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다미레 지음

봄미디어 2015년 05월 0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차돌 같은 아홉 살.
풋사과 같은 열아홉.
체리 향을 품은 스물아홉이 아니기에 더는 눈치 볼 거 없다.
타인을 의식하고 눈치 보기에는 난 너무 익어 버린 홍시니까…….

서른아홉,
어쩌면 사랑을 구걸할 나이,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를 만났다.
뜨거우면서도 순수하고, 격렬하면서도 따뜻한,
지독한 남자를.

“죽을 것 같아서…… 안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죽는 것보다는 쓰레기에 미친 놈 되는 게 낫다 싶어서…… 그래서 왔어.”

인생, 참 알 수 없다.
이제 와 삶이 나에게 하려는 말이 도대체 뭔지…….
왜 모든 것이 두렵고 외로운 이 나이에 그를 내게 보낸 것인지.

목차

프롤로그
1장 코발트블루
2장 페르시안블루
3장 콜드블루
4장 터키블루
5장 인디고블루
6장 마린블루
7장 로맨틱블루
에필로그
외전
작가 후기

책 속으로

윤건은 결국 주저앉은 이영을 가슴에 안아 현관 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그러자 그렇게도 그를 매혹시키던 이영의 체향이 공기처럼 자연스레 맡아지고 느껴졌다.
어쩌면 더 이상 그의 공간에서 이 달콤한 향을 찾을 수 없어 이리도 대담한 짓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하기도 했다.
이곳에 오기까지 했던 그 많던 고민과 치열한 갈등이 궁극의 목적인 이영을 보자 다소 거칠고 자극적인 키스로 발현됐다.
사실 너무 많이 마음을 졸여서 그런지 처음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자신이 벌인 행동이면서도 참 무작스럽다 생각했다.
그도 그지만 너무도 놀랐을 이영을, 다독이듯 가슴에 매달듯 꼭 끌어안았다.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거친 숨소리가 조금씩 천천히 잦아들었다.
이영은 현관 벽을 보고 윤건은 현관 긴 거울 쪽을 향해 엇갈린 상태였다.
거울 속 이영은 그야말로 축 늘어진 상태로 그의 가슴 안에 기대 있었다. 그 모습에 비로소 잠금 해제한 입이 떨어졌다.
“죽을 것 같아서…… 안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이 자세 이대로 가슴 안에 이영이란 여자가 심어지고 박히길 바랐다.
그때는 의지와 다르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숨이 막혀 죽는 것보다는 쓰레기에 미친놈 되는 게 낫다 싶어서…… 그래서 왔어.”
순간 격렬한 사랑 뒤 이 모습으로 이영과 있는 야릇한 영상이 지나갔다.
그 시절, 윤건은 이영을 상대로 참 많은 상상을 하고 참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었다.
늘 단독 주연은 이영이고 연출, 극본, 각본은 윤건 자신이었다.
“미친놈 성화에 미쳤다고 생각하고…… 어른들 돌아오실 때까지라도 만나.”
“…….”
“그런데도 영 아니라면, 당신은 절대 내가 아니라고 하면…… 포기할게. 하지만 그사이 당신 마음에 아주 조금이라도, 티끌 같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그땐 내가 어른들께 말씀드릴게. 전부 다. 그러니까…….”
거울 속 이영은 숨을 쉬지 않는 사람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그 침묵이 두려워 재촉하듯 이영을 안은 두 팔과 두 손에 힘을 가득 주었다.
“난, 지금이라도 어른들께 전부 말씀드리고 제대로 시작하고 싶어. 근데…… 당신이, 당신은 아니라고, 싫다고 할까 봐…….”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무척이나 간절했다.
“난…….”
이영은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긴 한숨을 토하고 비로소 윤건을 봤다.
상체가 떨어지니 하반신은 더욱 밀착되고 두 사람의 얼굴이 더없이 가까웠다.
윤건의 남성과 이영의 은밀한 부분이 옷 사이로 야릇하게 맞닿아 있었다.
이 순간, 말도 안 되게 짜릿한 감각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면서 이렇게 가까이서 서로를 마주 보는 건 처음이라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이 사람을 보지 못한 이래 그의 심박동은 한 번도 이렇게 요란하게 요동친 적이 없었다.
그것만은 너무도 명확하고 확실했다.
“난 도대체…….”
“말 안 된다는 거 알아. 기가 막히고 어이도 없겠지.”
“…….”
“다 아는데, 나한테 기회를 줘. 이 상황을 어찌할지 모르겠다면 내게 기회를 줘……. 그랬는데도 당신 마음에 불길이, 나처럼 천불이 일지 않는다면 그땐 내가 당신 포기할게.”
이영은 여전히 황당하고 어찌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부모님들 아직 재혼하신 것도 아니고 그리 원하시는데 내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해 모두 다 엉망으로 망가지자는 거 아니야. 아직 아니니까, 아직은 여지가 있고 시간이 있으니까 당신한테 가는 내 마음, 당신이 직접 보고 느끼면서 만져 보라는 거야.”
솔직하고 싶었다.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마음을 내보여 이영의 거부와 저항을 피하고 싶었다. 또한 막고 싶었다. 진심으로.
“당신한테 조금씩 갈 테니까 거부하지만 마.”
작은 얼굴 속,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루에 한 걸음. 너무 느리지도 아주 빠르지도 않게 다가갈게.”
이영이 조심스럽게 숨을 내쉴 때마다 달근한 체향이 윤건을 간질이며 자극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예요?”
긴 침묵 끝에 약간은 불만스럽고 조금은 불편한 듯 이영이 물었다.
이 상황에 대한 불쾌감보다 투정 섞인 마음이 먼저 읽혀져 비로소 막혔던 숨이 쉬어졌다.
“당신이…… 다가가도 된다고 허락하면 그때.”
그의 대답에 이영은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부어올라 더욱 붉어진 입술이 묘하게 일그러지면서 그토록 갈구했던 숨결과 체향이 윤건을 덮쳤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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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다미레

다미레
행복한 글쟁이에서 발전해 페이지 터너를 쓰고 싶은 인물
김훈과 오정희 작가를 너무도 존경하는 사람

출간작
하버링
love groove

출간예정작
해맑은 내과
로맨스&로맨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