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남개인전 달의 노래
2012년 06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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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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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남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붓고 붓 대신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수용성인 아크릴 물감은 15분이 지나면 마르기 시작하여 30분이 지나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작가는 순간의 직관에 의지하여 캔버스 위를 움직인다. 문명의 도구를 거부하는 예술가의 이러한 몸짓은 원초적 표현의 경지인 동시에, 관객들로 하여금 시각뿐 아니라 촉각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러운 상호 교감을 이끌어 낸다.
한편 빠른 작업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색면 분할과 이와 대조적인 긴장감 넘치는 구성주의적 선의 흔적은 화면 전체에 견고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화폭에 생동감을 더한다. 평론가 강태희는 이러한 선의 흔적을 ‘하늘에 던진 그물’이라 표현하기도 하였다. 박영남의 작업은 자연의 기운을 품고 있는 비정형의 색면에 가해진 균열의 선(grid)을 통해 해체와 이완을 반복하며 근원적 자연에 접근한다.
“측량할 수 있는 색채는 흔하다. 경험할 수 있는 색채는 보아야 보인다. 전자를 ‘자연의 색채’ 라하고, 후자를 ‘경험의 색채’라 한다.”
박영남은 자연조명 아래에서 작업한다. 작가에게 있어 평생의 화두인 ‘흑과 백’은 자연광 아래 광활한 캔버스에서 더없이 숭고하게 빛난다. 물감의 중첩에 의해 완성된 ‘흑과 백’ 안에는 무한한 색의 스펙트럼이 내재하는데, 이러한 색의 향연을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작가가 말하는 ‘자연의 색채’가 ‘경험의 색채’로 거듭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일 것이다.
때로 작가는 내면의 질서를 깨트리고 색채에 대한 본능적 욕구에 따라 작업을 하기도 한다. 마치 넓은 대지를 더듬어 나가듯 물감을 발라나가는 작가는, 감각적 색채로써 작품에 충만한 기운을 불어넣는 조물주가 된다. 작품 속에서 소생하는 자연의 힘은 달을 기리며 작업하는 작가의 작품세계와 동화되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흑과 백, 섬세한 색색의 단층이 여러 겹 중첩된 구조는 각각의 층에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한 미묘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마치 달빛을 머금은 듯한 몽환적 색채는 관객들에게 순수한 미적 정서를 전하게 되는데, 결국 박영남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미적 체험은 관객과의 물리적, 심리적인 소통으로 완성된다.
“언제부터인가 해가 있을 때 그림을 그리고 해가 지면 작업을 끝내는 습관이 들었다. 햇살이 드리우는 흰 캔버스는 나의 대지였고, 그 대지 위에 나의 왜소한 족족들이 늘 같이 했다. 내가 머물렀던 시간들의 흔적은 햇살의 도움 없이는 그 근원의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 그래서인지 만들어 내는 형상보다는 빛을 따라다니다 만들어진 「제3의 현장」에 감사할 뿐이다. 작품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만들어진 세상이 바로 내가 찾던 유토피아라면 더욱 좋겠다. 그 유토피아의 세계가 아름다움의 세계였으면 더더욱 좋겠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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