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기우 씨

박사무엘 지음

디키스토리 2016년 02월 1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제3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지금, 서른 살 이기우는 높이 20층의 마포대교 보도블록에 서 있다. 한강의 물길과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그가 생각하고 있는 다음 행동은 자살. 이해관계로 끝난 연애와 빚 독촉 전화가 그를 이곳까지 몰고 왔다. 하지만 다리가 아닌 차도로 걸어 나간 기우 씨가 마주한 것은 사후 세계가 아닌 ‘자해 공갈의 세계’였으니…….

“자해 공갈도 방법이 다 있는 거야. 너처럼 무식하게 뛰어들다가는 그냥 골로 가는 거야. 알아?”

자살을 결심한 기우는 자해 공갈 업계의 전설, 구를 만난다. 죽을 결심이면 뭐든 못하겠냐는 생각에, 기우는 구에게 자해공갈의 비법을 알려 달라 조른다. 어떻게든 구를 구워삶은 것은 좋은데, 그 비법이라는 것이 하나같이 수상쩍다. 거기다 구의 딸 서현은 이유 없이 기우만 보면 적의를 불태운다. 괴팍한 구와 까칠한 서현 사이에서 기우 씨의 아슬아슬하고도 황당무계한 ‘生 Show’가 펼쳐진다.

목차

01화
그래, 그래서 그만하려고

02화
마포대교에서 스승님을 외치다

03화
7:3의 수업료

04화
1교시 : 자해 공갈 개론 - 도로교통법

05화
2교시: 가해 차종 분류의 실재

06화
3교시: 사고 다발 지역 지리학

07화
4교시: 낙법기초반

08화
오늘의 메뉴: 닭발과 소주

09화
5교시: 교양과목 - 아빠의 청춘

10화
6교시: 자해 공갈 실무 교육 (1) - 사채업자

11화
7교시: 자해 공갈 실무 교육(2) - 교통사고

12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기 힘든 세상

13화
미안해요, 기우 씨

14화
D-Day

15화
에필로그

책 속으로

　평소 같았으면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었지만, 막상 자신에게 달려오는 차에 집중을 하고 보니, 그만큼 무서운 것도 또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죽으려고 했던 것 죽는 것이 무섭지는 않았으나, 굉장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차에 부딪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 소리만으로도 온몸에 가해질 고통이 얼마만큼 대단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기우는 어쩌면 자신이 물 공포증과 고소 공포증에 이어, 자동차 공포증까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박사무엘, 『벼랑 끝의 기우 씨』 中, 디키스토리 (2016)


　“인생이 다 그런 거야. 양심? 그딴 거 개나 줘. 돈 많은 놈들이나 챙기는 거지, 우리 같은 것들이 무슨 얼어 뒤질 양심. 먹고 사는 거에는 치사하고 비열한 거 없어. 양심 따지며 점잔 떠는 것들도 지 배곯으면 아귀처럼 변하는 게 당연한 거야.”
　구는 말을 멈추고 가만히 기우를 바라봤지만, 기우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구도 기우에게 어떤 대답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이렇게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 박사무엘, 『벼랑 끝의 기우 씨』 中, 디키스토리 (2016)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쌓인 감정이 있는 이상, 순식간에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너무 빨리 그 감정이 사라져 버리면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다시 생길지도 몰랐다.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것에는 그 감정이 묵어간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고, 구와 서현은 서로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속도로 조금씩 묵은 감정을 녹여 가는 중이었다.

　- 박사무엘, 『벼랑 끝의 기우 씨』 中, 디키스토리 (2016)
　

출판사 서평

　2015년 제3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그동안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은 문학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매체를 초월한 컨텐츠 발굴을 시도하였으며 많은 창작자와 컨텐츠 업계가 주목하는 공모대전으로 성장하였다. 『벼랑 끝의 기우 씨』 역시 수많은 응모작들 가운데,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와 다양하고 유쾌한 드라마가 어우러져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벼랑 끝의 기우 씨』는 이른바 ‘먹고 살기가 힘든 오늘’이라는 시대를 다룬 휴먼 코미디 소설이다. 헬조선, N포세대, 문(文)송합니다……. 힐링 열풍이 거셌던 지난 몇 년. 이제는 위로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시대를 규정하는 단어들만 잠깐 살펴보아도 서슬 퍼렇다. 이들 신조어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시대의 암울함 밖에 없는 듯하다. 하지만 박사무엘 작가는 ‘몸과 돈을 바꾸는’ 자해 공갈이라는 가장 강렬한 비극 속에서 희극적인 요소를 발굴하여 독자들 앞에 가지런히 놓는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웃음의 디테일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블랙박스 유무 체크, 상해보험 가입, 낙법 수련, 고급 차종 구분법. 괴팍하면서도 섬뜩한 자해 공갈 훈련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학교생활, 직장 생활의 먹고사니즘처럼 이 또한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다. 기우 씨가 ‘살기 위해’ 다치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은 일견 모순되어 보이지만, 탄탄한 자해 공갈 철학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강의하는 박구의 모습에서 묘한 설득력과 유쾌함을 엿볼 수 있다. 박구의 딸 서현과의 묘한 ‘밀당’, 박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서현과 박구와의 애증 또한 『벼랑 끝의 기우 씨』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우리는 1시간, 1일, 1년처럼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시간 단위에서 각자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웃음기 하나 없이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말없이 단내 나는 입에 하품을 삼키면서 하루를 끝내기도 하면서. 하지만 그런 날이 전부만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금방 죽을 것만 같아도, 이 고난에 해결책이 없어 보여도, 살기 위해 몸이 상해도 기우는 다시 웃으며 말한다.

　자신의 벨소리처럼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다’고.

작가정보

저자(글) 박사무엘

첫 장편 작품인 『벼랑 끝의 기우 씨』로 제3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수상. 작가는 엉덩이 싸움이라는 말만 믿고, 무식하게 앉은 자리에 시나리오와 소설이라는 우물을 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