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비밀-전두환을 읽는 31가지 방법
2022년 12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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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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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 사망한 정치군인 전두환에 대한 역사 논픽션인 이 책을 저자가 집필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지정생존자>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미 합중국 대통령과 주요 각료들이 갑자기 사망하자, 법률에 의거해 대통령권한대행이 통치를 한다는 설정입니다.
1979년 10월 대한민국에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독재자 박정희가 사망하고 한국 국민 다수, 미국의 고위관료들 모두 민주 선거가 부활하리라 전망합니다. 이 전망을 뒤엎어버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법률상의 지정생존자를 밀어내고 스스로 '지정생존자'의 자리에 오릅니다.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던 김대중과 김영삼을 이겨버린 또다른 지정생존자는 누구였을까요.
1979년 전두환의 집권 과정과 리더십 분석은 2022년 한국의 민주주의를 공부하기 위한 좋은 반면교사 자료입니다. 낯설게하기는 익숙하고 일상적인 사물이나 생각을 낯설게 하여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표현하는 예술 기법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당연히 존재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2022년 작동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지구상에서 점점 줄고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을 낯설게바라봄으로써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교양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주 패배하고 역사는 종종 퇴보합니다. 언제, 왜 패배할까요. 기자 출신 르포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압도적인 팩트와 디테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시도합니다. 저자의 이 집필 목적은 이 책의 초판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을 출간했던 2013년과 9년만에 제목을 바꾸어 개정판을 내는 지금 동일합니다.
역사와 정치를 철저히 사람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이학봉 단독 인터뷰, 쿠데타에 저항하다 사망한 병사의 유족 인터뷰 등 새로운 팩트를 추가하고 9년 간 변화를 반영하여 서문을 새로 썼습니다. 일부 시의성이 지난 챕터를 덜어내고 순서를 조정한 개정판 전자책입니다.
1부 : 검은 돈
전두환 최후의 날
전두환 영구 집권 계획
전두환의 패밀리 비즈니스
전두환과 재산
전두환의 재산을 숨겨준 사람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전두환 재산 문제
2부 : 세상에서 가장 오래걸린 쿠데타
전두환과 동시대인
한국 쿠데타의 선배 나세르
전두환의 욕망
전두환과 박정희
10·26에 대한 열네 개의 기억
쿠데타는 왜 진압되지 않았나
전두환 최측근의 욕망
전두환과 육사, 하극상의 역사
전두환과 미국
전두환과 김대중
전두환과 김종필
전두환에 반대한 육사 11기 동기
전두환의 최상의 순간
전두환 연표
3부 : 조폭 리더십
리더 전두환
전두환의 화술
전두환의 청와대
전두환과 골프
폭탄주와 전두환
호텔리어가 기억하는 전두환
경제대통령 김재익
전두환 전기를 쓴 소설가의 역정
4부 : 기억할 것
영화 속의 전두환
전두환이 살해한 초병의 이름
종이로 세운 비석
나가는 글: 나의 전두환
취재 후기
참고 문헌 및 취재 목록
주
들어가는 글
낯설게 하기.
정치군인에 대한 역사 논픽션인 이 책을 집필한 근본적인 이유다. 이 목적은 이 책의 초판을 냈던 2013년이나 개정판 원고를 쓰는 지금 2022년에도 동일하다. 누구에게 낯설기를 바랐나.
우선 논픽션 작가이자 한 시민인 나는 이 책을 취재하고 집필하면서 그동안 내가 겪은 선거와 정치, 민주주의를 낯설게 보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나의 586 선배세대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냥 성스럽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당연히 주어지거나 존재하는 시스템이 아님을, 새삼 느꼈다.
이 책은 2012년 느낀 작은 의구심에서 시작했다. 나는 1976년생이다. 초등학교 때 대통령이 전두환이었고, 중학교 때 노태우였다. 고교생 시절 대통령은 민주화인사 김영삼이었으나 집권당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정당이었다. 20대의 10년간 대통령 김대중, 노무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기자가 된 이후 2007년 대선 때 다시 보수정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보았다. 그때까지 전두환은 내게 그저 박제화 된 악당이었다. 늙은 정치군인 두명은 내가 대학에 들어간 1996년에 이미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뒤늦게 정의가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낡은 공기업의 십여 년 전 역대 대표이사 사진 속 인물이 갑자기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처럼, 그날 전두환은 갑자기 내 의식과 시야로 걸어 들어왔다. 2012년 6월 8일 오후 태릉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발전기금 200억 원 달성’ 기념행사에 전두환이 무대에 섰다. 민주공화국의 청년 예비장교들이 내란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그 정치군인에게 경례를 했다.
이명박 보수정부라는 현실은 때마침 좋은 스포트라이트가 되어주었다. 전두환, 노태우의 정치군인 사조직 하나회의 전 멤버이자 육사 출신인 강창희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그해 7월 대한민국의 제19대 국회의장에 뽑혔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을 전두환 얼굴버전으로 다시 그린 것 같은 이 초현실적 장면 직후, 그해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2012년 6월부터 12월 19일까지 나는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여의도와 종로의 선거 캠프를 오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보수의 대선 후보였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민주당이 패배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서거했다. 민주통합당 정치인들과 이 정당 지지성향의 지식인, 지지자 그룹은 대선기간 연일 보수에 대한 증오의 언어를 쏟아냈다.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차고 넘쳤다. 민주당 지지성향 그룹들은 자기들끼리 문재인 후보가 왜 정의롭고 동시에 그의 승리가 왜 당연한 것인지 트위터를 올리고, 다른 지지자는 그 트위터를 공유했다. 나는 아직도 2012년 12월 19일 밤 민주당 기자실에서 박근혜가 당선되는 대선결과를 지켜보던 당직자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잊지못한다.
그렇게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고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투표권자의 70%가 넘는 사람들이 반 보수정당 편에 섰다. 어느 민주당 정치인은 20년 집권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2022년 5월 대선에서 다시 보수정당이 승리했다.
나는 ‘정의로운 진보적 민주주의가 당연히 보수정당을 이길 것’이라는 일부 집단의 자기 확신이 불편했다. 그들은 패배를 분석하지 않았다. ‘끝내 이기리라’는 문장은 마치 맥주 한잔처럼 자기 위안의 노래 가사는 될 수 있으나, 미래를 준비하는 차가운 카페인은 되지 않았다. 자기 확신에 역사 공부가 빠져 있을 때 공허했고, 논리가 비어 있을 때 무력했다.
민주주의는 언제 후퇴하는가. 익숙한 계곡을 다른 앵글로 보고싶은 등산가처럼, 나는 이 질문을 박근혜의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졌던 1979년 상황에 던져 보고 싶었다. 1979년 가을에도 상식을 가진 한국의 시민들이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유신은 악이었다. 절대 악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민주화가 와야 했다. 그러나 상식인들이 ‘당연히 와야 하고, 당연히 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긴 민주화는 7년간 유예됐다. 격류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낚시꾼처럼, 한 정치군인은 민주주의의 강물 한복판에서 권력을 낚아챘다. 강의 흐름을 틀어버렸다.
어떤 진보주의자들이 차가운 분석의 언어보다 뜨거운 자기 확신의 언어를 뱉어낼수록 반항심처럼 ‘민주주의가 1979년의 시대정신이었다면 7년간 성공적으로 시대정신에 맞서 싸운 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반문이 내 안에서 솟아올랐다. 2013년 초겨울 이 역사 논픽션의 첫 취재는 그렇게 시작했다.
2030을 위한 독특한 정치교양서입니다. 민주주의가 정의로운 시스템이라면, 왜 지금 지구상에는 독재 또는 권위주의 정부가 이토록 많은 것일까요?
고나무 작가는 이 개정판 원고를 ‘2022년에 두 번째 대선 투표를 한 젊은 친구’를 상상하면서 썼습니다. 선거로 선출된 정치인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세대, 대선 결과로 여야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경험한 젊은 독자에게, 이 책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독특한 정치교양서입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고나무
고나무. 실화의 힘은, 낯익은 것 속에서 낯선 진실을 포착하는데서 나온다.
직업물,실화모티프 웹툰웹소설 기획사 '팩트스토리' 대표. 르포논픽션 작가. 전 한겨레기자. 드라마원작 르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권일용, 고나무 공저),'휴먼스케일'(공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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