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

언재호야 지음

다향 2015년 08월 2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난 K라고 불러. 어차피 의미도 없으니까.
그리고 일회용이고.
그쪽은 뭐라고 불렀으면 좋겠어?”
“……J라고 해요.”
그것은 제 이름 석 자에는 들어 있지 않은 이니셜이었다.

그저 모든 것을 잊고자 떠났던 중국 오지奧地로의 여행.
모진 현실로 돌아오며
2년 전, 그날 밤 일은 수현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궁금하지도 않아? 내 약혼자?”
질책이 섞인 재연의 말에 수현이 그제야 애써 궁금한 척 물었다.
“어떤데?”
“아마 악당이라지.”
재연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왔다. 그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본 수현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K?’
K라니…… 기억도 없었던 이상한 알파벳이 툭 튀어나왔다.

목차

prologue
1. 그녀 & 그녀
2. 그와 그
3. 그의 동생
4. K의 형
5. 의도된 해프닝
6. 그에게 묻고 싶었다
7. 불공정함이 개선된 게임
8. 어쨌든 시작
9. 내일은 있지만 미래는 없는
10. 화인
11. 그
12. 그 & 그녀
13. 사실
14. J
15. 휴가
16. A
17. 이현우
18. K
19. K & J
그 언젠가의 이야기
epilogue
작가 후기

책 속으로

그는 부지런히 서류들을 넘겼다. 저 두꺼운 서류를 다 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용건 끝났으면 가 보겠습니다.”
인사까지 꾸벅했다.
“잠깐.”
제 뒤통수가 찌릿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서운 건가? 이 남자의 잠깐이라는 말이.
“여기 재무제표 분석은 없던데…….”
괜히 뭔가 걸렸던 수현은 안도를 하며 재빨리 대답했다.
“그건 회계 법인에서 맡아서 할 겁니다. 저희는 순전히 세금 관계 된 것만 분석하는 거라서요. 전에는 세무 법인에서 했던가요?”
“아……. 똑같이 숫자만 쓰여 있느니. 헷갈렸군.”
“그럼…….”
얼른 사라지고 싶었다. 남자가 한 말 따위 있는 사람들의 재미있는 농담일 뿐이라고 치부해야 살기 편해진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예쁘군.”
“…….”
머리 꼭대기로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생각은 해 봤나?”
여전히 서류에 시선을 둔 채 남자가 마치 점심은 뭘 먹었냐는 듯 물었다. 아니 생각을 해 봤냐니, 대체 뭘…….
“아니요.”
수현은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용건 없으시다면 가 보겠습니다.”
이런 소모적인 일을 하고 싶진 않았다. 이 남자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제 기가 빨려 나가는 것 같다고 느꼈었다. 아마 실제로 이렇게 생긴 인간들은 그러고도 남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스크린이니 잡지니 하는 데서 창궐해 쥐도 새도 모르게 지갑을 털어 가는 것일 테니까.
남자가 피식 웃었다.
저 남자의 제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날 선 드레스 셔츠를 입은 채 으리으리한 부사장실에서 서류를 들고 피식 웃는다는 건, 완벽하게 세팅된 무대 위에서 완벽한 분장을 한 배우가 유명한 작곡가의 노래를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것처럼…… 커다란 데미지를 주는 짓이었다.
“덥석 물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부사장님. 제가 굳이 이곳이 부사장님의 집무실이란 걸 다시 말씀 드려야겠습니까?”
“알아. 알고 있어. 확인해 본 바로는 도청 장치 따위는 없으니까. 그리고 내 말이 그다지 재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어.”
“가 보겠습니다.”
“아니, 잠깐.”
그가 갑자기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메모지를 꺼내더니 숫자들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내밀었다.
“내 전화번호야. 개인적인.”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뭐, 일 때문에 연락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수현은 남자의 손에 들린 메모지를 안 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전화번호를 받는 것쯤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수현은 체념한 듯 종이를 받아 들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옵션을 걸지.”
“…….”
뭐라 대답해야 하는 걸까.
“처음부터 이 게임은 그리 공정하지 못하게 시작됐다는 거 잘 알아. 그러니까 그 불공정을 좀 만회해 보려고.”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불공정이란 말이 와 닿기는 했지만, 그 전에 말이 생소했다. 웬 게임?
“내가 무시 못 할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가장 불공정하지, 게다가 당신의 클라이언트라는 것도 걸릴 테고. 내가 하는 말을 거절 할 수는 있어도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제안을 하지.”
뭘…… 대체.
“당신이 예스라고 한다면, 당신과 내가 단둘이 만날 때는 당신한테 선택권을 주겠어.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거지.”
“무슨 소리신지…….”
정말 어이가 없어서 되물은 것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거 유행하는 게임 있잖아. 왕 게임? 당신이 날 선택하면 당신을 여왕처럼 받들어 주겠어. 한마디로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거지. 서로 합의에 의해 돌아서기 전까지 말이야. 재밌을 거 같지 않나? 그리고 오늘 정말 예뻐. 딱딱한 정장보단 이런 옷이 훨씬 잘 어울려.”

작가정보

저자(글) 언재호야

焉哉乎也(안상미)

천자문의 마지막 네 자, 어조사 ‘언재호야’라는 필명으로
항상 독자님들의 상상과 반대인 글을 쓰려는
삐뚤어진 맘을 가진 철없는 아줌마.

람보르기니를 좋아하고,
락음악을 사랑하며,
정신연령은 고2에서 멎어 버린
영원히 늙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이상한 옆집 여자.

〈종이책 출간작〉
『애인- 그를 사랑하다 1, 2』
『오만과 건어물』
『마장동 칼잽이와 불편한 진실』

〈전자책 출간작〉
『Pride & prejudice 1, 2, 3』
『타나토스 1, 2』
『The drummer 1, 2』
『각인하다. 1, 2』
『Love of The loveless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