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 [전6권/완결]
2013년 07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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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73MB)
- ECN 0111-2020-800-00030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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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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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아내를 향한 그의 눈빛만이 화려한 조명과 화려한 식탁을 대변하는 것처럼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반짝이는 그 눈빛은……시린 칼날처럼 날이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칼날이 되어 한 여자의 심장으로 다가 올 것만 같았다. 수없이 심장을 찌르고, 수없이 외롭게 만든 날을 이 남자는 기억하고 있을까. 또 다른 무슨 말이 생각나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세 딸을 위해서 또 참아야만 했기에 숯으로 변해가는 심장을 다스려야만 했다. 아프지만, 많이 아프지만 삼키어 갔다. 딸들이, 세 딸들이 보고 있기에 더 이상의 악한 감정은 꺼내 놓을 수가 없었다.
‘지영아, 그동안도 잘 참고 살았잖아. 그러니까 이대로 살아. 그게 널 위해서도, 또 세 딸들을 위해서도 좋은 거야. 가정은 지켜야지.’
가정을 위해서, 딸들을 위해서, 딸들을 위해서……. 딸들이란 말에 서글픔이 가슴 밑바닥까지 밀려 왔지만 그의 뒷모습을 또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익숙한 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낯설어 보였다. 그는 화장실로 간다고 했다. 휴대폰은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기에 진짜 화장실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았지만 남편이 아닌 낯선 남자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저 남자, 정말 내 남자가 맞는 것일까. 저 남자, 아직도 사랑하는 것일까. 저 남자가 이지영이란 여자를 사랑하는지도 궁금했지만 진짜 궁금한 것은 이지영이란 여자가 윤인혁이란 남자를 사랑하는지도 궁금했다.
‘이지영, 윤인혁이란 남자를 사랑하니? 아직도 사랑하니?’
혼자서 감정을 잡아가고 있는 지영을 세 딸이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름을 가진 여자였지만 세 딸에게 있어 그녀는 엄마였다. 가장 친숙한 이름이니까. 엄마, 엄마…….
- 본문 중에서
2. 날개를 달다
3. 한 걸음씩, 한 걸음씩
4. 우리는 사랑했을까
5. 소녀의 꿈, 소년의 꿈
6. 여자의 꿈, 남자의 꿈1
7. 여자의 꿈, 남자의 꿈2
8. 결혼, 그 이름?
9. 며느리, 아내, 엄마
10. 아들, 남편, 아빠
11. 그 여자, 윤연수와 윤혜수
12. 사랑에 눈을 감다.
13. 이혼 후
14. 사랑에 눈을 뜨다
15. 기지개를 켜는 여자들
16. 그녀들의 수다
17. 길을 걸어가다.
18. 여자의 인생
19. 봄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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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일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지 모르지만 낯선 여자의 향기는 부부의 침실에도, 서재에도 침투해 들어왔다.
새벽녘에 옆에 있어야 할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그를 찾아 거실로, 서재로 갔을 때는 다정다감한 목소리와 함께 가장 인간적인 웃음소리가 났다. 뭐가 저렇게 좋은 것일까. 무엇이 저 남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일까.
완전히 닫히지 않은 틈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옆모습에서는 남편이 아닌, 누군가를 향해 자신의 마음을 다 드러내며 사랑에 빠진 다른 남자의 모습만이 보였다. 남편도 아닌, 아빠도 아닌, 윤인혁이란 남자만이 있었다.
그 남자와 함께 있으면 행복했다. 그것만이 전부였다.
하지만 수백 번의 사랑도 한 번의 이별에 무너지고 만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여자. 여자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시간과 함께 엄마라는 자리, 아내라는 자리, 며느리만 있을 뿐 이름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었지만 거절당한 수치심과 모욕을 이혼으로 복수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세 딸의 엄마라는 이름이 너무나 강했으며 윤리, 규율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었다. 이 세상에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으니까. 사랑만이 전부였으니까. 영원하리라 믿었다.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한 사랑인데…….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랑은 색이 바랬고, 누군가의 인생을 닮아가고 있었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고서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혼을 할 것인가, 참고 인내하면서 엄마라는 자리를 지킬 것인가.
세 딸의 엄마인 지영과 그녀의 딸 연수, 은수, 혜수. 그녀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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