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
2020년 03월 16일 출간
- 오디오북 상품 정보
- 듣기 가능 오디오
- 제공 언어 한국어
- 파일 정보 mp3 (1656.00MB)
- ECN 20218000015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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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분 2.00MB
5분 26.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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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24.00MB
8분 40.00MB
4분 22.00MB
3분 16.00MB
6분 28.00MB
3분 14.00MB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난설헌』의 작가 최문희가 들려주는 엄마와 딸, 그리고 나답게 사는 법
2회 프롤로그
3회 엄마와 딸, 그 영원한 숙명
4회 미안해, 정말 미안해
5회 나를 보듬지 않았던 세월
6회 차창에 비친 다른 얼굴, 닮은 표정
7회 맞잡은 손의 온기
8회 성긴 잠
9회 너무 이른 깨우침
10회 오후의 외출
11회 강아지 루비
12회 철이 들면
13회 해거름
14회 차아에 와 서성이는 인수봉
15회 홍차 한 잔, 영혼의 맛
16회 내 작은 울타리
17회 겨울의 맛
18회 절제의 미학
29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20회 느슨한 식탁
21회 대봉의 떫은 맛
22회 늙음이 무슨 자랑이냐고
23회 내리막길
24회 참새 방앗간
25회 한량운
26회 오간지 너울 같은 11월 햇살
27회 남사마을 이야기
28회 하얀신작로
29회 좁쌀 알갱이보다 작은 것들
30회 구구단 외우기
31회 기억을 소환한 장소
32회 불편한 속삭임
33회 아웃사이더의 운명
34회 경모제
35회 부스러지는 시간
36회 그녀의 온기
37회 기대를 접으면 홀가분해 01 머뭇거리는 비루함
38회 풀꽃 향기
39회 보내줄게
40회 차와 동정
41회 만날 사람은 만나게 돼 있어
42회 손님 대하듯이
43회 졸혼
44회 죽음이 삶을 키우다
45회 촘촘한 거름망
46회 꽃샘미소
47회 지금 이대로
48회 내 이름으로 불리는 인생
49회 여행 영원한 매혹, 가방을 꾸릴 때
50회 거기 바다가 있어
51회 말의 무덤
52회 바닥으로 납작 엎드려
53회 나를 키워준 영혼의 거름
54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55회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56회 나의 글방 스승들
57회 해마다 반복하는 다짐
58회 에필로그 여자로 산다는것
59회 작가의 말
고단한 세월의 터널을 지나 이제야 제 이름으로 선
한 여자의 이야기
“지금이 편안해요.
내 시간 속에 내가 안주한다는 만족감이 나를 자족하게 해줘요.
나이 들면서 터득한 건, ‘조금 사이를 두자’에 방점을 찍자는 거예요.
자녀, 친지, 친구까지도 내 곁에서 얼마쯤 밀어냈어요.
거기 있겠거니 하면서 그들의 기척을 느껴요.
먼발치에서도 그들이 뿜어내는 고른 숨결을,
은은하게 스미는 체취를 감지할 수 있어요.
듣고, 보고, 만지지 않아도 서로 속내의 문양을 기척으로 알아요.
자의든 타의든 내 나이가 되면
무관심, 무간섭이라는 세계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열리나 봐요.”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 거친 세월을 온몸 온 마음으로 다 받아내고 이제야 오롯한 ‘나’로 서게 된 한 여자가 있다. 바로 예순한 살의 나이에 『서로가 침묵할 때』를 발표하며 등단하여 2011년 『난설헌』으로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최문희다.
생애 첫 에세이이기도 한 『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에는 관계와 행복에 관한 지혜의 글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중심 서사는 ‘관계’다. 특히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부모 자식 사이, ‘미움과 사랑이 버무려진’ 복잡 미묘한 관계의 양상을 가식 없이 진솔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저자가 자신이 쓴 소설에서 보여준 특유의 세밀화 같은 촘촘한 묘사는 에세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스쳐가는 삶의 순간, 그때 느껴지는 감정, 생각들을 놀랍도록 진솔하고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에세이를 읽다 보면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흠칫흠칫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하게 될 것이다. 바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는 깨달음에서 오는 안도감이다.
무턱대고 인생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 글
그럼에도 도리어 눈부시게 빛난다!
삶에 지워진 여러 역할을 감당하느라 오롯하게 ‘내 이름으로 불리는 인생’은 생각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잠시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그대로 자기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대들처럼 고단하고 아팠지만, 인생을 살고 보니 행복한 관계의 비결이 다름 아닌 ‘거리’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너무 치대지 말고 거리를 두고 흘러가게 하라고.
누구도 내 일과에 걸림돌이 되는 건 편하지 않다. 아무리 귀여운 손자라고 해도 세 시간 지나면 힘들어진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어린아이도 자기 방식이 있게 마련이다. (…) 내가 애들에게 엉성한 건 아니다. 서로 편안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고 존중이라 적절한 사이를 만드는 배려다. _「성긴 잠」 중에서
딸로, 혹은 아내로, 엄마로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될까’ 싶은 순간이 있다. 부모 자식이라는 이유로, 가까운 친구란 이유로 무작정 좋아할 수도, 모든 걸 받아들여줄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가족과 친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란 감정은 도통 좋은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가까운 이를 미워하는 순간, 스스로 사랑이 얕거나 적다고 자책하고 한탄한다. 그러나 한 여자로 태어나 딸로, 아내로, 엄마로 얽히고설키며 살아온 저자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용은 지어낸 것이고, 실은 인간사 깊은 속내에는 순수 무결하지 않은 감정, 슬픔, 노여움, 미움, 원망, 아쉬움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심지어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일컬어지는 모성애, 부성애에서조차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사정없이 들추어낸 관계의 민낯과 고단했던 인생 이야기가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고 오히려 한 편의 소설처럼 애잔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비바람 맞고 울퉁불퉁한 삶의 질곡, 불완전한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뇌와 번민, 바로 거기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도망치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우직하게 살아낸 사람만 지닐 수 있는 아름다움. 긴 세월 동안 자기 몫의 운명을 묵묵히 살아내며 깨달은 것들을 저자는 이 에세이에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혼자이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기 원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사람 사이에 살짝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이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은 거리를 두려는 노력 또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연근의 숭숭 뚫린 구멍처럼 가난한 내 영혼, 다듬고 가꾸려는 직진 행보를 이젠 멈춰야 할 때인 것 같다. 살짝 밀어냈던 나의 사람들, 혼자라도 좋다는 그 오만한 행보는 올곧지 않았다. 내가 아닌 우리, 그 작은 공동체가 서로에게 빛이 되었으면. _「너무 이른 깨우침」 중에서
세상 물정에 어둡고 관계에 서툰 내게 늘 하나의 축복이 있다면 만남이었다. 내 투박한 손을 잡아준 동료. 아직도 내 손마디에 그녀의 온기가 맥맥이 흐르고 있다. _「그녀의 온기」 중에서
이 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딸, 엄마, 아내, 며느리의 자리를 감당하고 사는 일은 분명 녹록하지 않다. 어디 여자뿐이랴.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등짐을 지고 걸어간다. 힘겹지만 그 등짐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도 없다. 어떻게든 웃고, 울며, 싸웠다가도 다시 부둥켜안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저자의 이야기는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살아온 세월이 지혜가 된 노작가의 글들이, 너와 나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두 발로 인생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도록 현명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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