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 편
2019년 06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04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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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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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봉착한 지구 경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관점의 경제인류학 보고서
외계인이 지구에서 경제생활을 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지구에 정착해 지구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외계인이 쓴 가상의 보고서를 통해 지구 경제의 역사와 본질, 문제점과 미래를 성찰한다. 늘 낯선 시선으로 인류 문화를 탐색해 온 인류학자 이경덕의 경제인류학 보고서로, 예리한 통찰력과 재치 있는 풍자가 돋보인다.
저자는 신용과 화폐, 부채, 재분배, 노동, 소비, 공유 경제 등의 경제 키워드를 ‘경제생활 십계명’에 담아 인류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며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지구 경제에 필요한 가치를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삶의 방향과 사회에 대한 다채로운 관점을 키워 나갈 수 있다.
보고서를 시작하며
프롤로그- 지구에서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경제생활 십계명
경제생활 1계명. 지구인에게 믿음을 잃지 마라(신용)
경제생활 2계명. 돈의 정체를 파악하고 잘 활용하라(화폐)
경제생활 3계명. 가치 있게 투자하라(부채)
경제생활 4계명.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주어라(교환, 재분배)
경제생활 5계명. 네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탐욕의 경계, 이자)
경제생활 6계명.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라(노동)
경제생활 7계명. 직장보다 직업을 선택하라(노동과 직업)
경제생활 8계명. 물건의 주인이 되어라(소비)
경제생활 9계명. 지구 경제의 원리와 흐름을 이해하라(경제 원리)
경제생활 10계명. 홀로 하지 말고 함께 하라(도덕경제, 공유경제)
저자 후기
참고 문헌
지구인들은 세상 무엇이든 모조리 돈과 관련해서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가격으로 집을 평가한다. 아름다운 집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보다는 가격이 얼마인지를 통해 그 집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말이다.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 사람 사이의 믿음까지 돈과 연결해서 생각하고, 심지어 선물도 돈으로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발표를 보면서 지구의 경제가 우리가 살았던 아름다운 고리와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가장 놀란 것은 아름다운 고리와 달리 지구에서는 돈이 최고의 힘(권력)을 지닌 것임을 알았을 때였다. 처음에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돈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지구인들은 돈을 거의 신처럼 숭배하고 있었다. 왜 지구인들은 돈을 최고로 생각하게 된 걸까? _15쪽
금으로 만든 결혼반지를 팔려고 하면 결혼이라는 두 사람의 소중한 추억은 사라지고 오로지 금의 무게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 이를 뒤집어서 생각하면 돈이 물건의 가치를 단순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모습의 새끼 돼지와 추억을 뺀 금의 무게만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이렇게 가치나 가격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냉정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냉정함 때문에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매우 편리해졌다. 즉, 새끼 돼지의 미래나 금반지의 추억을 제거해서 교환과 거래가 쉬워졌다.
돈은 원래 거래와 교환의 편리를 위해 발명된 것이다. 만약 돈이 없었다면 지구의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류는 돈의 발명을 통해서 거래와 교환에 동반되는 많은 위험과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_65쪽
돈은 신처럼 죽지 않는다고 앞에서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 줄어들고 죽어 가는 돈을 실험한 적이 있었다. 돈이 죽는다니!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처럼 늙어 가다가 죽는 돈의 원리는 바로 돈의 수명을 정하는 것이다. 1년이라는 수명을 정하면 매달 조금씩 돈의 가치가 줄어들게 된다. 쉽게 말해서 돈이 매달 10퍼센트씩 늙어 쪼그라든다고 생각하면 된다.1월에는 1만 원짜리 돈이 2월이 되면 9000원이 되고 3월에는 8100원이 되는 이치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묻고 싶을 것이다. 그게 무슨 돈이냐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근대까지 돈으로 주로 사용되었던 곡식이나 옷감을 생각해 보면 돈이 늙고 죽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곡식이나 옷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한다. _141~142쪽
아름다운 고리의 이주민들은 이런 노동 시장의 변화를 잘 알고 직업 선택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축제 기획자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직업도 좋을 것이다. 또 사람들의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는 일도 좋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경험한 AI(인공 지능)를 활용한 게임이나 앱과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위원회 회원 가운데 대작 소설을 써서 영화도 만들고 게임도 만들겠다며 집필을 위해 숲으로 들어간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런 변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그것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조급해하지 말고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서 찾아가기를 권한다. _174~175쪽
사실 공유 경제는 경제학에서 출발한 개념이지만 잘 활용하면 경제인류학적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 경제를 통해서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 등을 함께 사용하면 유한한 자원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경제나 돈보다 인간을 우선하는 인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공유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가와 같은 주인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주인이다. 미국의 유명한 통신사인 AP통신이나 오렌지 주스로 유명한 선키스트, 세계적인 축구 팀 FC 바르셀로나 등이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다._254~255쪽
인류 문화를 통찰하는 ‘경제생활 십계명’을 담다
지구 경제의 정체를 파헤친 외계인의 경제인류학 보고서
낯선 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객관적으로 지구 경제의 본질을 통찰하기 위한 장치로서 저자는 가상의 외계인이 지구의 경제생활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택했다. 머나먼 우주에 있는 케이 팩스 행성(외계인들은 ‘아름다운 고리’라고 부른다)으로부터 지구로 이주해 온 외계인들이 경제생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콘셉트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어 버린 고향별을 떠나 지구에 정착한 이주민들은 자신들이 살아왔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경제’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모든 것이 사회에서 제공되어 돈이 필요 없었던 아름다운 고리와 달리 지구는 거의 모든 것이 돈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돈을 신처럼 숭배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에 문화 충격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혼란이 거듭되자, 지구정착위원회는 지구 경제생활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복한 지구 생활을 위한 ‘경제생활 십계명’을 만들어 천명한다. 여기에는 물질문화에 있어서 지구와 비슷한 위기를 겪고 이겨낸 외계인들의 통찰력이 발휘되어 있다.
선물을 받으면 왜 답례를 해야 한다고 느낄까?
개인주의의 경제적 의미는?
인류 경제생활의 본질을 꿰뚫는 열 개의 화두
‘경제생활 십계명’의 각 계명은 낯선 경제 개념에 맞닥뜨린 이주민들의 고민으로 시작해 그와 관련된 경제 지식과 문제점에 대한 성찰, 생각거리를 담은 위트 있는 행동강령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십계명은 ‘돈의 정체를 파악하고 잘 활용하라.’,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주어라.’, ‘직장보다 직업을 선택하라.’, ‘홀로 하지 말고 함께 하라.’ 등으로 실천적인 메시지들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경제생활 십계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열 가지의 주제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경제용어들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법칙을 증명하고 분석하는 경제학과 달리 다양한 인류 사회의 경제적 삶의 모습을 역사적이고 상대주의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경제인류학이 주요 기조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개인적 또는 사회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수단을 생산, 교환, 소비하는 과정과 연관된 행위를 모두 경제적 삶으로 보고 의미를 찾는 것이다.
우리가 주고받는 선물 교환을 살펴보자. 누군가가 준 선물에 답례를 하는 이유는 선물을 ‘인간적인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리로 ‘선물-답례-되갚기’의 순환적 구조가 공동체와 사회를 지탱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시장 교환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분배’는 또 어떤가? 재분배를 통해 부와 명예가 교환되는 과정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은 경제적 양극화가 극대화된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외에도 개인의 만족도보다 돈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이 직장과 직업을 혼동하는 실태를 짚어내기도 하고, 개인주의가 경제와 만나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유리한 소비 행태가 창조되는 현실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처럼 십계명에는 인류의 경제생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신용, 부채, 화폐, 교환과 재분배, 소비, 노동과 직업 등의 키워드를 통해 과거를 성찰해 보고 그 안에서 더 발전되고 가치 있는 경제의 미래를 그리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불평등·빈부격차의 심화, 물질이 지배하는 시대
경제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관점을 찾아야 할 때
위트 넘치는 풍자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메시지!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대표되는 경제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산업 혁명 이후 확립된 자본주의 체제는 모든 재화에 저마다의 가격을 성립시키면서 돈의 지위를 삶의 목적까지 끌어올렸다. 사람들의 편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탄생한 돈이 탐욕을 먹고 자라 괴물이 되면서 지구 경제는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의문처럼, 이미 부자인 사람은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정작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을 빌릴 수 없는 이상한 경제 구조가 생겨났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평등과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의 부작용과 더불어,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과 자원의 부족, 환경오염 등의 문제들로 인해 지구 경제는 ‘성장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 책은 전환점이 절실하게 필요한 오늘날의 경제생활을 돌아보고 모두가 상생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 모델을 제안한다. 경제와 인류 문화가 결합된 경제인류학의 관점으로 지구 경제를 통찰할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다. 저자는 여러 사회의 다양한 경제현상을 사례로 들기도 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하는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삶을 비교 연구하여 지구 경제의 앞날을 예측해 본다. 여기에 외계인이라는 완벽한 타자를 활용해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경제 문제의 본질과 허점까지 상상력 넘치는 풍자로 풀어내고 있다. 당연하지 않고 낯설게 바라보는 외계인의 시선에 맞춰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나의 삶’, 나아가 ‘사회’를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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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힘을 배우고, 대학원에서는 세상의 실체를 만나기 위해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인류의 신화와 의례를 연구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의례와 축제, 신화, 경제인류학 등을 강의하며 학생들과 만나고,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우리 고대로 가는 길, 삼국유사』, 『유네스코가 선정한 한국의 세계 유산』,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등이 있고, 번역서로 『고민하는 힘』,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 『그리스인 이야기』(전3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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