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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알마

2015년 06월 04일 출간

종이책 : 2014년 06월 02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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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81MB)
ECN 0102-2018-000-002634470
쪽수 4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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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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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서 기품 있고 우아한 글쓰기로!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 고종석의 글쓰기 직강 『고종석의 문장』.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열두 차례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된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 중 앞의 여섯 강의를 녹취·정리한 책이다. 여타 글쓰기 책들이 자잘한 작문 테크닉과 실천적 조언에 몰두하는 것에 반해, 고종석은 그것이 글쓰기 기술의 일부임을 분명히 하며 공학적 측면을 넘어선 글쓰기 기술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책은 크게 ‘인문 교양ㅡ글쓰기 이론ㅡ글쓰기 실전’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문 교양’에서는 품격 있는 글쓰기의 배경이 되는 교양 지식을 다루고, ‘글쓰기 이론’에서는 실제 글쓰기 기술과 관련된 원리 및 이론을, ‘글쓰기 실전’에서는 실제 기술의 적용을 정리한다. 특히 그는 ‘교양’과 ‘지식’을 좋은 글쓰기의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우는데, 이는 ‘글쓰기 비법’류의 견해들이 간과하는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며,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정직하게 되묻는다.
고종석은 ‘생각의 소통’을 글의 가장 첫째가는 존재 이유로 꼽는데, 이때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글의 ‘명료함’이다. 명확하지 않은 글은 독자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글을 명료하게 해주는 구체적인 조언을 여럿 제시한다. 가령, ‘접속부사를 빼면 문장에 힘이 생긴다’, ‘주어/목적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등의 원칙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어, 독자들은 정확한 한국어 지식에 바탕을 둔 글쓰기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강 글은 왜 쓰는가?
2강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Ⅰ
3강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Ⅱ
4강 JS느님, SNS를 부탁해!
5강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6장 고종석과 함께하는 작문 수업

1강 글은 왜 쓰는가?
글쓰기는 수학이나 음악과는 다릅니다. 음악이나 수학은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다릅니다. 물론 말에 대한 감각, 말을 다룰 줄 아는 능력 같은 게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고 생각하는데, 음악이나 수학과 달리 이건 충분한 훈련이나 연습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_40쪽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글이 나아집니다. 특히 산문가들의 경우에 그렇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의 경우 말입니다. 그렇다는 건 글쓰기가 재능에 달린 게 아니라 많은 부분이, 압도적 부분이 훈련에 달려 있다는 걸 뜻하는 것입니다. 재능도 필요하지만,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말입니다._42쪽

흔히 좋다는 글을 많이 베끼고 그러잖습니까? 저는 그게 글쓰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해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겠습니다. 혹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것보다는 그 시간에 자기 글을 쓰고, 무엇보다도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_43쪽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주 간결한데, 저는 이 첫 문장에 반해서 〈이방인〉을 읽었습니다. 꼭 길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인상 깊은 글을 쓰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인상을 주고 싶다면 첫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보석 같은 문장을 중간에 넣어놓으면 별 소용이 없습니다._61쪽

글이라는 건 일단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글에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논리 없이는 의사소통이 안 될 테니까요. 글에 논리가 있어야 독자가 그 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그런데 논리학만 있어서는 사람들이 그 글을 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글이 잘 읽히기 위해서는 화장을 좀 해야 합니다. 그걸 수사학이라고 합니다._71쪽

논리에 어긋나는 문장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납니다. 자유자재로 논리와 수사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에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논리를 골라야 합니다. 심지어 문학작품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_76쪽

강좌 개설 직후 전석 마감!
회사원, 주부, 대학생은 물론
작가, 기자, 편집자들의 열띤 호응.
전2권 기획의 첫째 권.

당대의 문장가 고종석의 글쓰기 직강!

기획 의도

테크닉을 넘어서 기품 있는 글쓰기로
현대 사회에서 기술자의 이미지는 ‘장인’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깝다. 즉 어떤 기술의 실천이 전인적인 배경에서 이루어진다기보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만으로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학적 상상력은 기계 문명의 개가를 타고 전 분야에 걸쳐 넘실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전문 공식만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공학일 수 없고, 연애가 공학일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에 관련된 기술은 끝내 엔지니어링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 《고종석의 문장》(이하 《문장》)은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으로, 공학적 측면을 넘어선 글쓰기 기술의 심원한 풍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강연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열두 차례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이 책은 앞의 여섯 강을 정리한 것이며, 둘째 권은 뒤의 여섯 강을 묶어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고종석은 매 강연의 절반 이상을 인문 교양과 언어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할애했다. 이는 좋은 글쓰기가 글쓰기 자체의 전문 지식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중에 쏟아지는 숱한 글쓰기 책들은 자잘한 작문 테크닉과 실천적 조언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종석은 그것이 글쓰기 기술의 일부임을 분명히 하며, 교양과 지식을 좋은 글쓰기의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운다(“글쓰기는 분명히 말을 다루는 재주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교양과 지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 언어학의 주요 개념 및 이론, 한국어의 언어학적 특징, 한글의 원리와 의미, 근현대 역사, 정치/시사 상식 등 핵심 교양 강의가 요령 있게 이루어진다. 이는 이른바 ‘글쓰기 비법’ 류의 견해들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며,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정직하게 묻는다.

글쓰기의 두 기둥, 논리와 수사
이 책에서 한 강講의 구성은 다음과 같은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인문 교양 - 글쓰기 이론 - 글쓰기 실전. “인문 교양” 파트가 품격 있는 글쓰기의 배경이 되는 교양 지식을 담고 있다면, “글쓰기 이론” 파트는 실제 테크닉과 관련된 원리 및 이론, 그리고 “글쓰기 실전” 파트는 실제 테크닉의 적용을 다룬다. 즉 교양 지식에 대한 강조와 함께 실전적인 조언이 이 책의 다른 두 축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종석은 글쓰기 혹은 문장 자체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이 당대의 문장가는 언뜻 보기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 즉 “글에는 일단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에 논리가 없으면 명확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으면 독자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종석이 보기에 글의 가장 첫째가는 존재 이유는 ‘생각의 소통’이다. 그가 글의 영향력을 회의해 절필 선언한 사실을 고려해보면(“글은, 예외적 경우가 있긴 하겠으나, 세상을 바꾸는 데 무력해 보였다”, 〈한겨레〉, 2012. 9. 24.), 이는 여간 무게감 있는 견해가 아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한국어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다음과 같은 과감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논리와 수사 둘 중에서 만약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논리를 골라야 합니다. 심지어 문학작품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76쪽)

논리성은 모두가 알고 있는 글쓰기의 기본이지만,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다. SNS 글쓰기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고종석은 논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쓰기의 밑돌을 묵직하게 내려놓는다.
그가 글쓰기의 실제에서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수사修辭다. 사실 고종석은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을 비롯한 일련의 한국어 크로키 저술에서 독보적인 한국어 표현력을 보여준 바 있다. 기품 있고 우아한 비유, 재치 있는 표현, 적확한 어휘 사용 등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이 책 《문장》에서 “수사학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글을 윤기 있게 만드는” 수사의 역할을 조명한다. 특히 그는 수사학을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명료함’의 측면에서도 바라보는데, 이는 그가 글쓰기에서 ‘생각의 소통’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고려할 때 퍽 인상적이게 다가온다.

저는 수사학도 어떤 명료함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눈〉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화자가 “시몬” 하고 부릅니다. “시몬, 눈雪은 네 목처럼 희다./시몬, 눈은 네 무릎처럼 희다.” 시몬은 여자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 화자의 연인입니다. … 보통이라면 ‘네 목은 눈처럼 희다, 네 무릎은 눈처럼 희다’라고 했을 텐데 ‘눈은 네 목처럼 희다, 눈은 네 무릎처럼 희다’라고 본 관념과 보조 관념을 도치시켜서 시몬의 목과 무릎이 얼마나 하얀지를 아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나요? (79쪽)

한국어다운 글쓰기란 무엇인가
고종석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어에 애정을 가지고 수많은 책을 탐독해왔으며, 또한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언어학자이기도 하다. 이는 곧 그가 정확한 언어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어, 그리고 한국어다운 글쓰기를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한국어의 특징을 이론적으로 분명하게 포착하여 설명한다. 이를테면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인 소쉬르의 시니피앙/시니피에 개념을 경유하여 한국어에 의성어와 의태어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또 한 시대를 풍미한 언어학자 사피어와 워프의 언어결정론을 전제한 후 한국어 색채어휘의 풍부함에 감탄하는 식이다. 한국어의 특징에 주목하되, 이를 객관적인 언어학의 지형에서 성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국어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물론, 그 나름의 한국어 문장을 짜는 데에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다른 한편, 이 책에는 글을 명료하게 해주는 매우 구체적인 조언이 여럿 제시된다. 몇 가지 유용한 원칙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접속부사를 빼면 문장에 힘이 생긴다.
○ ‘-적的’과 ‘의’는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다.
○ 복수 표현 ‘들’을 남용하지 마라.
○ ‘~ㅁ/음으로써’는 ‘~아/어’로 고치는 것이 좋다.
○ ‘~하는 이유는 ~ 때문이다’는 명백한 오문이다.
○ 단위를 나타내는 불완전명사는 뒤로 빼라.
○ 주어/목적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이 원칙들은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되며, 또 구체적인 사례 위주라 이해하기 쉽다. 특히 ‘~해라’ 식의 독단적 조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차근차근 언어학적인 설명을 해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독자들은 수많은 실전 사례를 통해 난삽했던 문장이 얼마나 간결하게 변화되는지 직접 확인하며, 정확한 한국어 지식에 바탕을 둔 글쓰기의 힘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2강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Ⅰ
한국어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굉장히 발달한 언어입니다. 사실 우리가 아는 외국어들에는 의성어는 제법 있어도 의태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허우적허우적, 너울너울, 둥실둥실 같은 의태어를 외국어로 옮기기는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이 말들에선 어떤 소리가 연상되는 게 아니라 모양이 연상됩니다. 이런 말들이 외국어에는 드물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언어학 용어에도 의태어에 해당하는 말이 없습니다. 의성어에 해당하는 말이 onomatopoeia인데, 한국어에 대입한다면 의성어와 의태어를 함께 가리킨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_104쪽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합니다. 단어를 많이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매우 발달한 언어입니다. 음성상징이 매우 발달한 언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원을 버리지 말고 한껏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한껏 사용하더라도 적절한 자리에서 사용해야겠지요.(웃음) 그러면 문장이 한국어다워집니다._104쪽

보통의 자연언어라면 색채어휘가 아주 많아 봐야 열 개 남짓 정도입니다. 그것도 본디 색채어휘가 아니라 어떤 빛깔을 지닌 대상을 빌려와 표현한 말까지 포함해 그 정도라는 겁니다. 반면에 한국어의 색채어휘는 수백 개에 이릅니다. 물론 이 사실이 한국어 화자가 다른 언어 화자보다 빛깔을 수십 배 더 섬세하게 구분해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피어-워프 가설은 틀린 이론이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빛깔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한국어 화자에게 커다란 복입니다._111쪽

일부 극단적 국어순수주의자들, 순혈주의자들처럼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를 하나도 쓰지 말자고 결심을 하게 되면, 여러분들은 단 30초도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가 다 그렇습니다. 사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말도 일본 사람들이 만든 한자어입니다. 이런 말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주장, 곧 ‘언어민족주의’라는 말도 일본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언어’ ‘민족’ ‘주의’ 모두 일본 사람들이 유럽어를 번역하면서 만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제든 중국제든 한자어를 쓰지 말자는 것은 입 다물고 살자는 뜻입니다._114쪽

글에서 접속부사는 없으면 없을수록 좋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접속부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엔 빼는 것이 훨씬 좋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글이 간결해 보이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어떤 긴장감이 생깁니다. … ‘그리고’ ‘그래서’ 같은 순접 접속부사는 십상팔구 없애는 것이 좋고, 심지어 ‘하지만’ ‘그렇지만’ ‘그러나’ 같은 역접 접속부사도 빼는 것이 더 깔끔할 때가 있습니다. 빼도 말이 된다 싶으면 접속부사는 빼버리세요._117~118쪽

‘적的’이란 말은 일본 사람들이 영어 접미사 ‘-tic’을 ‘데키的’라고 번역한 걸 우리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써야만 할 때도 있지만, 뺄 수 있다면 빼십시오. 뺄 수 있는데도 ‘-적’을 쓰면 한국어다움을 잃습니다._119쪽

접미사 ‘-적的’ 못지않은 한국어의 적敵이 관형격 조사 ‘의’입니다. 개화 이후 일본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어는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영향 가운데 바람직하지 않은 것 하나가 ‘의’의 남용입니다. … ‘의’가 거듭 반복될 때는 대체로 하나나 둘을 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스위스의 호수의 빛깔의 아름다움’은 ‘스위스 호수 빛깔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해야 한국어답습니다._123쪽

글이라는 건 사실 말과 다릅니다. 아주 정교한 생각을, 아주 섬세한 생각을 입말로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그건 우리가 인정해야 합니다. 이오덕 선생은 그런 걸 인정하지 않았어요. ‘글은 말하는 그대로 써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건 말이 안 되는 말씀을 하신 겁니다.(웃음)_125쪽

아무튼 ‘헤겔에 있어서의 노동의 개념’, 이건 최악의 한국어입니다. 한국어답게 고치자면 뭐가 될까요? 우선 ‘에 있어서’ 이런 건 필요 없는 말입니다. 그 뒤의 ‘의’도 필요 없는 말입니다. ‘헤겔의 노동개념’이라고 쓰면 딱 맞습니다. 얼마나 깔끔해요?_126쪽

문법은 바뀔 수 없는 철칙이 아닙니다. 문법학자가 옳다고 하는 대로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말을 하면 문법학자가 그 말의 원리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를 그 앞의 관형어 없이 그냥 썼다 해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나름’이 부사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름 행복해’ ‘나름 잘 하고 있어’, 이렇게 말입니다. 저는 아직 이렇게 부사로 쓰는 건 마음에 걸리지만, 언젠간 표준 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_136쪽

관형사 ‘그’의 남용은 압도적으로 유럽어 정관사 때문에 한국말에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지워버리세요. 예컨대 ‘나는 그날 밤 누구랑 싸웠다. 그 이튿날에는’, 여기서 ‘그’는 필요 없습니다. ‘이튿날에는’, 하면 충분합니다._142쪽

3강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Ⅱ
‘문화文化’라는 말은 영어 culture를 일본 사람들이 文化라고 번역한 것이 우리말에 수입돼 우리식 발음으로 읽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문화는 일본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닙니다. 그것은 명백한 한국어입니다. 文化를 ‘문화’라고 읽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한국어 사용자들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글에서 한자어를 쓰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을 지닐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한자어는 우리말입니다. 명백한 한국어입니다. 사실 한자어를 전혀 안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우리는 두세 문장도 쓰기 어려울 겁니다._160쪽

‘한 생명을 잉태하다’라는 표현은 자연스럽지만, ‘한 목숨을 잉태하다’라는 말은 부자연스럽습니다. 이렇게 ‘목숨’과 ‘생명’은 비록 유의어라고는 할 수 있을지라도, 서로 교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목숨’만 필요한 게 아니라 ‘생명’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명백히 서로 교환할 수 없는 유의어쌍은 드물지 않습니다._165쪽

동의중복 표현은 허용돼야 할까요? 저는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른 말’에 집착을 보이는 이들은 이런 표현들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역전앞’은 ‘역전’이라 말해야 하고, ‘피해를 입다’는 ‘해를 입다’라고 해야 하고, ‘유언을 남기다’는 ‘유언을 하다’라고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분들은 어떤 단어나 표현이 옳은지 그른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들은 그 언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언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걸으면 길이 되듯, 사람들이 하면 말이 됩니다._168쪽

정치적 올바름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새 단어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예전에 쓰던 단어의 이미지가 새 단어에 금방 그대로 달라붙습니다. 몇 년만 지나면 똑같아집니다. ‘형무소’를 ‘교도소’라고 부른다고 해서 ‘교도소’의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좌파들은 그런 정치적 올바름을 위선이라고 비판합니다.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실제 환경을 개선해야지, 말하자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환경을 개선해야지, 이름만 바꿔 부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름만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예를 갖춰서 부르면 이건 속임수라는 겁니다. 이 견해는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습니다. 이름만 바꿔 부르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실천하는 건 말이나 글에 기품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 원칙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실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_176쪽

한국어나 영어에서는 따옴표를 “ ”이렇게 쓰는데 독일에서는 ” “ 이렇게 쓰는 거 아세요? 반대죠. 스페인의 구두점 사용법도 재미있습니다. 스페인어 문장에서는 물음표를 ¿ ? 이렇게 두 번 붙여요. 문장 뒤에 하나 붙인 다음에 문장 앞에도 ¿를 붙여요. 숫자 표기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는 천 단위마다 쉼표를 찍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처럼. 그런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쉼표 대신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 대신 소수점을 쉼표로 표시하죠. 영미나 우리와 반대예요. 이렇게 언어마다 구두점을 찍는 것이 다 다릅니다._185쪽

유럽 도시들, 특히 독일이나 북유럽 도시들의 거리에서는 장애인들을 아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 장애인이 없겠습니까? 한국 산업재해율이 세계 제일입니다. 6?25전쟁, 베트남전쟁 때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다쳤습니까? 지금 서울에 장애인이 안 보인다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굉장히 압제적인 도시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압제는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동료 시민들이 하는 거지요. 동료 시민들의 눈길이 불편해서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는 겁니다._206쪽

4강 JS느님, SNS를 부탁해!
랑그라는 건 사회적 약속이고 우리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는 반면, 파롤은 자기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을 하다 보면, 잘못 말하는 수도 있고, 제가 예로 든 것처럼 갈 갈 갈 갈 하다가 칼이 됩니다. ‘칼’의 중세 형태‘갈’은 현대어 ‘갈치’라는 말에 남아 있습니다. 갈치는 원래 칼처럼 생겨서 이름 붙은 것인데, 아직 ‘갈치’는 ‘칼치’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끔 칼치라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그게 결국 칼치로 변할지 안 변할지는 모르겠어요. 아직은 갈치가 표준어입니다._234쪽

어떤 두 사람이 만나서 자기들 언어로 얘기를 하는데 의사가 소통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언어와 방언을 구분 짓는 것은 의사소통 가능성입니다._238쪽

제주 방언이란 말은 사실은 정치적으로 오염된 표현입니다. 아시겠죠? 그러니까 실제로 제주어는 한국어와 다른 언어인데, 만약에 제주도에서 쓰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른 언어라고 하면 국민통합에 치명적 지장이 생깁니다. 골치 아픈 문제죠. 그래서 정치적 고려로 제주어는 한국어의 한 방언이다, 하고 넘어가는 겁니다._241쪽
SNS에선 특히 글쓰기 능력보다 글쓰기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꼭 지적해야겠습니다. 익명으로 계정을 만들 수가 있으니, 말을 함부로 하게 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멘션창에 들어가 욕설을 한다거나, 약자들을 비하한다거나 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됩니다. 이건 표현의 자유 이전에 기품의 문제입니다. 제가 최저의 에티켓 선을 정한다면, 자기 트위터에선 반말을 하든 욕설을 하든 좋은데, 멘션을 하는 경우,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계정 주소를 박아놓고 말을 할 때는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대뜸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건 자신을 욕되게 하는 짓입니다._245쪽

트위터에서 “내 최애캐는 지금 영화배우OOO과 썸타고 있는 롯데의OOO 선수야. 난 꼴리건이거든”이라는 말을 태연하게 하는 사람이 직장의 입사원서를 내면서 자기소개서를 그런 식으로 쓸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SNS 언어가 한국어를 파괴하기는커녕 외려 한국어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종의 파롤 역할을 하면서 한국어의 진화에 기여합니다. 지리적 방언들이 한국어를 풍성하게 만들듯이 사회방언, 특히 SNS 언어들도 한국어를 풍성하게 만듭니다._246쪽

세종은 왜 한글을 창조했을까요? 역사학자들이나 언어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첫 번째는 백성세계의 의식 성장입니다.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세웠는데 그사이에 백성세계의 의식도 성장한 것입니다. 이 백성세계를 통제할 필요가 있어진 겁니다. 통제를 하려면 통제 대상이 뭘 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완전히 까막눈인 사람들은 통제도 못합니다. 말이 전달돼야 통제가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백성세계의 의식 성장에 맞서서 전제군주가‘아, 이 백성들 안 되겠네. 자꾸 기어오르는데 좀 다잡아야겠다’, 이런 게 아마 첫 번째 이유였을 겁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을 만들자마자 〈용비어천가〉라는 걸 씁니다._249쪽

天을 한국인들은 ‘천’이라고 읽지만, 중국인들은 ‘티엔’ 비슷하게 읽습니다. 세종이 한글을 반포하며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라고 말했죠? 세종은 이걸 참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때까지의 한국어 한자 발음을 되도록 중국어 원음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것입니다.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하니까 소리글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고요. 그러니까 ‘훈민정음’에서 ‘정음’이라는 건 대체로 중국인들의 발음에 가까운 소리를 말합니다. 그 소리를 백성에게 가르치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겁니다._250쪽

글쓰기의 민주화, 의견 개진의 민주화가 참된 의미의 민주주의에 기여하게 될지 아니면 대중동원을 통한 파시즘에 기여하게 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글을 쓰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는 건 대중의 힘이 커졌다는 뜻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든 파시즘이든 둘 다 대중의 힘에 기대고 있는 것입니다. 방향만 반대일 뿐이죠. 그래서 저는 인터넷 세상을 환호할 수만은 없습니다._252쪽

제1명사형 플러스 ‘으로써’는 거의 예외 없이 제1부사형으로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문장이 훨씬 깔끔해 보입니다. 모든 경우에 그러라는 게 아니라, 문맥을 살펴서 바꾸라는 겁니다. 예컨대 ‘나는 휴전선을 지킴으로써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겠다’는 ‘나는 휴전선을 지켜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겠다’로 고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한국어답습니다._256쪽

군대의 민간 통제가 완전히 이루어지려면 지금처럼 장군 출신들이 국방부장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 출신이 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든 안 다녀온 사람이든, 병장으로 제대한 사람이든 중위로 제대한 사람이든,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국방부장관이 될 수 있어야 하겠지요._282쪽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알고 있는 것들 중에 실제로 사실이 아닌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떤 책 몇 쪽에서 자기가 분명히 본 사실이 아니라면 확인을 반드시 하거나, 확인이 안 된다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거나 아예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틀린 말을 하는 것보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_299쪽

5강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골라보는 일은 우리말 사랑의 첫걸음입니다. 꼭 열 개여야 할 필요는 없지요. 행운의 숫자 일곱 개든, 이팔청춘 열여섯 개든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딱 떨어지는 수 10이 좋아서 여러분께 열 개씩 뽑아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렇게 고른 단어를 쓰다듬으며 그 말들에서 이런저런 연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낱말들이 더 불어나겠지요. 그게 우리말 사랑의 과정입니다._305쪽

글을 쓸 때는 꼭 국어사전을 옆에 두세요. 지금은 사전들이 인터넷에 죄다 떠 있으니 꼭 종이사전을 옆에 둘 필요는 없겠네요. 내가 모르는 낱말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말이 굉장히 많습니다._306쪽

글을 쓰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 윤기가 없어 보입니다. 활기도 없어 보이고요. 그럴 때 유의어사전을 들춰보시면 됩니다. 또 대립되는 개념을 사용하려는데 단어가 안 떠오르면 반의어사전을 이용하세요. 개념을 알고 있는 어떤 낱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는 연관어사전이 필요합니다. 사전을 옆에 두고 들춰보는 건 글쓰기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_306쪽

여러분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언어를 꼽을 수 있나요? 저는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자기가 처음 배운 말, 모어가 가장 아름다울 겁니다. 그러니까 꼭 그걸 모국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제가 한국인인데 우연히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러시아말을 한국어보다 먼저 배웠다면 제 모어는 러시아어가 되는 겁니다. 자기가 제일 먼저 배워서 제일 익숙한 언어가 가장 아름다운 언어인 것 같습니다._311쪽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일이 많습니다. 한글이라는 건 문자체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한국어와 필연적 관련도 없습니다. 물론 한글은 한국어에 잘 맞게, 한국어를 표기하기 쉽게 만들어진 문자체계이긴 합니다.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는 한글만 한 문자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어를 꼭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_313쪽

15세기 한국어와 지금 21세기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는 같은 언어일까요, 다른 언어일까요? 완전히 다른 언어입니다. 우리가 15세기 한국어를 중세한국어라고 부르고 지금의 한국어를 현대한국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것은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어가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한국어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어가 진화하는 과정에 수많은 한국어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입니다._318쪽

한국어는 말하자면 고아 언어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언어인 거지요.(웃음) 세상에 아무런 친척도 없는 언어 말입니다. 이런 언어가 또 있습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바스크라는 지방이 있습니다. 분리운동이 많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 바스크 지방에서 사용하는 바스크어가 주변 유럽어만이 아니라 어떤 언어와도 친족관계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고아 언어예요. 한국어도 바스크어와 비슷하게 친족관계가 증명된 언어가 없습니다. 알타이어일 가능성은 있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알타이어라고 말하기에는 그 증거가 불충분합니다. 그래서 한국어는 사실상 고아 언어입니다. 한국어와 친척관계에 있는 언어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_325쪽

정육점에 가서 ‘두 근의 돼지고기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돼지고기 두 근 주세요’ 합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불완전명사를 앞세우지 말고 뒤로 빼라는 겁니다. 그래야 한결 우리말다워집니다._329쪽

대문자로 시작되는 영어의 ‘the West’를 서구라고 많이 번역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잘못된 번역입니다. 서구는 글자 그대로 서부 유럽, 서유럽이란 뜻입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정도지요. 만약에 ‘the West’를 굳이 번역하자면 ‘서양’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미국과 유럽을 합해서 ‘구미’ 정도로 해야 합니다._346쪽

속죄양이라는 것은 표지, 즉 mark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표지를 지니고 있다는 건 평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동성애자는 표지가 있는 사람이고, 이성애자는 표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장애인은 표지가 있는 사람이고 비장애인은 표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우리가 대부분 같은 피부 빛깔을 갖고 있는데 좀 다른 피부 빛깔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피부 빛깔은 표지가 됩니다. 그런 표지를 지닌 사람들이 속죄양으로 선택됩니다. 공동체 나머지 구성원들이 그 속죄양을 증오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입니다._353쪽

6강 고종석과 함께하는 작문 수업
‘상경한다’거나 ‘서울에 올라온다’는 표현에는 서울을 높은 곳으로 떠받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중심주의가 짙게 배어 있는 말입니다. 그냥 ‘철원에서 서울로 왔다’ ‘서울에서 철원으로 갔다’, 이런 식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글에서든 말에서든 정치적 올바름을 적당한 정도로 실천하는 건 미덕입니다._362쪽
‘-었었다’라는 표현도 되도록 쓰지 마십시오. 과거 상황이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꼭 못 쓸 건 아니지만, 그냥 과거형으로도, 다시 말해 ‘-었다’로도 대개는 충분합니다. 맥락을 살펴야겠지만, ‘었었다’라는 표현을 절제하십시오. 써놓고 나서 그걸 ‘었다’로 바꿔보세요. 대개는 훨씬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_364쪽

‘정몽준 씨는 재산이 많다’, 외국어를 조금 아는 분들이 이런 형식의 문장을 ‘이중주어’니 뭐니 하면서 한국어는 논리가 부족한 언어라고 말합니다. 아주 바보 같은 얘기죠. 이건 한국어 고유의 표현 방식일 뿐입니다. 유럽어를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이게 이중주어지, 한국어는 한국어 나름의 표현방식이 있는 겁니다. ‘걔는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어’, 이건 유럽어식 표현입니다. ‘걔는 얼굴이 예뻐’, 이게 한국어다운 표현입니다._368쪽

글쓰기는 분명히 기술을 요구합니다. 말을 다루는 재주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교양과 지식입니다. 허구가 아닌 산문들, 우리가 흔히 에세이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글들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세속적 교양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글쓰기 강연을 하며 더러 글쓰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얘기들을 한 것도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_373쪽

교양과 지식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도 독서, 두 번째도 독서, 세 번째도 독서입니다. 그렇지만 아무 책이나 읽는 게 아니라 좋은 책을 읽어야겠지요.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힘은 어떻게 키울까요? 그것도 독서를 통해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_374쪽

복문은 한 문장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흔히 단문에 비해 더 화사하고 우아해 보입니다. 그 한편, 정교하게 쓰이지 않은 복문은 의미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오독의 가능성에 노출됩니다. 혹시라도 독자들이 오독할 수 있겠다 싶으면, 과감히 복문 쓰기를 포기하고 문장을 나누어 단문을 쓰십시오._375쪽

한국어는 상대방과 자기의 위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한마디도 못 뱉습니다. 어미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거든요. 이건 아주 깊은 수준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어의 복잡한 경어체계는 민주주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_376쪽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고종석

저자 고종석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와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법학과 언어학을 전공하고, 서른 해 가까이 신문기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어루만지다》《언문세설》《국어의 풍경들》, 사회비평집《서얼단상》《바리에떼》《자유의 무늬》《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코드 훔치기》《말들의 풍경》, 역사인물 크로키《여자들》《히스토리아》《발자국》, 영어 크로키《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기자들》《독고준》《해피 패밀리》, 소설집《제망매》《엘리아의 제야》, 여행기《도시의 기억》, 서간집《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책 읽기, 책 일기》, 인터뷰 《고종석의 낭만 미래》 등이 있다. 2012년 절필 선언 이후 ‘고종석 선집’(전5권: 소설, 언어, 시사, 문학, 에세이)이 기획되었으며, 현재 첫째 권인 소설집 《플루트의 골짜기》가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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