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잭의 고백
2016년 10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03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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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012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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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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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X년 7월 3일 오전 5시 기바 공원, 아침 훈련을 하던 마라토너가 몸속의 장기가 깨끗이 제거된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경찰서 바로 앞에서 일어난 대범한 사건. 목격자도 증거물도 없는 사건에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을 ‘살인마 잭’이라 칭하는 자로부터의 범행 성명문이 발표된다. 그 뒤,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채 일어난 잭의 두 번째 살인이 벌어지고 자신이 죽인 두 여자는 살아갈 자격이 없었다는 내용의 두 번째 범행 성명문이 도착하는데…….
초조 焦燥
공황 恐慌
망집 妄執
은수 恩讐
에필로그
머릿속에는 21세기에 다시 나타난 잭으로 세간에 떠들썩한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1년에 한 번 수여되는 데이토 TV 사장상이 자신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이 보도가 사회 불안을 일으킬 죄악이라거나, 범인의 과시욕을 채워 줄 것이라는 분노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에게는 오직 속보와 팩트, 바꿔 말하면 신속성과 선정성이야말로 TV 보도의 진면목이라는 확신만이 존재했다. 그것만 갖추어진다면 불확실함과 속물스러움은 가려지게 마련이다. 평온한 일상에 늘어진 일반 대중들의 뺨을 이 특종 하나로 힘껏 후려갈겨 줄 것이다. 효도는 폭발할 듯한 기대감과 예상되는 칭찬으로 가슴이 한껏 부풀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49~50P)
‘잭의 고백’에는 물론 많은 매스컴도 반응했다. 뭐니뭐니 해도 범인 스스로 살해 동기를 명확히 밝혔다. 게다가 장기이식 수술이라는 미묘한 문제를 정곡으로 지탄했다. 잭이 의도했든 아니든 사건의 극장성은 한층 증폭되었다. 그저 사실만 보도하는 게 정말이지 아까워 죽겠다는 듯 오후의 와이드쇼와 뉴스 프로그램은 그 극장성을 남김없이 까발렸다. 갑작스럽게 모인 해설자라는 이름의 벼락탐정들이 빠짐없이 지론을 펼치는 가운데, 지난날 잭 사건의 범인상을 덮어씌워 이식 반대파 의사가 범인이라고 추리하는 자, 또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범인이라고 단언하는 자, 어떤 주장을 위해 시신을 유린한 것을 보면 역시 정신 이상자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자 등 떠들썩하기 그지없었다. 추리 싸움에는 탤런트뿐만 아니라, 경시청이나 검찰청에 몸담았던 사람들도 다수 소집되었다. 코미디언이나 분야가 전혀 다른 평론가를 배제하고 진지하게 제작하고 있다고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197P)
피해자 유족이나 불안에 떠는 이식 환자들로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원래부터 트위터나 게시판은 익명의 세계다. 많은 파렴치한이나 더럽고 해로운 것을 걸러내지도 못해 잭을 숭배하는 분위기는 보다 농후하게 조성되는 중이었다. 이러한 어중이떠중이들이 잭을 우러러 받들어 모시는 것도 한편으로는 ‘잭의 고백’에서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누카이도 언급한 ‘완전히 죽었다고는 인정할 수 없는 인간으로부터’라는 구절이었다. (201P)
“그렇습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성급하게 진행되는 입법에는 늘 일부 이해 관계자의 의도가 개입하는 일이 많습니다. 장기이식법도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던 이상, 그렇게 의심받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실제로 장기이식은 이미 훌륭한 비즈니스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식 수술로 용명을 떨치고 계신 다카히코 선생님은 잘 알고 계시겠죠? 고액의 수술비를 받는 이식의, 새롭게 창출된 이식 코디네이터라는 직종, 면역억제제 제약사, 아이스박스 제조사… 그런 것은 장기이식이 비즈니스로서 성립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리고 비즈니스라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이권입니다. 다카히코 선생님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장기이식은 이권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잭이 파고든 빈틈은 거기에 있습니다. 악의는 항상 윤리가 확립되지 않은 영역에 침입하죠.”(210~211P)
“당신은 생명을 이어나갈 자격이 있습니까?”
시공을 뛰어넘어 환생한 ‘살인마 잭’의 발걸음은
이제 누구를 향할 것인가?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묻어나는 사회파 미스터리 서스펜스!- 『살인마 잭의 고백』
매 작품마다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을 선보여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작『살인마 잭의 고백』. ‘살인마 잭 사건’은 1888년 8월부터 11월까지 런던 화이트 채플에서 일어났던, 적어도 다섯 명의 매춘부를 잔인하게 죽이고도 결국엔 미궁에 빠진 채 종료된 연쇄 살인 사건이다. ‘잭더리퍼’라고도 불리는 이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문학이나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작가는 125년 전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은 희대의 살인마를 되살려 현대의 도쿄에 풀어 놓고, 생명 윤리를 뒷전으로 하는 의학, 자본의 논리에만 빠진 언론, 마녀사냥을 즐기는 여론 등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들춰내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목적을 알 수 없는 연쇄 살인에 전염병처럼 번지는 대중의 공포, 운명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 태생적 나약함, 익명성과 집단 이기주의 뒤에 숨은 현대인의 비겁함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적절히 녹여냈다. 작품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잭의 정체와 예상치 못한 반전, 진한 여운을 주는 결말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줄거리
엽기 연쇄 살인이 끄집어낸 우리 사회의 흉한 얼굴
이야기는 201X년 7월 3일 오전 5시 기바 공원, 아침 훈련을 하던 마라토너가 몸속의 장기가 깨끗이 제거된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경찰서 바로 앞에서 일어난 대범한 사건. 목격자도 증거물도 찾지 못해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을 겪는다. 그리고 다음날 자신을 ‘살인마 잭’이라 칭하는 자가 보낸 범행 성명문이 방송국에 도착하고, 이는 곧 전파를 타고 속보로 방송된다. 그리하여 어제까지 평범했던 살인 사건이, 오늘은 대중을 충격과 공포로 떨게 할 엽기적인 살인 사건으로 탈바꿈하고 만다. 그리고 경찰이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잭은 자신이 죽인 두 여자는 살아갈 자격이 없었다는 내용의 두 번째 범행 성명문을 보내오고, 마치 심판자를 자처하는 듯한 서신이 다시 한 번 뉴스를 통해 흘러나온다. 목적을 알 수 없는 잭의 광기 어린 살인에 대중은 더 큰 공포에 휩싸이지만, 개중에는 잭에게 덧씌워진 왜곡된 정의에 열광하는 무리가 등장하는데….
과연 살인마 잭은 누구인가? 잭이 노리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주요 내용
1. 장기이식, 생명을 이어가는 고귀한 행위인가? 법이 허락한 살인인가?
이 소설은 ‘뇌사와 장기이식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심장사만이 죽음’이라는 의견과 ‘뇌사 역시 죽음’이라는 의견이 거세게 충돌하는 와중이지만, 전 국민적인 공감과 합의를 도출하기도 전에 뇌사를 인정하는 장기이식법이 졸속으로 처리된다. 그 배후에는 생명을 살린다는 명분에 기생하는 ‘이권’이 있다. ‘장기이식’이라는 고가의 의료행위, 정치인들과 결탁한 세력들, 이식의·이식 코디네이터 등 장기이식 때문에 파생된 직업군, 이식 환자들이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와 제약회사, 장기를 운반할 때 필요한 아이스박스와 제조회사까지. 장기이식을 받은 이에 대한 증오가 표출된 잭의 범행은 아이러니하게도,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해 거액을 벌어들이는 이런 것들을 양지로 끌어올린 꼴이 되었다. 또한 ‘장기이식’에 덧씌워진 천사의 가면을 벗기고, 장기이식 수술이 ‘완전히 죽었다고 할 수 없는 인간’을 상대로 저지르는 비열한 살인임을 대중에게 주지시킨다. 그리고 한 사람을 죽여 여러 사람을 살리는 부조리와 뇌사를 죽음이라고 정의내릴 자격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렇게 하여 저자는 궁극적으로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요구한다.
2. 돈에 물들어 버린 상업화된 언론
이 작품에서 다룬 사회문제 중에서 작가의 비판의식은 자본주의 논리만을 지향하는 언론에 대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론직필을 지향해야 하는 언론은 어느새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해,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특종이란 이름으로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뻔히 알면서도, TV는 특종을 노리고선 잭의 편지를 뉴스로 흘려보냈고, 모든 매체가 합세해 이 사건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밋거리로 만든다. 유족을 찾아가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히는 모습은 언론의 잔인함 그 자체다. 또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에 매달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만 급급한 반성 없는 언론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무책임한 여론을 생산하기도 했다.
3. 악플러-패륜적인 댓글에 열광하는 이들
‘ 히카리가오카 중학교 교사 가쓰키 이쿠미에게. 배 닦고 기다려라.’
‘ 그렇지 않아도 의료비가 오르고 있으니 수술이 필요한 환자 따위는 모두 죽어야 해.’
‘ 지금쯤 잭님께서는 피해자의 내장으로 끓인 전골 요리를 드시고 계시겠지. 나도 같이 먹고 싶다.’
-본문 중
21세기에 나타난 ‘살인마 잭의 사건’의 수사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이 잭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다. 더구나 대중이 만든 잭의 신비주의가 그를 신격화하기 시작하고, 익명의 여론은 피해자와 유족들을 욕보이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나카야마 시치리가 묘사한 익명성을 무기로 한 대중의 잔인함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 2008년 故 최진실 씨 자살 사건은 마녀사냥식 악플이 큰 영향을 끼친 걸로 알려졌고, ‘ㅇ’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는 특정 지역과 계층을 비하하는 악플은 명예훼손으로 재판까지 회부될 정도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 문제로 열병을 앓고 있지만 차마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패륜적인 글들이 여과되지 않은 채 공공연하게 게시되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혀와 손도 살인마의 그것 못지않은 흉기임을 강조하고, 이것이 법적 제재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항이라 더욱더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소통의 부재와 윤리를 잃어버린 사회가 만들어 낸 비극
-결국엔 사람에게 해답이 있다.
『살인마 잭의 고백』에 나오는 일련의 사건들은 소통이 단절된 시대, 윤리를 등한시하는 시대를 반영한다. 이렇듯 작가는 여기저기 곪아 터진 사회 문제들을 이 참극을 통해 쏟아낸 것이다. 아무리 과학과 의학이 발달했어도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손끝에 달렸다는 것을 말해 준다. 과학수사가 최첨단을 달리고 있어도 사람들의 증언 없이는 잭을 찾을 수 없었을 테고, 사람을 살리는 의학 역시 사람의 도움 없이는 결국 분쟁과 갈등으로 막을 내렸을 것이다.
사건이 어찌 되든 자신의 출세에만 관심 있는 경찰관, 시청률 올리기에 혈안이 된 방송국, 익명성을 방패막이로 삼아 끔찍한 글을 남기는 악플러들, 해체된 가족, 약자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 결국에는 모든 해결책은 사람에게 있으며, 사람들은 소통해야 하고, 그를 통해 윤리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작가정보
저자 나카야마 시치리 中山七里는 1961년 기후 현 출신. 교토 부의 하나조노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어렸을 적부터 독서를 즐기면서 작가를 꿈꿔 오다가, 요코미조 세이시와 에도가와 란포에 빠져 자신도 소설을 써 보겠다고 마음먹고 고등학교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신인 작가상에 도전하여 에도가와 란포 상에 예선 통과하는 성과도 있었다. 취직을 한 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2006년 오사카에서 시마다 소지를 본 후, 지금이 아니면 평생 소설을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2010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このミステリ?がすごい!)』 대상을 수상하며, 48세의 나이에 정식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했다. 대표 작품으로 음악과 얽힌 사건을 해결해 가는『미사키 요스케岬洋介 시리즈』 중 하나인 《안녕, 드뷔시》를 비롯해《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영원히, 쇼팽》이 있으며, 《안녕, 드뷔시》는 2013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방송과 잡지에 소개된 《속죄의 소나타》를 포함하여, 《연속 살인귀 개구리 남자》, 《시즈 할머니께 맡겨》, 《히트 업》, 《스타트!》등이 있다.
역자 복창교는 1984년 부산 출신. 2011년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일본 교토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교 문학부에서 수학하였다. 2011년 웅진 씽크빅 입사, 현재 리더스북 편집부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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