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공녀. 6(완결)

김하빈 지음

그래출판 2012년 10월 2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세상이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이며,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라고.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질시와 비난을 보낼 때, 침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피의 공녀’는 단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었던 소녀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 이름은 셀레네 에일리 데스테리온. 에일로니안 제국의 공녀다.”
고귀하고 아름답지만 잔혹했던 공녀이기 전에, 괄괄하지만 사랑스러운 소녀였던 그녀가 ‘피의 공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목차

6권
제33장 라헬 대륙의 종말
제34장 고통스러운 재회
제35장 엇갈린 마음
제36장 감추어진 진실
제37장 선택의 기로
제38장 마지막 선택
제39장 에필로그
제40장 외전

출판사 서평

『피의 공녀』 본문 중에서

셀레네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황금색의 눈동자는 어둠만을 품은 채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공허와 허무였다. 셀레네는 아직도 귓가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진한 피냄새가 자신과 함께 하는 것만 같았다. 처음 ‘사람’을 베었던 날, 그 날의 강렬한 느낌이 잊히지 않았다.
“미쳤나 보군”
스스로를 향한 질책과 함께 셀레네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환한 달빛 아래 드러난 그녀의 몸엔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큰 흉터와 자잘한 흉터들로 가득했다. 그녀가 살아온 삶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에 머릿속에 있던 상념들을 떨쳐 낸 그녀는 천천히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커다란 호수의 가운데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자연스럽게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긴 머리카락이 물결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냉기를 머금고 더욱 창백해진 셀레네의 붉은 입술은 상향선을 그려냈다.
“살아남는다.”
오직 그것을 위해 검을 들었다. 지키기 위해 든 검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들었던 검이고 그것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거슬리면 베었고, 방해가 되는 것은 망설임 없이 버렸다. 그렇게 해서 18년 동안 살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간다.”
공허한 황금색 눈동자는 씁쓸함을 품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하빈

12월의 겨울잠을 자는 뱀으로 태어나, 법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