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김석현 지음

논밭 2014년 06월 0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서시.
한강을 건너

태양이 물기를 말려
땅은 드디어 물에서 해방을 얻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쪽 세상을 향하여 돌아보지 않더라.그리하여 그 쪽 물은 얼대로 얼어서
해빙의 순서를 기다리기까지
하도 많은 세월이 흘러,

둘이는 그리움을 원망으로
원망을 한탄으로
밤 가는 줄 모르고 서러운 울음을 울어
그 눈물은 드디어 강을 이루고,
그리하여 세월은 흘러서 강을 이루니,

그 강을 일러 한강이라 하더라.


-한강1.
사랑하는 마루하님.




우리 서럽도록 울지않게 해주소서.
오늘 하루 우리들의 삶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건강을 걱정하지 않게 하여주시고
삶을 소홀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언제나 함께하여 주시고
사랑의 노래 부르면 들어 주소서,

이른 아침의 뜨거운 태양의 정렬로
남을 사랑하게 하여 주시고,
빛이 발산하는 꽃잎 향기에
취하여 사라지지 않게 하여 주시고
차디찬 대리석이라도 만질 수 있는
감촉을 내려 주소서,

무엇인가를 볼 수 있는 내 눈과
누구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내 귀를 보호하여 주소서.


-한강2.
새 벽 기 도

오늘하루 정직하게 살게 해 주십시오.
오늘하루 성실하게 살게 해 주십시오.
오늘하루 조심히 살게 해 주십시오.
오늘하루 개성 있게 살게 해 주십시오.
오늘하루 자유롭게 살게 해 주십시오.

오늘 나는 문화인답게 살고 싶습니다.
오늘 나는 남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 나는 우애하고 효도하고 싶습니다.
오는 나는 정의롭게 살고 싶습니다.

깊은 생각으로 이치를 찾고
차디찬 이성과 뜨거운 감성으로
새로운 결론을 늘 내리게 하소서.
말씀을 늘 생각하며
은혜에 눈 뜨게 하여 주소서.

자신을 늘 깨닫게 하여 주시고
아내와 내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장
되게 하여 주소서.

하나님, 하나님, 당신을 우러러 받들며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말씀으로
오늘 하루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한강3.
흐름


왜 이러나,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 여기 존재함이 어설픔의 시작인 건가,
나, 여기 노래 부를 마당이 아닌가,

세월 속에 묻혀온 내 꿈은
값진 갑옷으로 가려지지 아니하고
반가운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건가

시간은 아무런 대답을 않는다.
세월 속에 묻어둔 내 생명의 진수여,
어떻게 몸부림쳐야 올바른 삶의 해답이
나오는 것인가?
아무것은 아무것도 오는 것이 없는 것인가,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인가
도망가는 날들이여 헤어지는 시간들이여,
허물어져 가는 것인가 벗겨져 가는 것인가?

묻지도 말고 대답을 잘 하자
그것은 내 삶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리라.
저기 어디서인가 나에게 다가오는 샘물 같은
불빛이 다가 올 때를 위하여 아끼자
몸을 아끼자 맘을 아끼자

서러운 마음 이제 그만 삭히고 가자


-한강4.
아름다운 빛


어련하려고,
그 빛이 그렇게 빛나는 것은
달빛 속에 고운 얼굴 묻고
산야를 헤매던 망나니의 그림자
어른거려서이리라.

무서워서 산은 언제나 늘
그림자를 만든다고 믿고
나는 허튼 수작 속에서
분필을 들고 초야를 헤매었다

울림이었다. 가슴이었다.
되돌아가는 일은 아무 소용없단다.
그렇구나, 헛배라 부르면
꼭 할머니는 정난 수 앞에서
학춤을 추거나 고풀이를 했는데,

다 지나가고 지나가 버리고
염려스럽게 기다려 본다
나의 미래를,
빛으로 올까, 냄새라도 올까

그런 두려움으로 그만 울자구나
달빛도 싸늘하구나, 아름다운 빛이여,
빛의 영혼이여.


-한강5.
낮잠

졸린다. 말을 하니
더욱 졸리어

책상 위에 책을 덮는다.

한숨이 잠든
심신을 훑어가니

마음은 초원이어라



-한강6.
점심시간


네 시간을 참은 뒤의 밥 때다.
즐거움이 환희의 환성을 울려 퍼진다.
기쁘다는 것이다.
조건 없이 기쁘다는 것이다

점심을 먹는 동안만큼은
누구도 즐거워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나 그걸 맘대로 차지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식사시간은 늘 시끄럽다.
그들은 밥과 국을 퍼간다.

남산만한 분의 분량과 호수 같은
그들의 국물은 몇 날 몇 밤을 참아온
기쁨, 이 뜨거운 밥 때를 위하여
하루를 살아가고 살아온 우리들이다
그렇다 밥의 배식은 즐거운 것이다.
오늘 하루는 즐거운 것이다.

내일은 내일일 뿐,
오늘 하루는 어찌했든 즐거운 것이다.


-한강7.
내 귀한 밭에

벌떼들이 몰려오고
나비 떼들이 몰려오는 구나,

주말농장, 내 귀한 밭으로
울려퍼져라.
내 삶의 근처에 터를 세우라.

내 귀한 빌린 밭으로
더 많은 벌 나비 찾아오도록
생명의 씨앗을 더 많이 심고
그들이 밀려오는 길목을,

반짝 반짝 윤나게 갈고 닦으리라.

작가정보

저자(글) 김석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