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기생놀음, 홍련전(합본)

홍매화 지음

러브스토리 2014년 06월 09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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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연이야. 이것이 너의 기명이다.”

그리고 이수가 적어준 기명을 보고 백강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전혀 다른 글자였지만 이수가 써내려간 연이의 기명에는 자신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이건 뭐라고 읽습니까?”

“홍련(？戀). 홍련이라 읽는다.”

“무슨 뜻이어요?”

“너에게 선택권을 주마. 지금 미리 뜻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네가 나중에 글을 배워 스스로 뜻을 알아볼 것인지. 어찌하고 싶으냐?”

“제가 알아볼 것입니다! 그게 재미있겠습니다!”

기명으로 인연을 엮으려 했던 어리석은 금상(今上)의 아들.

그의 위험한 장난으로 서로를 품어 버린 차가운 달과 뜨거운 불꽃.

달이 한 걸음 다가오니 불꽃이 흔들리고, 불꽃이 한 걸음 다가오니 달이 흐려져

그저 멀리서 서로를 향한 연심을 눈빛에 담아 보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두 사람의 이야기….



“기명이요?”
“그래, 기명. 아주 어여쁜 한자를 붙여서 내가 지어주마. 어떠냐?”
“좋습니다! 아, 저 근데….”
“왜?”
“계수의 기명도 지어주시면….”
우물쭈물 입을 여는 연이를 보며 이수는 어린 계집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 너희가 내 목숨을 살렸으니 그것을 내 보은이라 생각해다오.”
“그럼 잠시만 기다리셔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도 잊고 연이는 부리나케 광을 뛰어 나갔다. 하지만 금세 다시 돌아와 감자가 든 소쿠리를 들고 다시 뛰어나갔다. 저러다 넘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저하.”
“어찌 그러느냐?”
“차라리 다른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내 실언으로 인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눈물을 보이게 만들었다. 이유는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자고로 이름에는 인연이 담기는 법이라 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되는데 하물며 인연이 담긴다는 이름을 지어 주겠다는 건 아무리 보은의 일종으로 보더라도 충분히 과분했다.
밥을 굶지 않기 위해 기생이 되어야 하는 아이가 왕과 얽히지 않기를 바랐다. 그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생이 왕과 얽히게 된다면 차마 동정을 할 수도 없이 딱해질 것이 분명했기에.
다시 돌아온 연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계수와 함께 광으로 들어온 연이의 손에는 벼루와 붓, 그리고 종이가 들려 있었다. 두 아이는 무릎을 꿇고 이수가 써내려가는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직 글을 떼지 못해 연이는 글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서체가 예사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자, 연이야. 이것이 너의 기명이다.”
그리고 이수가 적어준 기명을 보고 백강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전혀 다른 글자였지만 이수가 써내려간 연이의 기명에는 자신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이건 뭐라고 읽습니까?”
“홍련(？戀). 홍련이라 읽는다.”
“무슨 뜻이어요?”
“너에게 선택권을 주마. 지금 미리 뜻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네가 나중에 글을 배워 스스로 뜻을 알아볼 것인지. 어찌하고 싶으냐?”
“제가 알아볼 것입니다! 그게 재미있겠습니다!”
“잘 생각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도 적어주마.”
백강의 눈엔 왠지 이수가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차기 보위를 이을 왕세자의 신분으로 한낱 기생의 기명을 지어주는 것인데도 이수의 얼굴은 마치 무관들과 함께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사냥할 때 같았다.
“이건 뭡니까, 도련님?”
“홍련(？？). 이것도 홍련이다.”
“왜 글이 다릅니까?”
“한자는 뜻이 달라도 음이 같은 글자가 많다. 또 글이 같아도 뜻과 음이 다르게 쓰이는 것도 많고. 그래서 시를 지으며 상대방의 시를 농락하기도 한다. 네가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되면 사내들을 농락할 때 써도 좋을 테지. 불같은 여인이란 뜻이다.”
기명이 적힌 종이를 받아들고 연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중히 품에 안았다.

목차

목차

1. 재회 上
2. 어스름 달 아래 계수나무 한 그루
3. 고드름에 맺힌 달
4. 명기(名器)가 관장(官長)을 만나 성인(成人)이 되는 것을 호사(好事)라 한다
5. 폐쇄된 전각, 명위당(命衛堂)
6. 대발(戴髮)
7. 옥관자를 받다
8. 타오르는 계수나무
9. 재회 下
10. 이수(？, 장수)를 품다
11. 종사품 숙원 차씨
12. 花가 아니라 火더라, 꽃이 아니라 불꽃이더라
13. 깃털은 새가 될 수 없다
14. 불개가 달을 삼키다(月蝕, 월식)
15. 안녕
외전. 홍위(？衛)

작가정보

저자(글) 홍매화

홍매화

염소자리의 1월생, 그리고 A형.
빠른 생일이기에 친구들보다 한 살 젊다는 게 최고 자랑인 늙은 신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