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아내. 2

현지원 지음

신영미디어 2016년 03월 29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난 당신의 아내니까, 항상 기다리고 있을게요.”

처음부터 어긋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강압에 별수없이 맞이하게 된 아내였지만
돈에 눈이 멀어 사랑 없는 결혼을 감행한 여자에게
곁을 내주지 않겠노라 스스로도 몇 번이나 다짐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그런 그녀가 내 시야에 담기기 시작한 것은.

남편으로서의 도리는커녕 잔인한 독설만 일삼는 나를
언제나 말간 눈동자로 묵묵히 바라봐 주는 그녀.
달맞이꽃을 닮은 나의 아내, 예진.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자꾸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목차

1∼20
에필로그

책 속으로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여길 드나들고 있던 거지? 영감님이랑 그 젊은 여우가 코치한 건가?”

달아나듯 도망치던 예진이 멈칫 멈추어 서고는 그를 돌아보았다. 지금 자신의 몰골이 어떻다는 것쯤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수모를 수없이 겪어 낸 덕분인지 죽고 싶을 만큼 창피하지는 않았다.

“굳이 어떤 식으로 편을 나누어야 한다면 나는 무조건 당신 편이에요. 당신이 싫다고 거부해도 난 그럴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싫다고 날 밀어내도 난 당신 아내니까. 그러니까…….”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릴! 난 널 한 번도 내 아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아내라고 인정하지도 않을 거고. 그렇다고 널 내치는 일 또한 없으니 걱정 붙들어 매. 내 사전에 이혼이란 용납 못하거든. 그러니 평생 돈 걱정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거야. 어때, 행복해서 미칠 노릇이지? 난 죽을 노릇이겠지만.”

그가 다짐하듯 내뱉는 말들만큼이나 시헌의 낯빛 또한 어두웠다. 금전적인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탐욕스러우리만큼 욕심을 내보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지원받은 것들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진은 변명할 여지가 없음에 침묵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거기까지로 만족해! 남들 앞에서 내 아내 흉내 내는 것으로 족하란 말이야. 그러니 어울리지도 않는 순애보 따윈 집어치우고, 영감님이 젊은 여우한테 재산 다 주기 전에 최대한 뜯어낼 수 있을 만큼 한몫 챙기는 게 좋을 거야. 그게 네겐 가장 잘 어울려 보이니까.”

예진의 진심을 무참히 짓밟는 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 듯 시헌은 그녀의 숨통마저 끊어 놓을 심산인가 보았다.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의문일 만큼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예진이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그래도…… 언젠가…… 당신이 날 아내로 받아 줄 날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야? 그렇게 나오면 내가 감동이라도 할 줄 알아?”

“진심은 반드시 통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니까.”

“천만에!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까 꿈 깨. 그나마 불쌍해서 해 주는 충고야.”

작가정보

저자(글) 현지원

현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