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에 스며들다 2

달몽실이 지음

해울 2013년 05월 0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달마저 잿빛 먹구름에 먹힌 하늘, 피부를 차갑게 파고드는 폭우와 절벽 아래로 검푸르게 펼쳐진 새벽의 바다. 그곳에서 세혁의 손을 단단히 붙잡는 낯선 이의 위태로운 몸짓과 어둠에도 뚜렷이 빛나는 잿빛 눈동자가, 그의 시선을 압도했다.
2년 후, 요식 프랜차이즈 베라를 운영하는 노아의 커피숍과 라운지 바에서 하루 18시간의 근무를 하며 건실히 살아가던 지운. 바텐더라는 꿈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 베라와 주류회사 회월의 합작으로 발표한 프랜차이즈 g bar 1호점에서 일하게 되며 그곳에서 회월기업의 둘째 아들인 세혁을 만난다.
하지만 첫 대면부터 사사건건 지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세혁은 지운이 조주 자격증이 없다며 단칼에 잘라내려 하고, 지운은 세혁의 이유 없는 냉대에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지운에게 문득 의미 모를 말들을 하며 기억을 헤집어 놓는 세혁. 지운은 난감해 하면서도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세혁을 보며 잊었던 기억을 하나 둘씩 되새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운이 항상 끼고 있던 검은 렌즈가 빠지며 가감 없이 드러난 잿빛의 눈동자를 마주한 세혁은 대뜸 지운에게 키스를 하는데.......

소설 속에서:

“정말 그런가 봐요. 그 사람을 보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 좋아하긴커녕 온 감정이 다 들쑤셔지는 기분에 마냥 불편하기만 한 사람이란 말이에요. 이상한 소리 지껄여 사람 속 들쑥날쑥 쑤셔 놓더니만 결국 내가 미쳤나 봐요. 여기가 너무 아파요. 그 사람 행동 하나에 상처 받고 그래서 화가 나고 너무 미워서……. 미치겠어요, 정말.”
지운은 손에 들린 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잔에 넘치도록 소주를 따라 목으로 넘기자 머릿속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
머리를 움켜쥐고 상에 팔을 기댄 지운이 노아를 응시했다. 노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런 지운의 맥없는 머리를 손으로 흐트러뜨렸다.
“사람은 좋아할수록 객관성을 잃어버려. 내 시각에서 내 멋대로 판단하고 상처받다 보면 오히려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포용력 보다 더 옹졸해지지. 좋아하게 되는 건 그런 거야. 끊임없이 상처받는 것. 그러면서도 절대 놓아버릴 수 없는 것.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거 같은데?”
“…….”
“네가 상처받았다 느끼는 순간, 넌 이미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

목차

6. 잿빛 기억 그 참을 수 없는 쓰라림
7. 기다리다 하염없이
8. 유예 기간
9.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질 때
10. 슬픔에 나부끼다
11. 잿빛에 스며들다

작가정보

저자(글) 달몽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