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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도시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서울 선언 2
김시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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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6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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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4.92MB)
ISBN 9788932966779
쪽수 5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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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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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맨 밑바닥을 산책하다!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가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넓혀 재개발이 예정된 불량 가옥과 성매매 집결지, 이름 없는 마을 비석과 어디에 놓여 있는지 찾기도 힘든 머릿돌들까지 살펴보며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수집해 들려주는 『갈등 도시』.

저자는 자신의 현 거주지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대서울을 차근차근 기록해 나간다. 총 20개의 답사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북쪽의 파주부터 남쪽의 시흥까지 서부를 훑는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이 하나, 종로구와 중구와 용산구를 깊게 들여다보는 ‘대서울의 한가운데’ 답사가 두 번째, 북쪽의 의정부부터 남쪽의 용인까지 서울 동쪽을 아우르는 것이 세 번째이다.

조선 왕조를 찬양하는 건축이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유산을 돌아보는 답사도 좋지만, 그것이 서울의 전부일 리는 없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구조물만이 서울의 역사를 말해 주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시민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이야기하며 이런 답사기야말로 표백된 서울이 아니라 진짜 서울의 역사를 만나는 시간임을 일깨워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20개 답사 코스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대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인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특정한 공간들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책을 쓰는 동안, 대서울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나머지 공간은 거의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재개발·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오늘도 공사 중이고, 지금 보는 것을 다음 달에는 보지 못할 수 있기에 신발 끈을 조이고 길을 나선다.
들어가는 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시민의 도시를 걸을까

제1장 대서울이란 무엇인가
대서울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입장들
〈경인(京仁) 메갈로폴리스〉의 탄생과 수도길
〈경인〉이라는 지명의 분포
부평 평야
서해 바다를 통해 이어지는 대서울
한강을 통해 이어지는 대서울과 평민의 신앙 〈부군당〉

제2장 도시 문헌학과 도시 화석
문헌학자처럼 대서울 걷기
도시 문헌학
도시 화석
머릿돌
튀어나온 철근
마을 비석, 기념비, 추모비
가게 간판

제3장 갈등 도시, 대서울을 걷다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
1 봉천동ㆍ신림동: 남서울과 대서울의 도시
2 상도동: 잠시 존재하는 풍경들
3 흑석ㆍ노량진ㆍ대방ㆍ신길: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동남부
4 영등포: 철도와 부군당
5 서울ㆍ부천ㆍ광명ㆍ시흥ㆍ안양의 경계에서: 대서울 서남부의 공업ㆍ군사 벨트
6 파주와 고양: 무게 중심의 이동
7 고양에서 가좌까지: 핫 플레이스 너머의 대서울
8 구파발 사거리에서 독립문역 사거리까지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의주로

대서울의 한가운데
9 해방촌: 비교 도시사와 삼문화 광장이라는 관점에서
10 종로 5ㆍ6가: 겨울, 피맛길에서
11 을지로: 서울 100년의 시층(時層)
부록 을지로의 풍경들
12 이태원, 보광동, 한남동: 신앙의 길

대서울의 과거ㆍ현재ㆍ미래
13 약수에서 길음까지: 집단 주택의 박물관
14 길음에서 창동까지: 묘지ㆍ철거민ㆍ공장ㆍ고층 아파트 단지
15 의정부: 변화하는 정체성
16 남양주: 천부교ㆍ원진 레이온ㆍ마석, 그리고 다산 신도시
17 강남 답사 전략: 농촌 강남, 영동 개발, 군사 도시
18 성남: 광주 대단지, 분당, 판교 세 도시 이야기
19 용인: 확장 강남의 남쪽 끝
20 의왕ㆍ군포ㆍ안양ㆍ과천ㆍ사당ㆍ방배ㆍ이수 : 대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

참고문헌

누군가가 시민들에게 보이기 싫은 것은 지우고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잘 정리해 놓은 모범적이고 청결한 답사 코스를 벗어나서 무작정 대서울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지난 백 수십 년간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 7~8면

이 책에서는 조선 시대 국왕ㆍ양반의 공간, 독립운동ㆍ친일 인사와 관련된 공간, 건축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빌딩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공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특정한 이들 공간들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책을 쓰는 동안, 대서울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나머지 공간은 재개발ㆍ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 10면

불교ㆍ유교ㆍ기독교만이 대서울의 종교가 아닙니다. 대서울 곳곳에서 널리 확인되는 부군당ㆍ도당 신앙, 제갈량과 관우 신앙, 녹번 고개 산골(山骨) 판매소의 토지신 신앙, 그리고, 대서울은 아니지만 경상남도 창원시의 가포 마을 신사도 현대 한국 시민의 당당한 신앙 형태입니다. - 57면

문헌학이라는 연구 방법을 가지고 대서울을 바라보면,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처럼 [세계는 거대한 도서관]으로 다가옵니다. 대서울에는 제가 읽고 해석할 대상이 무궁무진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간판, 머릿돌, 마을 비석, 공덕비, 추모 비, 벽보, 플래카드, 전단지, 깃발 등에 특히 관심을 두고 대서울을 걷습니다. - 64면

건물에 붙어 있는 머릿돌을 통해서 그 건물을 짓고 소유한 한국 사회 상층의 특성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슈퍼마켓이나 이발소ㆍ미용실 등의 간판을 통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중하층에 속하는 계급의 특성, 그리고 그 지역이 언제 만들어지고 번성했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 68, 69면

[굴다리 마─트]와 식민지 시대에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원효로 3가 51-9의 [Q마─트], 역시 부평의 일본군 군수 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산곡동 조선 영단 주택에 자리한 [뉴─백마 슈퍼] 등에는 장음 부호(─)가 보입니다. [다이야─몬드]와 같이 이런 장음 부호는 슈퍼마켓 주인분이 비교적 연륜이 있고 그 지역에 오래 거주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 93, 98면

아주 잠시 동안만 대서울의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 무수히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무수한 순간들의 아주 약간만이라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필사적인 안타까움을 품고, 저는 대서울을 걷습니다. - 137, 141면

80~90년 전에 식민지 당국이 만들어 낸 도시 구조가 오늘날까지 그대로 살아 있는 상황에서, 조선 총독부나 일식 가옥 같은 건물 몇 채를 철거하고는 [일제 잔재 청산]이라고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 146~147면

대서울을 답사하다 보면, 곳곳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을 둘러싸고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현대 한국 초기의 개발 방식이 21세기 초에도 답습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 152면

느릅나무 출판사의 대표인 드루킹 씨 등은 『송하비결』 및 천부교(전도관)에서 초기에 이용하던 『격암유록』이라는 예언서에 의거하여 파주 교하 지역을 자기 집단의 집단 정착지로 선택했다고 이야기됩니다. 천부교를 창시한 박태선 씨에게 『격암유록』과 부천 소사라는 선택받은 땅이 있었다면, 드루킹 씨에게는 『격암유록』과 함께 『송하비결』이 추가되었고 파주 교하라는 선택받은 땅이 있었다고 하는 유사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 205~206면

서울시와 대서울의 관계는, 좁은 의미의 런던과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의 관계와 같습니다. 서울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행정 구역인 서울시만 봐서는 안 되고, 서울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서울 근교 경기도 지역을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 213면

산골이란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할 때의 산골(山谷)이 아니라, 뼈를 다쳤을 때 먹는다고 하는 광물질인 산골(山骨)입니다. 이 산골은 녹번(碌磻)이라고도 불려서 이 지역을 산골 또는 녹번이라 부릅니다. 서울시가 광업 도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귀중한 장소입니다. - 231면

1968년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지어진 유진 상가의 필로티는, 북한군이 청와대를 공격하려 할 때 이를 폭파시켜서 길을 막을 수 있도록 일부러 얇게 만들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말산과 포방터 시장, 유진 상가 모두 서울이 군사 도시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 233면

고양시와 서울시의 경계에 자리한 이말산에서 전근대의 무덤과 군사 시설과 은평 신도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이들 시설을 서울시 외곽과 서울시 바깥의 경기도 곳곳으로 밀어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한국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적으로 존재하는, 이른바 [혐오 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청결]하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 238면

삼문화 광장이란 개념은 아스테카 시대, 스페인 식민지 시대, 멕시코 시대의 세 건물이 한눈에 보이는 멕시코시티의 [삼문화 광장Plaza de las Tres Culturas]에서 빌려 온 것입니다. 사대문 밖 서울시 대부분의 지역에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물ㆍ유적을 거의 찾을 수 없으며, 식민지 시대인 20세기 전기, 광복 이후부터의 20세기 후기, 21세기 전기의 세 시대가 이들 대부분 지역의 시간의 지층, 즉 시층을 이룹니다. - 249, 250면

이미 망한 지 100년이 지난 나라의 왕족 사당에 대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시민이 왜 신성함과 존엄성을 지켜 주어야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조선 왕조가 망한 뒤에도 조선의 왕족들은 새로 마련된 이왕직관제(李王職官制)에 따라 비교적 우대받았으니, 식민지 치하에서 고통받은 민중들과는 그 처지가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랬기에 1919년 3월 1일의 독립 선언을 거쳐 4월 11일에 수립된 조선인들의 임시 정부는 그 이름을 [대한제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한 것입니다. - 267~268면

지난 군사 정권 시절 영등포와 구로 공단의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공장의 소유자와 정부는 『환단고기』로 대표되는 사이비 역사학의 신봉자들로 하여금 노동자들에게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설파하게 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근로자와 사용자가 협력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이 쌓아 올린 공포의 탑(재개발)이 무너지고, 재개발의 잔치 빚은 늘어만 가는 위중한 이때 우리 조합의 대의원들은 지금 북한의 핵이나 경주 지역의 지진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자신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 한국 시민이 북한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여긴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만, 그러한 한국 시민의 심리를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 주는 벽보를 발견하게 되어 감탄했습니다. - 350면

마석 가구 단지에 답사 갔을 때 그곳의 화장실 흡연을 금지하는 정약용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약용은 흡연을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지요. 한문학자 안대회 선생은 『담바고 문화사』에서 정조와 정약용이 담배를 매우 사랑한 사람들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남양주시와 다산 정약용의 관계를 그 행정 구역의 이미지가 원래의 역사적 맥락과는 무관하게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지는가를 잘 보여 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395면

식민지 시대에는 대서울 동남쪽의 용인 지역이 이른바 [대일본 제국]의 새로운 수도가 될 뻔했고, 6ㆍ25 전쟁 때에는 대서울 서부의 부평이 새로운 수도가 될 뻔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용인 역시 신도시ㆍ택 지 지구가 잇따라 개발되어 [확장 강남]의 일원이 되기 100년 전 부터 대서울의 일부였다고 하겠습니다. - 455면

현대 서울의 역사는, 서울이 발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서울 시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간주되는 수많은 시설과 사람들을 경기도로 밀어낸 역사입니다. 청계천 변 등 서울 곳곳의 빈민촌에 살던 10여만 명을 지금의 성남 원도심인 광주 대단지에 보낸 것이 그러하고, 서울시에서 사용할 화장장을 고양시 덕양구에 세운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서울 시민들은 이러한 역사를 잊지 않고, 부채 의식과 책임감을 지녀야 합니다. - 459면

용인시 기흥구 어정의 한센인 정착촌 [동진원]이 가구 단지를 거쳐 신도시가 되자, [동진원]이라는 이름은 떨어져 나가고, 공원 가운데에는 조선 국왕 세종을 기리는 비석이 섰습니다. 21세기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 미화, 역사 만들기가 이렇게 분명하게 이루어진 현장을 보니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근현대의 가난한 자ㆍ약자들은 지워지고, 봉건 시대의 지배층은 끊임없이 소환됩니다. - 463~464면

서울, 배제와 추방의 역사

사대문 안 [조선 양반 문화] 중심의 답사를 거부하고, [근현대 서민 문화]를 중심에 둔 답사기로 큰 주목을 받은 『서울 선언』(2018)이 시즌 2로 돌아왔다.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의 신간 『갈등 도시』는 이제 스케일을 키워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넓힌다.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그의 답사 대상은 고궁이나 문화유적이 아니다. 재개발이 예정된 불량 가옥과 성매매 집결지, 이름 없는 마을 비석과 어디에 놓여 있는지 찾기도 힘든 머릿돌이다.
『갈등 도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심지어 부제는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내부적으로도, 경계를 맞댄 주변 도시들과 그 도시들 간에도 갈등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이해 충돌과 부자 동네와 못 사는 동네를 편 가르는 지역 간 반목이 두드러진다. 어느 재개발 지역의 벽보에는 [북핵]이나 [경주 지진]보다 당장의 재개발 문제가 시급하고 위중하다고 쓰고 있거니와, 분당 시장 인근 화장실에서는 성남 시민들을 향해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망언에 버금가는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 발견된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저자는 현대 서울의 역사를 배제와 추방의 역사로 이해한다. [서울이 발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서울 시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간주되는 수많은 시설과 사람들을 경기도로 밀어낸 역사]라는 것. [서울 곳곳의 빈민촌에 살던 10여만 명을 지금의 성남 원도심인 광주 대단지에 보낸 것이 그러했고, 서울시에서 사용할 화장장을 고양시 덕양구에 세운 것]이 그러했다. 혐오 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청결]하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지대에 빈민촌과 화장터, 사이비 종교 시설, 군부대가 몰려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배제와 추방은 비단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대상들, 즉 빈민과 한센인, 혐오 시설과 군사 시설만 쫓겨난 것이 아니었다. 재개발이나 국가 정책에 의해 내몰리기 전까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서민·시민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송두리째 지워져 왔다. 그렇게 서민·시민들의 역사가 지워진 자리에는 조선 시대 왕과 사대부의 문화(지명, 기념비, 건축물)가 거듭 소환되고, 새로운 역사 미화가 벌어진다. 저자의 표현 그대로 이것은 [기억의 전쟁이자 계급의 전쟁]이다. 저자가 굳이 이 전장에 뛰어들어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서울과 도시 문헌학

어떤 면에서 『갈등 도시』는 저자가 자신의 작업에 이름 붙인 그대로 [도시 문헌학]의 출발을 알리는 저술이다. 전작 『서울 선언』에서 아이디어로 제시했던 몇몇 개념들이 보다 명료해졌고, 도시 답사를 위한 방법론도 꼴을 갖추었다. 먼저 이 책은 좁은 의미의 [서울시]와 확장된 서울로서의 [대서울Greater Seoul] 개념을 구분한다. [서울시의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이 주변 도시들로 확산되고 서울시와 주변 도시들이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현실에서, 서울의 범위를 서울시의 행정구역으로 한정해서는 서울의 본질을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울 답사기가 아니다. 부평과 부천, 1·2기 신도시와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주민의 수가 많은 경기도 도시들까지 답사 범위를 아우르는 [대서울 답사기]다.
또한 저자는 고고학자가 절벽의 단면을 통해 지층을 탐구하듯, 대서울이 성장하고 변화해 온 시층(時層)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을지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기, 20세기 후기, 21세기 초에 만들어진 건물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다. 일종의 [삼문화 광장]이다. 이런 광경은 유서 깊은 대도시에서는 흔하며, 그 자체로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증언해 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런 시층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건물의 건축 양식, 길의 형태, 머릿돌과 비석, 간판, 팸플릿?벽보?플래카드, 점집 깃발 등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다. 저자는 이것들을 [도시 화석]이라고 부른다. 머릿돌을 통해 한 거리의 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도 있고(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부근의 1970~80년대 빌딩 머릿돌), 가게 간판을 통해 그 지역의 상권 변화를 추적할 수도 있으며([단국대 개골목]의 철물점 간판), 벽보와 낙서를 통해 당대의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를 추적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론과 문제의식을 무장한 채 저자는 현 거주지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대서울을 차근차근 기록해 나간다. 총 20개의 답사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북쪽의 파주부터 남쪽의 시흥까지 서부를 훑는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이 하나, 종로구와 중구와 용산구를 깊게 들여다보는 [대서울의 한가운데] 답사가 두 번째, 북쪽의 의정부부터 남쪽의 용인까지 서울 동쪽을 아우르는 것이 세 번째다. 20개 답사 코스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대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인 즐거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문헌학자의 [불온한] 도시 걷기

이 책은 1995년 서총련이 청와대로 진격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른 당시 대학생이던 저자를 다짜고짜 경찰버스에 싣고 끌고 갔던 일화로 시작한다. 20년 뒤 저자는 한 문헌에서 16세기 일본의 패권자 오다 노부나가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젊은 귀족에게 내린 지시를 읽게 된다. [특별한 용건 없이 마을과 골목길을 배회하는 것을 엄히 금한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힘 있는 자들은 대체로 시민들이 자신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산책은 자신이 사는 도시의 맨 밑바닥을 바라보게 하고, 그로써 인간을 정치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

모범적이고 청결한 답사 코스를 벗어나서 무작정 대서울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지난 백 수십 년간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빈민촌이 해체되면서 도시 곳곳에 숨어든 빈민들을 발견하고, 공장과 성매매 집결지와 한센인 정착촌이 고층 아파트 단지에 떠밀려 대서울의 외곽으로 쫓겨나고 (…) 식민지 시대 공간과 달동네를 밀어 내고는 박물관 안에 그 공간을 어설프게 재현해 놓은 황당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답사하고 나면, 더 이상 예전처럼 정치적으로 순진무구하게 대서울을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 본문 7~8면

위대한 조선 왕조를 찬양하는 건축이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유산을 돌아보는 답사도 좋지만, 그것이 서울의 전부일 리는 없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구조물만이 서울의 역사를 말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시민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의 맨 밑바닥]을 산책하는 이 책은 [불온]하다. 하지만 이런 답사기야말로 표백된 서울이 아니라 진짜 서울의 역사를 만나는 시간이다.
저자의 마음은 조급하다. 특정한 공간들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책을 쓰는 동안, 대서울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나머지 공간은 거의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재개발·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다. 대치동 구마을, 마천·거여, 부평, 의주로 등은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서울은 오늘도 공사 중이고, 지금 보는 것을 다음 달에는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신발 끈을 조인다. [아주 잠시 동안만 대서울의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 무수히 많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저자의 발걸음이 무뎌지지 않도록, 그의 답사 프로젝트가 멈추지 않도록 독자들이 새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김시덕

문헌학자이자 서울 답사가. 1975년생으로 잠실과 반포에서 10대와 20대를 보낸 서울 토박이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를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 연구 자료관(총합 연구 대학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HK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에서 출간한 저서 『이국 정벌 전기의 세계(異?征伐?記の世界)』(笠間書院, 2010)로 30년 넘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대외 전쟁』(열린책들, 2016)으로 번역 출간되었고 2017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전쟁 담론 형성의 도구로서 문헌의 역할을 조명한 후속 연구서 『전쟁의 문헌학』(열린책들, 2017) 또한 2017년 세종도서 학술 부문에 선정되었다. 특히, 2018년에 출간된 첫 대중서 『서울 선언』(열린책들, 2018)은 기존 조선 왕조·사대부 중심의 답사에서 탈피해 현대 서민 문화를 중심에 둔 답사기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2018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되었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 『임진왜란 관련 일본 문헌 해제?근세편』(도서출판 문, 2010), 『그들이 본 임진왜란』(학고재, 2012), 『교감 해설 징비록』(아카넷, 2013),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메디치미디어, 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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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갈등 도시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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