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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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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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아래 평화로운 시골 마을 중천리. 1981년 ‘범죄 없는 마을’ 시상식 제도가 생긴 이래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어떤 사소한 범죄도 일어나지 않아 신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범죄 없는 마을’ 기록 행진이 깨진 것은 약 10년 전인 1987년, 마을 총각 신한국이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탓이다. 이후 마을에서 은근슬쩍 따돌림을 당하며 살아온 신한국은 1998년 6월 어느 날 저녁, 그를 도둑으로 오인한 이웃집 과부 소팔희가 휘두른 몽둥이에 맞고 사망한다.
자신 외에는 돌봐줄 피붙이가 없는 일곱 살 조카를 걱정한 소팔희는 신한국의 시체를 절벽에서 추락사한 걸로 꾸미려고 하지만 조카를 재우러 잠깐 방에 들어간 사이, 시체를 실어둔 손수레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약 두 시간 후, 시체는 마을 이장 집 감나무 아래에서 이장의 트럭에 치인 채로 동네 사람들에 의해 발견된다. ‘범죄 없는 마을’ 기록이 다시 한 번 흔들리는 순간, 사람들은 죽어서도 ‘범죄 없는 마을’ 기록을 위협하는 신한국을 원망하며 고민에 휩싸인다.
우여곡절 끝에 신한국의 시체를 화재 사건으로 위장하기로 결정하고 그의 집과 함께 불에 태운다. 몇 시간 뒤, 이번에는 장례식장 안치소에서 신한국의 시체가 온전한 상태로 다시 등장한다. ‘범죄 없는 마을’ 타이틀 유지가 중요한 마을 사람들과 범인을 찾아내려는 기자, 형사 콤비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프롤로그
일생 두 번째로 최악의 날
이모, 구미호를 죽이다
두 구의 변사체
원수와 함께 범죄 없는 마을에 갇히다
귀신이 곡할 노릇
지포 라이터
완전범죄를 노리다
용의자의 고백
악인과 의인은 백지 한 장 차이
두 번째 용의자
죽음의 양식장
덫에 걸리다
다섯 개의 살인 방정식
악덕 사채업자
증거가 너무 많다
아이엠에프 나이트
최악이 아닌 최고의 날
결자해지
에필로그
-어젯밤 거기 중천리, 구멍바위라고도 부르고 자살바위라고도 부르는 데서 떨어져 죽은 사람, 그 사건 뭔가 수상해. 그게, 단순한 자살 사건인 줄 알고 경찰이 시체를 청양장례식장으로 옮겨다 놨는데 대전에 사는 가족들이 와서 보고, 이 세상에 왔었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싶다며 화장해서 강물에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간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 그럼 다른 사람이 와서 죽은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구멍바위 밑에서 발견된 사체의 몸에 차에 치인 듯한 흔적과 타이어에 갈린 듯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거야.
“뭐? 그럼 자살이 아니고 타살이야?”
‘타살’이냐는 조은비의 목소리에, 그녀를 힐끔거리며 걸레질하던 소팔희가 갑자기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모든 동작을 멈췄다.
-당연히 타살이지! 교통사고를 내고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자살로 위장했거나, 어쩌면 고의로 살인을 저지른 뒤 자살로 위장한 살인 사건인지도 모르지. - 89쪽
세탁기 배수구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이 흘러나와 수돗가 거름망에 걸려 분홍색 비눗물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우태우가 수돗가로 성큼 다가가서 비눗물 속에 손을 집어넣어 만 원짜리를 집어 들었다.
“빨랫감 주머니에 돈이 들어 있었나 보네유. 어라? 그런데 어떻게 이게 세탁기 안에서 흘러나왔지? 어디 구멍 났나?”
소팔희가 말릴 사이도 없이 우태우가 세탁기 뚜껑을 열었다. 세탁기 바닥에 물에 젖은 5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가 가득했다.
“어? 이게 뭐유? 돈을 왜 빨고 있는 거유?”
“그, 그게….”
“팔희가 돈세탁하는 거다!”
마루에 있던 황은조가 외쳤다.
“돈에 피가 묻어, 피 묻은 돈을 돈세탁하는 거다!”
“뭐? 피?”
“은조야! 어른들 말할 때는 끼어들지 마!”
얼굴이 사색이 된 소팔희가 황은조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큰소리를 쳐서 입을 막았다. -135~136쪽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했다죠. 농촌도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멀리서 보면…. 바람이 불 때마다 푸른 벼들이 사르르 하얀 물결을 일으키고, 저렇게 논 한가운데서 아무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농부가 평화롭게 일하는 그림 같은 풍경.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검게 탄 농부들의 주름진 얼굴에서는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있고, 휜 허리에서는 고통의 냄새가 역력하고, 손톱이 다 닳아버린 손은 발인지 손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을 만큼 거칠기만 하죠. 농촌 풍경이든 바닷가의 어촌 풍경이든 멀리서 지켜보는 여행자들의 눈에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클로즈업해보면 진실은 결코 그렇지 않죠. 이 범죄 없는 마을도 클로즈업해보면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안 그래요”
“조 기자님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니 정말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이던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조 기자님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어서 그럴 겁니다. 나는 가까이서 보건 멀리서 보건 그 누구의 인생도 결코 행복하거나 아름답게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리 멀리서 봐도 그 사람의 찌든 인생과 일그러진 표정만 눈에 선할 뿐.” -143~144쪽
“이 라이터 아시죠?”
박광규가 지포 라이터를 왼손으로 집으려고 했지만 최순석은 그에게 라이터를 건네지 않고 그냥 앞면과 뒷면을 번갈아 보여주기만 했다.
“증거물이라 지문이 남거나 오염되면 곤란해서….”
긴장한 표정으로 라이터를 살펴보던 박광규의 얼굴에 금방 여유가 감돌았다. 분명 자신의 라이터가 아니었다.
“이 지포 라이터, 사람들이 박광규 씨 것이라고 하던데요?”
“아, 아뉴! 내 건 이렇게 밋밋한 게 아니고 날개 모양의 양각에 90이라고 쓰여 있는 거구먼유.”
“정말입니까?”
“예. 내가 지포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걸 봤다고 말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내 라이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야기하지 않던가유?”
“아, 이런! 라이터를 잘못 꺼냈네. 이게 아니고 이건데.”
최순석이 주머니 속에서 불에 그슬린 지포 라이터를 꺼내는 순간 박광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147쪽
칠갑산 아래 평화로운 시골 마을 중천리. 1981년 ‘범죄 없는 마을’ 시상식 제도가 생긴 이래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어떤 사소한 범죄도 일어나지 않아 ‘범죄 없는 마을’ 신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범죄 없는 마을’ 기록 행진이 깨진 것은 약 10년 전인 1987년, 마을 총각 신한국이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탓이다. 이후 마을에서 은근슬쩍 따돌림을 당하며 살아온 신한국은 1998년 6월 어느 날 저녁, 그를 도둑으로 오인한 이웃집 과부 소팔희가 휘두른 몽둥이에 맞고 사망한다.
소팔희는 5년 전 어린 조카와 함께 중천리 장자울로 이주해온 외지인으로, 따돌림당하는 신한국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이웃이었지만 이 사고로 인해 한순간에 살인자가 되고 만다. 자신 외에는 돌봐줄 피붙이가 없는 일곱 살 조카를 걱정한 그녀는 이웃 남자 신한국의 시체를 절벽에서 추락사한 걸로 꾸미려고 한다. 하지만 조카를 재우러 잠깐 방에 들어간 사이, 시체를 실어둔 손수레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약 두 시간 후, 시체는 마을 이장 집 감나무 아래에서 이장의 트럭에 치인 채로 동네 사람들에 의해 발견된다.
신한국의 범죄로 인해 한번 무너진 ‘범죄 없는 마을’ 기록이 다시 한번 흔들리는 순간, 사람들은 죽어서도 ‘범죄 없는 마을’ 기록을 위협하는 신한국을 원망하며 고민에 휩싸인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신한국의 시체를 화재 사건으로 위장하기로 결정하고 그의 집과 함께 불에 태우는데….
몇 시간 뒤, 이번에는 장례식장 안치소에서 신한국의 시체가 온전한 상태로 다시 등장한다.
내가 죽인, 우리가 불태운 그 남자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을까?
▶스토리공모전 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 한국추리작가협회 ‘이달의 책’
가장 한국적이면서 유머와 스릴이 결합된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
2018년 6회를 맞이한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는 중장편 583편이 응모했으며,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공모전 최초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된 작품이다.
때는 20세기 말, 가끔은 전파도 통하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난데없는 살인 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농사며 양식장, 목장을 하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얽혀드는 이야기에 빈틈이 드문드문 보이는 듯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전반부부터 치밀하게 깔아둔 복선이 모두 사건의 단서로 수습되는 단단한 짜임새에 독자들은 혀를 내두를 것이다.
탄탄한 구성부터, 매력적인 인물, 지루할 틈 없는 속도감, 유머와 스릴을 넘나드는 강약 조절,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유머가 넘치는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사건이 해결에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순간 또 다른 수수께끼가 나타나면서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독자를 안내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소재, 한국 특유의 정서를 녹여내면서, 그동안 장르소설에서 강세를 유지해온 해외소설이 보여줄 수 없는 한국식 장르물을 완성해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를 보며 ‘반지하방’이나 ‘대왕카스테라’라는 소재에 한국인이라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특별한 경험을 한 것처럼, 이 소설 역시 1998년 IMF의 시절의 그림자와 함께 ‘범죄 없는 마을’ 표지석, 재래식 화장실, 경운기와 쇠스랑 등 우리 시골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한국인만의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달랑 여섯 가구가 모여 살며, 대문이 잠겨 있는 게 이상한 일이고 이웃집의 수저가 몇 벌인지도 알고 지내는 시골 마을에 난데없이 나타난 시체로 인한 이틀간의 소동은 결코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게 읽다 보면 마지막에는 지난했던 우리의 과거사까지 품는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대상 수상 후 책으로 출간되기도 전에 이미 영화 판권이 판매되었으며, 출간 직후 한국추리작가협회 추천도서로 선정되는 등 한국식 장르소설을 기다렸던 독자들을 만족시켜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심사평
추리소설에서 요구하는 흥미로운 사건, 닫힌 공간,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 장면마다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으로 마지막까지 추리소설의 묘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장면마다 순간순간 보이는 넉살과 찰진 대사들이 만들어내는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대상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최종 심사에서 모든 심사위원의 찬사와 함께 만장일치로 대상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특별히 밝히고 싶다. - 서미애
범죄 없는 마을 타이틀에 집착한다는 매우 한국적인 블랙코미디 요소가 특이했고, 그 과정에서 이어지는 헛소동은 재미있다. - 진산
예심에서 만났을 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후의 심사는 이 작품을 뛰어넘는 글이 나올까, 하는 확인 절차에 불과했다. 약간의 기시감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오랜 시간 스토리를 매만진 작가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안정적인 문장으로 굼실굼실 꼬아놓은 치밀한 플롯이 무릎을 치게 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블랙 코미디를 만난 기분에 행복했다. - 해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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