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마왕의 연인

호연지기 지음

퍼플 2012년 05월 0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양아버지의 폭력과 도박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 효은은 동생을 안고 탈출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불행인지 차에 치이게 되고 차주인 연진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연진의 오빠인 준헌은 kk제과의 사장으로 얼음마왕이라고 불릴만큼 차갑고 자기중심적이며 배타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효은 남매는 유기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효은에게 냉대와 무시로 일관해 온 그는 어느새 자신의 심장이 다시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본문 중에서>

오늘 집주인 아저씨는 자신과 눈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었다. 예쁘게 꾸미면……조금은 사람으로 봐주지 않을까,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조금은 사람으로……조금은 여자로 봐주지 않을까?
바보 같은 생각이 들어 효은은 머리를 털었다. 하루 종일 서 있을 때는 몰랐지만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데다 방금 전의 접촉사고(?)로 효은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결국 마당을 지나 집 앞에 다 왔을 때 자갈사이에 구두굽이 끼어 효은은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이번엔 집주인이 받아줄 새도 없이 혼자 넘어져 무릎이 까져 피가 나고 말았다. 다시는 하이힐 따위는 신지 않으리라. 아픈 것보다 집주인 아저씨 앞에서 넘어졌다는 사실이 더 창피했다. 아이까지 안아줬으면 됐지 너까지 안아야 하냐는 표정으로 넘어진 효은을 담담히 내려다보는 준헌과 민망해하는 효은의 눈이 먼발치에서 잠깐 맞부딪혔다.
“조심해야지.”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 일단 문이나 열어 봐.”
“예, 사장님.”
이불을 깔고 진우를 눕힌 준헌은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효은의 인사를 받지도 않고 뒤채를 나갔다가 몇 분 뒤 다시 나타났다. 준헌의 손엔 구급상자가 들려 있었고 그는 다른 한 손으로 효은의 치마를 가리키며 이런 말을 했다.
“그것 좀 벗어 봐.”
“예?”
효은은 갑자기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 들어 눈이 동그래졌다. 치마를 벗으라고?
“예?”
“스타킹 벗으라고. 구멍 났잖아?”
“아, 예.”
화장실에 들어가 스타킹을 벗고 나온 효은은 구급상자 안에서 소독약을 꺼내고 있는 준헌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하겠다는 효은을 굳이 앉히고는 약솜에 소독약을 묻히고 있는 집주인의 얼굴을 마음 놓고 바라보는 중이었다. 깎은 듯 오똑한 콧날과 꽉 다문 입술은 강인해보였지만 손가락은 굉장히 길고 섬세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효은은 준헌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내렸다.
앞에 앉은 집주인은 모든 걸 다 갖춘 어른이고 자신은 이제 막 성인이 된 무기력한 가출소녀였다. 어느 틈엔가 생판 남인데도 이렇게 도움을 받으며 폐를 끼치는 것이 버릇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자꾸 도움을 받게 되면 의지하고 싶어질 것 같았다.
가난한 사람과는 상종도 안하는 집주인아저씨였다. 민사장님이 효은 그녀에게 관심 있어 하는 것을 지켜보며 내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친한 친구가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어린 가정부와 혹시라도 엮일 까봐 불안해서였을 것이다. 집주인의 눈엔 효은은 여전히 ‘기생충’, ‘유기견’, ‘가정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테니까. 예쁘게 꾸민다고 가정부가 ‘공주’가 될 순 없는 법이니까……. 동화라면 모를까, 현실에서 왕자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진짜 공주님이여야 하니까.

목차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작가정보

저자(글) 호연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