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 김승철 희곡
2020년 12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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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8812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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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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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남자'.
어느 날 '남자'는 집에서 보지도 않는 TV 요금이 이체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통신사에 문의를 하려한다. 복잡한 절차를 반복해야 하고, 대기 시간마저 긴 ARS 시스템으로 인한 짜증을 견뎌가며 통화를 시도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자'는 회사의 프로젝트 업무로 시달리는 중이다. 자신의 의견은 묵살된 채 '과장'의 독단적인 지시로 동일 업무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그 와중에 결혼을 앞둔 '여자'와의 결혼준비에 차질이 생겨 더욱 난감해진다.
'남자'는 일주일쯤 전부터 느껴지기 시작한 복부의 이상증세가 심해져 더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찾는다. 초음파 검진한 영상을 토대로 '남자'와 문진을 한 '의사'는 '남자'의 위와 소장에 오랫동안 소화되지 못하고 굳어버린 음식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을 말한다. '의사'는 '남자'에게 빠른 시일 안에 입원해 정밀 검진할 것을 권한다.
'남자'는 수차례 짜증나는 ARS 과정을 반복한 끝에 겨우 '상담원1'과 통화를 하게 된다. '상담원1'은 셋톱박스 신호 등의 기록을 증거로 '남자'가 정상적으로 TV를 시청하고 있다고 안내하나, '남자'는 셋톱박스도 없고 TV도 시청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거듭 주장한다. '남자'는 '상담원1'의 대리점 확인 약속을 받은 후 통화를 끝낸다.
수시로 엄습하는 복통과 다시 번복된 '과장'의 업무 지시로 지쳐갈 무렵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원시 샤머니즘과 SF 분위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카페에서 '남자'는 카페 분위기만큼 독특한 삶을 사는 '선배'를 만난다. '남자'와 선문답 같은 대화를 나누던 '선배'는 '남자'에게 가볍게 살 것을 권하며 카페에 흐르는 원시적 느낌의 일렉트릭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춘다.
다음날 연락이 온 대리점 '지점장' 역시 계약서와 전산상의 기록을 근거로 '남자'는 TV를 보고 있는 사람이라 규정한다. '남자'는 거듭 셋톱박스도 없고 TV도 보지 않는 게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기록만 믿지 말고 직접 집을 찾아와 확인해보길 부탁한다.
'남자'는 병원 검진을 위해 '과장'에게 연차를 허가받으려 하나, '과장'은 재차 업무만 재촉할 뿐 '남자'의 말을 묵살해버린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 자신의 몸의 증세를 밝히고 입원 예정임을 알린다. 대화중에 '남자'가 통신사와의 갈등을 얘기하자, 결혼 준비에 대한 걱정으로 예민해진 '여자'는 '남자'의 비현실적 태도에 대해 화를 낸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TV를 보는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과 자신은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며, 따라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호소한다.
악몽에 시달리고 다음 날 출근한 남자는, 복부의 통증을 참아가며 또다시 짜증나는 ARS 과정을 반복해 '상담원2'와 통화한다. 똑같은 내용의 상담 과정을 반복하는 '상담원2'에게 '남자'는 전산상의 기록만 보고 진실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누구든 직접 눈으로 보고 자신의 집에 셋톱박스도 없고 TV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줄 것을 절실히 호소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남자'는 카페를 찾아가 '선배'에게 '말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토해내듯 떠들어대다 오열한다. '선배'는 일렉트릭 음악에 몸을 맡기는 '남자'를 침묵으로 응시할 뿐이다.
입원을 해 정밀검진을 한 결과, '남자'의 병의 원인은 밝히지 못했으나 굳은 음식으로 인해 장내에 출혈이 있음을 확인하고 서둘러 수술을 결정한다.
병원 옥상에 오른 '남자'에게 공항에서 전화를 걸어온 '선배'는 '길'을 찾아 다시 떠나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남자'는 통신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거듭 자신은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남자'는 똥(소화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은 채 장을 채우고 있는 음식물)을 싸고 나면, 몸이 가벼워져서 자신도 날 수 있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옥상 난간에 올라선다.
두 팔을 벌리고 위태롭게 바람을 맞고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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