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레시피

김수정 지음

마카롱 2022년 01월 2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당장은 눈앞의 음식에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함께 먹은 이가 떠오르는 것, 그게 음식이니까."
자살한 친구가 남긴 일곱 개의 레시피. 친구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일곱 개의 이야기와 사람들은 여전히 드림큐 오피스텔에 남아있다.
사실 레시피와 관련된 우리 모두는, 그의 죽음의 원인이 아닐까?
다정하고 씁슬한 일곱 번의 식사에 대한 우리, 그리고 그의 이야기.

목차

프롤로그
마지막 음식
새 입주자
다섯 개의 레시피
첫 번째 레시피, ？양꿍
초대
두 번째 레시피, 비건 만두전골
가도가도
도화선
특별 요리
여섯 개의 레시피
세 번째 레시피, 굴 솥 밥
세 개의 레시피
네 번째 레시피, 명란 고수 국수 & 다섯 번째 레시피, 한우 사골 곰탕
Boom Boom Pow
다시, 204호
새 입주자의 제안
토마토 코코넛 카레
두 번째 공조
새 글이 있습니다.
Happy Family
태풍 예보
마지막 식사
Good bye, Happy Family

책 속으로

그는 석 달 내내 강유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기에, 만날 이유는 충분하다 여기며 몸을 일으켰다.
배가 고팠다. 지소를 만나기 전에 뭐라도 먹어야 할 거 같아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엔 식재료나 음식들은 보이지 않고, 페트병에 든 곡물 음료수만 가득 차 있다.
항도는 음료수 하나를 꺼내 바닥이 보일 때까지 마시며, 파전, 짬뽕, 두부구이, 막걸리 등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 먹으면 그만인 음식들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이런 날 누구를 만날까? 술도 한잔씩 하겠지. 음식은 사람 수대로 시키나? 아니면 세트로 시키는 게 저렴하고 나으려나….
아득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게 언제인지. 늘 허기진 항도는 음식 생각을 많이 했고, 그 생각의 마지막은 항상, 나도 뭐든 진탕 먹을 수 있었으면…이었다.
항도가 사는 가산동 드림큐 오피스텔 2층엔 다섯 가구가 있다. 2층 맨 끝, 205호에 사는 그는 집을 나와 옆집 204호 앞에 멈춰 섰다. 자기 집처럼 망설임 없이 204호의 도어 록 비밀번호를 누른 후 문을 열었다.

텅 빈 204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204호에 살던 강유는 초저녁 으스름에 불도 켜지 않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항도가 이렇게 문을 열고 들어서도 강유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고, 여러 번 불러도 답하지 않았다. 마치 진짜 자신은 다른 곳에 있어, 껍데기를 향한 부름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

항도는 전화를 끊고, 강유가 남긴 여섯 개의 레시피와 여섯 명의 사람을 떠올렸다. 전 여친 메이와 ？양꿍, 집주인과 비건 만두전골, 동필과 가도가도, 여동생과 명란 고수 국수, 엄마와 한우 사골 곰탕, 아빠와 굴 솥 밥. 그리고 이들과 얽힌 상처들.
시작은 사소해 보였으나, 묵혔던 감정들이 표면으로 드러나 겹겹이 쌓이면서 점차 강유를 향한 트리거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여섯 명은 공범일까? 이들에겐 무슨 죄를 지워야 할까? 그 죄를, 누가 무슨 자격으로 지울 수 있을까?

항도는 강유가 남긴 레시피의 의미를 알게 되면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면 이 나라를 떠나진 못하더라도, 오피스텔 강유 옆자리만은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강유가 레시피를 남겼다는 사실을 지소가 알려 줬을 때, 기회가 온 줄 알았다. 이곳을 떠나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하지만 레시피의 의미를 알고 난 지금, 예전과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그건 어쩜 항도 마음속에 처음부터 자리 잡았던 의문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나와 관련한 레시피는 없을까? 난 상처를 준 적이 없을 정도로 강유에게 완벽한 친구였던 걸까? 가장 가까이에서 많은 걸 함께한 나인데, 강유는 죽기 전 내게 남기고 싶은 말이 한마디도 없었던 걸까?

작가정보

저자(글) 김수정

김수정- 일곱 개의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