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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발스(La Valse)

채현 지음
가하

2012년 05월 25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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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0.72MB)
ISBN 9788966470815
쪽수 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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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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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괴로운 것은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는 자신…….

워커홀릭 승제의 두 딸을 돌보게 된 은조. 하지만 승제의 집안에는 그녀가 증오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편 승조는 은조가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미리 보기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잠을 깨우고 있었다. 그러나 피로에 찌든 머리는 오래된 컴퓨터처럼 워밍업이 오래 걸렸다. 얼마나 멍하니 누워 있었을까. 그제야 그 소리가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있는 자명종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았다. 사이드 테이블을 더듬거려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떠서 자명종을 끄고 일어나 앉았다.
머리를 흔들면 잠이 좀 달아날까. 잠자리가 뒤숭숭했는지 머릿속도 복잡했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흔들면서 아직 여명도 채 밝지 않은 어두컴컴한 방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 아직도 악몽이라도 숨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왠지 입 안이 칼칼했다. 결국 사이드 테이블에서 컵을 찾아 단숨에 찬물을 마시고 조금 숨을 돌렸다. 그때야 새벽 공기가 벗고 있는 그녀의 가슴에 차갑게 다가왔다. 갑자기 한기에 몸이 으슬해지면서 팔뚝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뭔가 걸칠 걸 찾으려고 침대에서 한 발 내리려는 그때, 갑자기 강한 팔이 허리에 둘러졌다. 주말마다 치는 테니스 때문인지 적당히 그은 그 팔은 강한 소유욕을 갖고 은조의 허리를 안아왔다. 은조는 흠칫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옆에서 자고 있던 승제가 어느새 깼는지 강하게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잠에서 막 깨어나서인지 약간 허스키해져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해 안 떴잖아. 좀 더 자.”
그냥 슬쩍 내려다볼 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별로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는 듯이, 일어나 앉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단단한 팔이 다정하게 한쪽 어깨를 안고서 이마에 송송 솟은 식은땀을 다른 손등으로 가만히 닦았다. 으슬했던 몸이 따뜻한 다른 사람의 몸에 닿는 것은 기분이 좋았지만 승제의 그 다정한 몸짓 자체가 현재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일어나기 직전 꿈에서 아버지를 보았다. 최근의 납빛의 창백한 안색 대신 예전의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행복하게 손을 흔드는 아버지. 아빠 하면서 달려갔지만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만 할 뿐 가까워지지가 않았다. 그게 너무 슬퍼서 발을 동동 구를 때 자명종 소리에 깨어난 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치근덕거리는 손길이 귀찮기만 했다. 살짝 뿌리치려고 어깨를 움직이려 하자 그녀의 가냘픈 몸짓을 먼저 감지한 승제의 팔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더니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아파…….”
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승제의 입술이 순식간에 그녀의 입술을 점령해 버렸다. 도톰한 입술을 강한 혀가 날카롭게 가르며 들어와서 혀를 희롱하고, 허리에 있던 손은 어느새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부드럽게 시작했던 입맞춤은 어느새 격하게 변해 있었다. 도망가려는 은조의 혀를 쫓아가서 잡듯이, 그의 상냥한 행위를 거부한 그녀를 벌주기라도 할 듯이 그는 강하게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남자의 입이 목 선을 타고 내려가자 그녀는 헐떡거리며 어깨에 둘러진 남자의 팔을 빼려고 발버둥쳤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냘프게 항의를 해보았다.
“애들 곧 깨요.”
그러나 남자는 놔주는 대신 온몸으로 덮치듯 누르고 다시 입을 막아버리려 했다. 하지만 아래에서 계속 꿈틀거리면서 반항하는 여자한테 쓴웃음을 지으면서 결국 놔주고 말았다. 하반신에서는 익숙한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아침부터 싫다고 거부하는 여자를 무리해서 안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와 다정한 스킨십을 나누고 싶었던 거지, 안고자 하는 욕망은 없었다.
그의 품에서 벗어난 여자가 등을 돌리고 삼단같이 긴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드리운 채 다시 침대에 앉았다. 어슴푸레한 여명 속에 하얀 살 여기저기 흩뿌려진 자국들이 묘하게 저속해 보였다. 끊어질 것처럼 가느다란 허리와 비교되는 풍만한 가슴선에 침이 꿀꺽 삼켜졌다. 왜 이 여자는 언제나 자기한테 이런 반응을 끌어내는 것일까. 방금까지의 생각은 어디론가 가고 지금이라도 끌어다가 자신의 몸 아래에 눌러 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숨겨져 있는 원초적 수컷의 본능을 자극하는 그녀가 가끔은 증오스러울 때도 있었다.
남자의 이런 애증 어린 시선을 알아챈 듯이 여자가 급하게 일어나 의자에 놓아둔 속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다. 검은색 비단실처럼 늘어진 머리타래가 새하얀 등에 대비돼 더욱 진해 보였다. 면으로 된 팬티를 입고 역시 하얀 브래지어의 후크를 채운 여자가 의자에 걸쳐 놓았던 헐렁한 잠옷을 뒤집어써서 입었다. 기다란 머리를 펄럭거리며 뒤를 돌아보며 간단하게 말했다.
“더 쉬세요.”
프롤로그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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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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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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