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반, 후라이드 반. 2
2016년 03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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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4135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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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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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은 못내 마음이 씁쓸했다. 치킨 가게를 정리하고 이제 단칸방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니…. 가족의 수가 한 명이라도 줄어야 새 집으로 이사하는 데 부담이 적어질 터였다. 하여 궁여지책으로 결혼을 생각해 낸 그녀는 재준에게 어릴 적 자신과 했던 결혼 약속을 상기시키며 프러포즈하지만, 그가 목적뿐인 결혼을, 그것도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이 필요해진 재준으로부터 계약 결혼 제안을 받게 된 은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이후 목적이 잘 맞아떨어진 두 사람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혼식을 치르고 마침내 신혼여행까지 함께 가게 되는데….
에필로그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을 나서던 재준은 자신을 환영하는 은설의 환대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은설이 영역 표시를 하듯 바닥에 대 자로 누워서는 고른 숨소리까지 내 가며 잠이 들어 있었다.
누구는 어색해진 분위기가 적응이 되질 않아 시간을 때우느라 냉수와 온수를 몇 번이나 번갈아 가며 뒤집어쓴 통에 머리 두피가 남아나지 않을 지경인데 누구는 신선놀음하듯 자고 있으니 배려 깊은 놈만 불쌍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차림으로 있어도 넘어갈까 말깐데, 유치원생도 아니고 이런 옷이나 입고 퍽이나 경쟁력이 있겠다. 거기다 센스 봐라. 빨간색에 노란 병아리 그림 옷이 사고 싶을까? 쯧쯧.”
내심 은설이 다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기라도 한 것처럼 재준이 괜한 시비였다.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시체처럼 잔다고? 그래, 너야 네가 자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시체라고 믿고 싶겠지. 이렇게 잠들어 있으면 내가 곱게 침대로 모셔 줄 거라 믿은 모양인데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짓이다!”
백날 말해 봐야 본인의 입만 아픈지라 재준이 더는 상관치 않겠다는 듯 냉정하게 돌아섰다.
“너는 바닥의 공주, 나는야 침대의 왕자. 둘 다 각자의 영토에서 편안하게 자 보자.”
침대로 간 재준이 커버를 들추고 시트 위에 편안히 몸을 뉘었다. 눈을 감기만 하면 저절로 잠이 들 것 같은 피곤한 하루가 드디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3분 남짓이나 지났을까. 재준이 갑자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에이!”
재준이 거칠게 내뱉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여전히 바닥에 누워 쌔근거리며 잘도 자고 있는 은설을 보고 있노라니 양심에 찔려 잠 못 드는 자신이 한심하고 우스웠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어린 여자아이를 이겨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은설의 등과 다리 사이에 손을 넣은 재준이 쉽게 은설을 들어올렸다.
스르르.
은설이 머리에 두르고 있던 수건이 팔랑이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촉촉한 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이 재준의 팔 위에 부드럽게 와 닿았다.
꿀꺽! 재준이 저도 모르게,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눈은 은설을 어린아이라고 우기는데 머리와 몸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창피한 줄 알아라, 채재준.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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