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오브 아이덴티티(Rosetta Holmes 00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로제타 2012년 03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100년이 넘도록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추리소설의 바이블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셜록 홈즈는 영문학의 고전의 반열에 올라 학자들에게는 연구대상이 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셜록키언이라 불리는 마니아들과 셜록 홈즈 클럽을 만들어놓고 있다. 홈즈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은 팔걸이의자에 앉은 홈즈가 오직 두뇌 하나만을 사용해서 추리한 끝에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이다. 물론 그도 변장을 하기도 하고 악당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문제해결에 도달하는 놀라운 추리는 가히 예술의 경지라고 볼 수 있다. 도서출판 로제타가 새로 펴내는 ‘로제타 홈즈’ 시리즈에서는 홈즈 특유의 촌철살인의 묘를 살리는 번역으로 셜록 홈즈 마니아들은 물론 홈즈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목차

저자소개

본문

판권

출판사 서평

홈즈의 어깨 너머로 보니 길 건너 보도에는 덩치 큰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녀는 모피목도리에 붉은색 깃털이 달린 화려한 모자를 한쪽 귀가 덮이도록 푹 눌러 쓰고 있었다. 그런 거창한 모자를 쓰고 우리가 있는 2층 창가를 슬쩍슬쩍 곁눈질로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불안한 듯이 장갑을 만지작거리다가, 수영선수가 물에 뛰어 들듯이 갑작스럽게 길을 건너 집의 현관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날카로운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몇 번 보던 모습이지.” 홈즈가 담배를 벽난로 안으로 던지면서 말했다. “길에서 오락가락한다는 것은 보나마나 ‘아페르 드 쾨르(Affaire de Coeur: 프랑스어로 ‘애정문제’)’를 뜻하는 거지. 도움을 받고 싶지만 은밀한 문제라서 망설이는 거야. 저런 모습도 여러 분류가 가능하지. 여자가 남자에게 심하게 배신을 당했다면 망설임 따위 없이 그냥 초인종을 누르지. 그런데 아래층의 저 숙녀분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함이나 슬픔으로 보이는군. 물론 곧 의문을 풀 수 있겠지만 말일세.”
홈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금단추를 단 심부름꾼 소년이 들어와서 메리 서덜랜드 양이 찾아왔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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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첫 번째 산책을 하고 나서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호스머…… 그러니까 에인절 씨는 레든홀 스트리트의 어떤 회사에서 회계원으로 일했는데…… 그게……”
“회사 이름이?”
“그게 문제예요, 홈즈 씨. 저는 몰라요.”
“사는 곳은요?”
“회사에 기숙사가 있다고 했어요.”
“주소를 모르시는군요.”
“레든홀 스트리트라는 것밖에는.”
“편지는 그럼 어떻게 보내셨나요?”
“레든홀 우체국으로 보내면 그가 찾아갔어요. 회사로 여자가 편지를 보내면 창피하다나요. 그래서 타이핑으로 쳐서 여자인지 모르도록 하겠다고 하니 그가 반대했어요. 제 글씨체가 아니면 제 편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얼마나 저를 사랑하면 그런 말을 했겠어요.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다니 말이죠.”
“바로 그거죠.” 홈즈가 말했다. “사소한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게 제 오랜 신념입니다. 호스머 에인절 씨에 대한 또 다른 사소한 사실은 기억나시는 게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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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교롭게 되었군요. 결혼 날짜는 정해졌는데. 음, 그럼 그날은 금요일이었겠군요. 교회에서 식을 올리기로 했나요?”
“네, 간소하게 하기로 했지요. 킹스크로스 근처의 세인트세이비어 교회에서 결혼식을 끝내고, 그 후에 세인트팬크라스 호텔에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죠. 호스머가 아침에 마차를 타고 집에 왔는데, 교회로 갈 때는 그 마차에 어머니와 제가 탔고 그이는 때마침 지나가던 다른 마차를 탔어요. 우리 마차가 먼저 교회에 도착했고, 그이의 마차가 따라왔죠. 마차에서 내려서 그이가 내리길 기다렸는데 그이가 내리질 않았어요. 마차 안을 들여다보니 텅 비어 있더군요. 마부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하지 뭔가요. 분명히 마차에 탄 건 보았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게 지난 금요일의 일입니다. 그 후로 저는 그이의 행방에 대해서 아무런 소식도 말도 들을 수 없었어요.”
“아주 치욕적인 대접을 받으셨군요.” 홈즈가 말했다.
“아닙니다, 홈즈 씨! 그이는 정말로 선량하고 친절한 사람인걸요. 그이가 이렇게 저를 떠날 리가 없어요. 게다가 그날 아침 내내 그는 말했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말이죠. 어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저는 그를 잊으면 안 된다고요. 곧 그가 돌아와서 제 사랑을 확인할 것이라면서요. 결혼하는 날 아침에 왜 그런 소리를 했나 했더니, 직접 닥치고 보니 비로소 그의 뜻을 알 수 있겠더군요.”
“그렇군요. 그럼 그에게 사고 같은 게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사고일 것 같아요. 그리고 그는 그날 아침에 예감을 한 거죠. 아니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그가 예감한 일이 진짜로 벌어진 거죠.”

작가정보

저자(글) 아서 코난 도일

아서 코난 도일 (Arthur Conan Doyle)

영국의 소설가. 셜록 홈즈라는 추리소설 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을 창조해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1859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였다. 19세에 <에든버러 저널>에 첫 작품을 발표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았고, 이후 개업의로 병원을 열었으나 환자가 별로 없자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887년 명탐정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로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고, 보어전쟁에 군의관으로 출전하여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다.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장편은 《바스커빌 가(家)의 개(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외 3편, 단편은 《붉은 머리 리그(The Red-headed League)》 외 55편이 있다.

로제타 북클럽 (Rosetta Book Club)

‘고전 다시 읽기’ 세미나를 하는 스터디그룹으로 출발해 지금은 기획과 번역을 두루 아우르고 있는 기획번역집단이 되었다. 번역자의 매력과 개성을 강조하는 쪽보다 원작의 메시지를 충실히,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번역에 방점을 찍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