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큐피드

이승영 지음

추리작가협회 2013년 05월 2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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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실연을 당한 겨울 속의 눈동자는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불륜의 현장을 확인하고 귀가한 붉은 동공은 질투와 배신감에 태양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춘희는 경대 서랍에서 가위를 꺼내 5년 동안 고이 길러온 생머리를 냉면발 자르듯이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했다. 종이가 잘려나가듯 어깨까지 길게 늘어져 있던 머리칼이 허연 목에서 툭툭 떨어져 나갔다.

""남자들은 다 똑같애…….""

춘희는 계속 가위질을 해댔다. 가위는 어느새 벌초를 하듯 머리 위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군인 머리처럼 짧게 자르고 화장을 지워 버리면 나를 몰라볼거야…….""
춘희는 내일 해가 뜨면 이발소에 가서 까치집 같은 머리를 다듬기로 마음 먹고는 책상 서람을 열고 앨범을 꺼냈다. 앨범 속에서 두 남자의 사진을 꺼내 춘희는 머리를 잘랐던 가위로 한 장의 사진을 마구 오리기 시작했다. 1년 전에 자신을 버리고 다른 파트너와 불륜 관계를 맺었던 홍원비 대학교수의 학구적인 얼굴이 괴물처럼 흉칙한 몰골로 변해 가고있었다. 귀가 떨어져 나가고 턱이 잘려져 나가고 코마저 베어지고 있었다. 춘희는 홍교수의 얼굴이 수십개 조각으로 사라지자 다음에는 인기탤런트 정현조의 목에 가위를 들이댔다.

춘희는 5년전에 시골에서 상경하여 낙원동의 한 고급 술집에서 일해오고 있었다. 춘희는 그 5년 동안 '불야화'에서 여배우 뺨치는 미모와 미스코리아를 능가하는 늘씬한 몸매로 남자손님들을 매료시켰다. 거기다가 춘희의 목소리는 성교시의 비음처럼 간드러져서 그녀를 한번 본 사내들은 그 즉시로 마마와 같은 열병을 앓곤 했다.

그런 춘희가 2년 전에는 철학교수인 홍원비 교수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칸막이 룸에서 홍교수는 짙게 화장한 춘희의 뽀연 얼굴과 미니스커트 속에 감춰진 허벅지를 흥분한 눈빛으로 훑어보면서, 인생은사막 밑에 흐르는 시퍼런 물 속에서 개헤엄을 치는 것이고 여자는 마리화나의 연기 같은 존재라고 하면서 아담만의 뜨거운 사랑을 한번 해보자며 개똥철학으로 춘희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춘희는 홍교수의 그런 난해한 유식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었다. 그날 이후부터 춘희는 홍교수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마음의 문과 육체의 문을 활짝 열어서 그의 충실한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그랬는데 어느날부턴가 자신을 찾는 회수가 줄어들더니 불야화의 세컨드인 국화하고 놀아나는 것이었다. 국화에게도 인생은 개헤엄이고 여자는 마리화나의 연기 같은 존재라고 하면서 똑같은 수법으로 유혹해서는 춘희가 보는 앞에서 애무 행위를 벌이는 것이었다.

그날 밤, 춘희는 첫사랑의 실연으로 자살과 살의 사이"

작가정보

저자(글) 이승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