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공의 죽음

정현웅 지음

디키스토리 2013년 11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나에게 있어 추리소설의 매력은 유년의 기억과 맞물려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만화와 추리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그것은 무척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기억에 새겨졌다. 그때는 주로 탐정소설이라는 말이 붙었고, 거의 대부분이 셜록 홈즈와 루팡이 나오는 유럽의 고전이었다. 세월이 흘러 소설을 쓰게 된 지금에 와서 곰곰이 돌이켜보면 소설에 대한 재미를 맛보게 한 최초의 역할을 한 것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만화와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 있어 추리소설은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기법상 어떤 방법으로 소설을 구상하든 그것은 작가 고유의 영역일 것이다. 오늘날의 모든 분야가 세분화되는 추세이듯이 소설도 갈래갈래 찢어져서 여러 장르로 분류하게 되었다.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되는 장르 속에 추리소설이 자리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서 한 편의 소설을 어느 일정한 틀로 구분 짓는 것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역사를 다루면 역사소설이라고 하고, 사랑을 다루면 연애소설이라고 하는 것이다.
엄격하게 분해한다면 한 편의 소설 속에는 역사적인 사실도 포함될 것이고, 어떤 배경이든 사랑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소설적인 구성에서 추리 기법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분야가 집중적으로 포함되었다고 하여 그것을 장르별로 구분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달리 말해서 소설 속에 세분화된 장르가 소설의 성격을 너무 완고하게 굳혀줌으로써 발전을 저해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1세기 추리소설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21세기의 소설을 위기라고 하는 것은 소설이 19세기에 괴테나 톨스토이로 해서 이미 완성되고 그 이상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인데, 추리소설은 아가사 크리스티에서 이미 완성이 되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실험적인 소설이 나오듯이, 추리소설도 구성의 기법, 즉 트릭만 가지고 구상하던 범주에서 탈피하지 않을 수 없다.
기법에서의 탈출이 곧 추리소설의 발전이라는 말이 괴변이 될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문학적인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한다.

목차

머리말
어느 여공의 죽음
목격자의 증언은
팬더곰과 살인사건
신(神)의 청부살인
욕탕에서 죽은 남자
죽음의 시
노란 단추의 비밀
애인의 묘비명
들러리 살인
승자와 패자

작가정보

저자(글) 정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