래의 도시, 베이징에 부임한 한국학교 교사 지운.
　강박증을 앓는 그는 커다란 트렁크 가방 안에서 잠을 자는 습관을 기른다.

　베이징 소재 북한 주점 '오성상관'의 복무원 아리.
　지운 앞에서 누구보다도 밝은 노래를 부르던 그녀에게 복귀 명령이 떨어진다.
　
　그로부터 석 달 뒤, 발신자 표시 없이 걸려온 아리의 전화. 그녀는 탈북을 한 것일까.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지운은 급기야 탈북 지원 단체를 수소문해서 아리를 찾으려고 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흙빛 미로 같았던 낮과 밤들이 부르는 노래.
　

목차

1. 모래의 나라
2. 아리랑, 아리랑랑
3. 고비에서 아리를
4. 모래 요정, 남쪽 나라
5. 카피카피룸룸

책 속으로

　아리가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내게 전화를 걸어온 건 병원의 대기실에서 약 처방을 기다리며 <광인일기>를 마저 읽던 때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침이 늘어 중간고사 출제 문제를 다 골라낸 후 병원을 찾았다. 중국 의사는 그게 기도(氣道) 안쪽에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리의 기침은 나보다 더 심했다. 말을 잇다가도 몇 번이고 그르렁, 그르렁 침을 삼켜야 했다.
　
　돌무지덧널무덤은 어느 시대 양식이고,
　여기서 껴묻거리가 많이 나오는 이유를 쓰시오.
　
　나는 죽은 이가 들어간 나무 널 위에 그보다 큰 나무 덧널이 쓰이는 모습과 다시 그 위에 바위가 얹어지는 모습, 마지막으로 흙이 덮이는 모습들을 상상했다. 신라의 덧널무덤에 껴묻거리가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겹겹이 무언가로 쌓인 무덤을 도굴꾼들도 쉽사리 파헤치지는 못했을 테니까.
　
　“지금은 굴집 속이고, 치치하얼쯤으로 알고 있어요.”
　
　아리의 목소리는 어둑어둑했고 심하게 떨렸다. 그녀가 탈북하고 석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나는 아리를 그리며 마트료시카 인형을 떠올렸다. 껍질 안에 껍질이 있고 그 안에 다시 인형이 있는, 그 자체로 덧널이자 본체인 환영.
　
　아리는 두만강을 넘어 얼마나 많은 길을 돌고 돌아, 얼마나 많은 덧널을 온몸에 덧씌워 가며, 또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어 내몽고 근방에 이르렀을까.
　
　- 『모래의 나라』 中, 마카롱 (2017)

작가정보

저자(글) 이하

저자 이하는 시인, 소설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국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교보문고 교육팀에서 독서교육을 연구했고, 현재는 전업 작가이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시집 《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 청소년 소설 《기억을 파는 가게》, 《괴물 사냥꾼》 《타임슬립1932》, 경제교양서 《경제 카페에서 읽은 시》,인문교양서《인생의 마지막 한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