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남뚱녀

김진주 지음

피우리 2017년 03월 1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2005년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스물여섯, 아버지의 빚과 뚱뚱한 몸, 그리고 꿈을 지닌 여자, 서해인. 자신의 인생에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사랑 따위,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 때문에 흔들린다.

집안 빵빵하고, 얼굴도 잘났고, 돈도 많은 남자, 정성우. 모자란 것 없이 살아온 인생에 일 때문에 연관된 여자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 뚱뚱하고 실력을 빼곤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그녀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작품 속으로>

“서해인 씨.”
“네?”
“그렇게 연애가 하고 싶었습니까?”
“네?!”
무슨 소리일까? 다이어트 하다가 쓰러진 것이랑 연애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라고?
“무슨 말씀이신지 못 알아듣겠는데요, 사장님.”
“꼭 그렇게까지 다이어트를 해서 연애를 해야겠냐는 말입니다.”
이 사람은 지금 그녀가 다이어트 하는 목적을 연애로 알고 있다. 그녀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아무런 말조차 나오지 않는 패닉 상태가 되어 입만 뻥끗거릴 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빨리 대답을 해야 이 오명에서 벗어나겠는데 도무지 받아칠 대거리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왜요, 제가 정곡을 찔렀나요?”
비웃는 듯한 얼굴.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그래, 처음 만나던 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몸매를 보고 눈 버렸다고 하며 지었던 표정, 지금 그의 표정이 그랬다. 화가 나야지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화보다는 미안함이 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 사장님.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다이어트! 무리하게 굶어서 살 빼는 짓이 얼마나 무식하고, 어리석은 짓인지 모르십니까?!”
왜 이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일까? 보기 싫다고 해서 살을 빼려 했던 것뿐인데 왜 이 사람에게 이렇게 혼이 나야 하는 것일까?
해인은 한동안 멍하니 그를 내려다봐야만 했다.
“차라리 운동을 하지 그랬습니까? 도대체 단식을 얼마나 했기에 쓰러지냔 말입니다!”
해인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을 이유도 없거니와, 들어서도 안 된다. 용납이 되질 않는다.
“사장님이 제게 무슨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뭐라고요?”
“사장님이 무슨 권리로 저에게 화를 내고, 혼을 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제 사생활에 관해서 비난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또박또박 자신의 할 말을 하는 해인의 목소리에 이번엔 그가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제가 어떤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든, 무식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쓰러지든, 그건 사장님과 하등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사장님께 혼이 나야 합니까? 제가 왜 사장님께 그런 비난을 들어야 합니까?”
그녀는 궁금했던 것을 모조리 쏟아냈지만, 그의 입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회사 일 때문이라면 앞으로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에는 지장 없도록 잘 조절하죠. 죄송합니다. 먼저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가 인사를 하고는 휴게실을 나서려 할 때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 상상도 못했던 말, 그녀의 인생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말이 귀에 들려왔다.
“나랑 연애합시다.”
결국 생각지도 못한 말이 그의 입에서 나가 버렸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그녀의 모든 행동에 신경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직접적으로 느낀 것이 처음이었을 뿐, 눈과 귀는 언제나 그녀를 향해 있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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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진주

2월 17일 돼지 밥 줄 때(오후 4시경) 태어났음.
그래서 먹을 복이 겁나게 많음.
이불과 사랑을 나누는 것, 먹는 것,
글 쓰다가 호작질 하는 것, 공상하는 것,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 이해기양 만나서 골려주는 것,
김 군과의 아주 짤막한 대화하는 것,
외할머니와 사투리로 통화하는 것 등등을 좋아한다.

작품 : 그림내, 돈남뚱녀, 모순(단편 전자책), 모녀유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