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드래곤 헤브라시스. 5

김소리 지음

그래출판 2012년 11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마나와 상극인 신성력.
그런 신성력을 위해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 마나를 포기한 한 드래곤이 있었다.
드래곤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하고 다정했던 한 레드 드래곤, 헤브라시스의 이야기.

목차

5권
1. 결별
2. 류아일 여황
3. 친구
4. 파티
5. 연합
6. 메일론
7. 수중마물
8. 1군
9. 수도 점령
10. 폭주
11. 마지막
에필로그
스페셜 : 가이안 외전

출판사 서평

『신의 드래곤 헤브라시스』 본문 중에서

[그 녀석이 처음 태어났을 때?
흠, 작았지. 게다가 조금 이상한 얘였어.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곧장 밥 달라고
소리를 쳤었거든. 배가 고파서.
다른 드래곤들도 처음엔 다 그렇고.
하지만 그 애는 말을 배우자마자…]
-레드 드래곤 하이로이아

하늘이 맑은 날이었다. 한 깊은 산맥, 그 중심에는 깊디깊은 낭떠러지가 존재하고 있었다. 낭떠러지의 밑 부분은 거대한 동공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거대한 동공 한구석, 그곳에는 역시 무척이나 거대한 생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루비처럼 붉고 아름다운 비늘을 온몸에 두른 채 늘씬한 유선미를 자랑하는 그 존재는, 대륙에서 절대자로 일컬어지는 드래곤이었다.
레드 드래곤은 무언가를 품고 있는지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다. 비늘과 달리 황금빛의 광채를 품은 레드 드래곤의 황금색 눈이 나른하게 반쯤 감겨 있다가, 자신의 배 부분으로 슬쩍 향했다. 그곳에는 불그스름한 빛을 띠는 조그만(어디까지나 드래곤의 관점에서) 알이 있었다. 레드 드래곤이 하품을 하며 투덜거렸다.
-아아, 언제 깨어나는 거야? 빨리 유희 나가고 싶은데. 벌써 100년이나 있었다고. 그 놈의 율법, 정말 짜증나! 얘는 또 왜 이렇게 안 나와!
레드 드래곤, 하이로이아가 성질을 내자, 그것을 들은 것인지 알이 흔들리는 듯하다가 쩌적, 소리를 내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나른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하이로이아의 황금빛 눈에 번쩍 빛이 돌아오더니 황급히 알에게로 돌아갔다. 하이로이아는 곧 새 생명이 깨어날 징조에 반색하며 중얼거렸다.
-오, 드디어 깨어나려는 건가? 빨리 빨리 나와라. 이름도 다 지어 놨고, 다른 준비도 다 했으니까 빨리!
쩌적, 쩍.
알의 균열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이로이아의 눈은 알의 균열이 늘어날수록 빛났고, 곧 균열이 시작된 부분의 알껍데기 하나가 툭 떨어져 내렸다. 알껍데기가 떨어진 구멍에서, 자그맣고 예쁜 붉은빛 비늘로 뒤덮인 무언가가 쑥 튀어나왔다. 하얀 발톱이 달린 앞발은 이리저리 버둥거렸고, 곧 알은 서서히 깨어져 안에 있는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 레드 드래곤은 가만히 황금빛 눈을 깜박거리다가 알을 품고 있는 붉은색 몸을 가진 한 생물을 발견했는지 서서히 고개를 위로 올렸다. 곧 하이로이아와 새끼 드래곤의 눈이 마주쳤다. 하이로이아는 드디어 새끼가 태어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유희를 나갈 수 있겠지? 하이로이아가 새끼 드래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헤브라시스. 앞으로 네 이름은 헤브라시스란다. 네게 필요한 지식을 전해 주마, 나의 아이야.
-끼잉?
새끼 드래곤, 이제는 헤브라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드래곤은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래곤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성이 있는 존재였지만, 그것도 배우지 않으면 모르는 법. 어미 드래곤이 갓 태어난 새끼 드래곤에게 지식을 전해 주는 것은 자아의 확립과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이로이아는 가만히 고개만 갸웃거리는 자신의 아이, 헤브라시스에게 대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언어들을 전해 주었다. 지식을 전해 받은 헤브라시스는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것 같았기 때문에, 하이로이아는 가만히 아이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아이는 시간이 지나도 입을 열지 않았고, 그녀는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자신이 지진아를 낳은 걸까? 지금까지 이런 드래곤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때, 헤브라시스가 갑자기 하이로이아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니.
-…….
하이로이아에게 인사한 헤브라시스가 고개를 들어 생글 웃었다. 그러나 하이로이아는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헤브라시스를 바라보았다. 이미 6천년 가량 살아온 그녀에게 말을 잃게 할 일이란 거의 존재치 않았고, 그 때문에 그녀는 금세 헤브라시스가 평범한 드래곤은 아닐 것이라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말을 않자 헤브라시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잘못 되었나요? 처음 만났을 때는 인사를 해야 하고, 어른께는 존대를 쓰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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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글) 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