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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과 아방가르드

이덕형 지음
생각의나무

2010년 05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08년 12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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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N 0102-2018-900-002699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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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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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가 되찾아야 할 문명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비잔티움과 러시아의 이콘을 찾아 떠나는 정교회 문화 순례!
『이콘과 아방가르드 | 초월적 성스러움의 문화적 표상』. 교양인을 위한 이콘 개론서. ‘모방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고대 그리스어 동사 ‘에이콘’에서 유래한다. 로마 제국 시대의 코이네 공용 그리스어에서는 ‘이콘’으로 발음되었으며, 초기 그리스 교부들은 이 ‘이콘’이라는 용어를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지칭하기 위해 차용하였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이콘이 등장하여 비잔티움 동로마 제국을 거친 뒤 10세기 키예프 루시 공국에 수용된 이래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이콘과 이를 둘러싼 2천 년 역사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종교, 사상, 언어적 사건과 함의들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문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정교회 문명권의 예술이자 전례도구인 이콘을 서구 라틴 중심의 시각이 아닌 정교회의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다. 이는 서구 중심, 로마가톨릭과 개신교 중심인 우리나라 독자들로 하여금 이콘과 정교 문화를 외부 아닌 내부적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양장본]

※ 이콘은 종교ㆍ신화 및 그 밖의 관념체계상 어떤 특정한 의의를 지니는 유형화된 미술양식을 말합니다.
머리말-이콘과 초월적 성스러움

1. 비잔티움 세계의 교부 미학-새로운 중심
초월성의 내재화 혹은 초월적 상징주의
세계의 보편적 통일성과 오이쿠메네
탈영토화-재코드화-새로운 중심 : 카톨리코스의 형성
초기 그리스 교부와 초월성의 관념 : 에페케이나와 코라
신플라톤주의와 초월적 일자의 이미지
아포파시스와 부정신학
초월성의 탈(脫)리얼리티 : 숭고의 부정적 병치
로고스의 성육신과 우주적 그리스도
삼위일체와 호모우시오스 : 신앙의 표준
케노시스와 테오시스 : 오이코노미아의 신비

2. 빛과 이데아-영원의 상 아래에서
아름다움과 아이스테시스 : 초월의 미학
판칼리아와 데코룸의 이상
이콘의 새로운 데코룸 : 숨겨진 기하학
빛의 아름다움과 신적 이데아
빛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 또는 심안
영원의 상 아래에서
이콘과 중세의 판옵티콘
신의 집 : 성스러움의 시네마토그라프
순수한 빛의 체험 : 모자이크의 광학적 유희
빛의 복화술 : 모자이크의 색채 하모니
빛의 산란 혹은 상징적 순례

3. 초월적 성스러움과 영원성의 얼굴들-빛의 은유
신의 이콘 : 영원성의 얼굴들
아케이로포이에토스 : 그리스도 이콘의 성스러운 전승
성 루가와 테오토코스 성모 이콘
초월을 담는 그릇 : 테오토코스 성모 이콘의 상징적 의미
카타콤의 그리스도와 성모 이미지 : 착한 목자와 오란스
판토크라토르와 시나이 이콘
파이윰 미라-초상 기법과 알렉산드리아 도상학
필사본 성서의 채색 삽화와 성서 도해
성인 이콘과 순교자 이콘 : 비육체성과 탈물질화
역사적 그리스도의 이미지 : ‘그리스도 십자가 처형’과 ‘그리스도 부활’ 이콘
이콘의 남용과 주물적 숭배의 확산
692년의 트룰로 공의회와 이콘에 관한 최초의 규범

4. 이콘 논쟁과 이미지의 신학-중심의 재코드화
제1차 이콘 논쟁(726~87)과 다마스쿠스의 요한네스
754년 히에리아 종교회의와 787년 니케아 공의회 : 이콘 파괴론과 이콘 공경론
『샤를마뉴의 서(書)』와 서구 라틴 세계의 반응
제2차 이콘 논쟁(815~43)과 정통 신앙의 승리
시뮬라크르와 이콘의 오이코노미아
마케도니아 르네상스와 비잔틴 이콘의 개화
메놀로기온과 도데카오르톤 이콘 : 다중화된 이콘의 평면
비잔틴 스타일과 엘레우사 유형의 성모 이콘
엘레우사 이콘의 변이형과 비잔틴 휴머니즘
십자군 시대의 이콘과 팔라이올로고스 르네상스
그레고리오스 팔라마스와 헤시카즘
그리스도 현성용과 세계의 얼굴
포스트-비잔틴 이콘과 그리스 기법

5. 슬라브의 정교세계와 러시아 이콘-중심의 탈영토화
비잔티움 세계의 슬라브 선교와 키릴 문자
키예프 루시 공국의 정교 수용과 러시아인들의 심미적 충격
성스러운 러시아의 이중 신앙체계
키예프 루시의 석조 사원과 신적 지혜로서의 소피아
키예프 루시의 ‘나무 문화’와 러시아 이콘
노브고로드 이콘과 삶의 기쁨
블라디미르 성모와 블라디미르-수즈달 이콘
프스코프 이콘과 러시아 헤시카즘
성스러운 러시아와 ‘우밀레니에’의 이상
비잔티움 세계의 팔라이올로고스 르네상스와 모스크바 이콘 화파
이코노스타시스 : 러시아 이콘의 갤러리
안드레이 루블료프와 삼위일체 이콘

6. 재현의 유혹과 이콘의 세속화-아우라의 위기
비잔틴 이콘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 현전에서 재현의 패러다임으로
시선의 갈림길 : 르네상스 화가들의 ‘그리스도 현성용’
비잔티움 역원근법과 르네상스 일점원근법
이콘의 역원근법과 산수화의 도(道)의 원근법
가까이서 그리고 멀리서 : 이콘과 산수화에서의 여백
회화의 프레임과 이콘의 파레르곤
모스크바 제3로마설과 백항회의
스트로가노프 이콘 화파와 시몬 우샤코프
이콘과 초상화의 바로크적 몽타주 : 파르수나
이콘의 얼굴과 근대적 초상화
민중들의 이콘과 성스러움의 패러디 : 러시아 루복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더니티 : 중세 러시아의 종말과 아우라의 위기

7. 이콘과 아방가르드-해체된 중심
러시아 스타일의 형성 : 비잔티움 세계의 재코드화
신(新)러시아 스타일과 아브람체보 그룹
러시아에서의 세잔 : 다면적 얼굴의 뿌리
타자의 시선에 비친 러시아 이콘 : 고티에, 릴케, 마티스의 러시아 여행
칸딘스키의 교향악적 구성과 이콘의 색상 대비
신원시주의와 농민 예술로서의 이콘
광선주의의 4차원과 이콘의 추상적 조화
입체-미래파의 조각난 환유
병치의 대위법과 동시성의 몽타주
알로기즘과 ‘태양에 대한 승리’ : 초이성의 모험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 : 수프레마티즘의 이콘
무대상성과 얼굴 없는 이콘들 : 비존재의 존재성

맺음말-모순의 공존과 병렬적 세계상

역사 연대표
용어해설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용어 찾아보기
작품 및 도판 찾아보기

이제 우리는 초월적 성스러움의 관점에서 ‘새로운 중심’을 형성하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교부 미학과, 중심을 ‘재코드화’하는 비잔티움 정교회, 그리고 ‘탈중심-재영토화’하는 러시아 정교, 그 중심을 해체하면서 ‘다원적 중심’을 향하는 아방가르드의 이콘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것인데, 그리스도교의 이천 년과 함께하는 이콘의 역사는 종교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문화적 겹지층’의 살아있는 실례가 된다. 특히 서구 유럽의 라틴적 사유에서 벗어나 비잔티움의 그리스적 사유를 거치는 긴 역사적 노정 속에서 우리는 예기치 않게 후기구조주의의 포스트모던적 사유와 유사한-하이데거나 들뢰즈, 장뤽 마리옹이나 보드리야르, 데리다나 리오타르 등의-목소리들도 들을 수 있다. 예컨대 언어적 개념을 통한 카타파시스가 아니라 부정적인 언술의 아포파시스를 강조하는 부정신학적 관점에서는 데리다의 흔적을, 그리스 교부들의 이콘 옹호론에서는 이미지를 통해 감각적 이성의 복권을 말하는 들뢰즈의 생각과 장뤽 마리옹의 이미지론의 일부를, 이콘 파괴론자의 관점에서는 보드리야르와 리오타르의 부정적 숭고의 관점 등을 읽을 수 있다.
〈머리말-이콘과 초월적 성스러움〉 중에서, 30~31쪽

이와 같은 모자이크와 이콘의 이미지들은-위계적 질서에 따라 표현된 그리스도와 성모의 이미지를 그리스도의 일생과 구약과 신약성서의 내용을 시작으로 사도들과 예언자, 성인들과 순례자, 그리고 교회의 전례 축일에 맞춘 이미지들은-단 한 가지의 주요 목적, 즉 그리스도교의 도그마를 제시하고, 비잔티움 정교회의 성스러운 전례를 수행하기 위한 기능적 총체라고 볼 수 있다.116 따라서 모자이크와 이콘의 성스러운 이미지는 교회 건축의 상징적 구조와 맞물리면서 교회 내부의 공간 속에서 위계적으로 배치될 때, 그리고 교회 내부에 위치하는 기도-관찰자가 천상의 세계를 관조하고 여기에 동참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연합을 체험하게 될 때, 천상 예루살렘의 음악인 성가의 화음과 공감각을 이루며 비로소 그 의미가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심미적 인식의 도구이자 종교적 전례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잔티움 세계의 정교회에서는 그때 비로소 초월적 성스러움의 우주적 동시성의 세계가 지상에서 완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2장 빛과 이데아-영원의 상 아래에서〉 중에서, 163~164쪽

하지만 이와 같은 러시아 아방가르드들의 심미적 인식은 전통적인 이콘 세계의 조형언어와 결코 무관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모스크바에서 비잔티움-러시아 이콘의 색채와 형태에 경도되었던 앙리 마티스, 그리고 특히 칸딘스키의 추상회화나 말레비치의 ‘수프레마티즘’과 같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학은 ‘미래의 예술’을 지향했지만, 이들의 미래는 과거의 전통적인
이콘의 조형언어 속에서 심미적 자양분을 섭취하고 있었다. 원근법을 벗어나 있는 고대 및 중세 이콘의 조형언어에서 새로운 예술이 추구하고자 하는 심미적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이콘이 ‘오래된 미래’이자 ‘도래하지 않은 과거’의 시간적 모델이었고, 이들의 공간적 변혁은 이미 이콘 속에서 선취된 예술적 실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6장 재현의 유혹과 이콘의 세속화-아우라의 위기〉 중에서, 481~482쪽

이 시대가 되찾아야 할 문명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비잔티움과 러시아의 이콘을 찾아 떠나는 정교회 문화 순례

국내학자의 초인적 열정에 의해 씌어진,
이콘(종교?신화 및 그 밖의 관념체계상 어떤 특정한 의의를 지니는 유형화된 미술양식)의 발생과 전이와 수용에 대한 기념비적인 大저작물

신간 『이콘과 아방가르드-초월적 성스러움의 문화적 표상』은 교양인을 위한 ‘이콘 개론서’로서, 그리스도교 이콘이 등장하여 비잔티움 동로마 제국을 거친 뒤 10세기 키예프 루시 공국에 수용된 이래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이콘과 이를 둘러싼 2천 년 역사의 정치?사회?경제?문화?종교?사상?언어적 사건과 함의들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문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정교회 문명권의 예술이자 전례도구인 이콘을 서구 라틴 중심의 시각이 아닌 정교회의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어서, 서구 중심, 로마가톨릭과 개신교 중심인 우리나라 독자들이 이콘과 정교 문화를 외부 아닌 내부적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리스도교 이콘이 비잔티움 동로마 제국을 거쳐
러시아에 유입된 뒤 20세기 아방가르드에 이르기까지,
이콘 연구가 이덕형 교수가 20여 년간 직접 수집하고 선별한
200여 장의 도판으로 이콘의 역사를 그려냈다!

이 책을 쓴 성균관대학교 이덕형 교수(러시아어문학 전공)는 러시아 문학과 그리스도교 이콘을 20여 년이 넘게 연구한 학자이자 소설가로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콘 전문 연구가이다. 그는 국내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한 후 소련 유학이 불가능했던 1980년대에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가톨릭 예수회 수도사들의 정교 공동체인 파리 근교 뫼동의 생조르주에서 4년 동안 정교의 교리와 함께 이콘의 제작기법을 배웠다. 이때 그는 러시아 문학과 예술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정교 사상을 비로소 체감하게 됐고 나아가 그 뿌리가 되는 비잔틴 문화까지 탐구하게 됐다.
저자는 이미 19세기 러시아 르네상스의 중심이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특유의 감성과 아름다운 문체에 담아 예술기행서 『빛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펴낸 바 있으며, 신간 『이콘과 아방가르드』의 모태가 된 소설 『검은 사각형』을 몇 해 전 출간하기도 했다. 『검은 사각형』은 러시아 비잔틴 이콘의 흔적을 찾아 나선 구도적 여정을 글로 옮긴 것으로서 미학과 문학을 넘나들면서 초월에의 욕구를 예술(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이콘)이라는 틀에 담아 자신을 표현하고 성찰하는 한 존재의 지적 여정을 담아낸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주인공의 여정(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파리, 니스, 밀라노, 뫼동)은 『이콘과 아방가르드』에서 저자가 직접 수집하고 고른 200여 장이 넘는 생생한 이콘 도판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또한 2천 년 이콘의 역사를 읽어내기 위한 저자의 각고의 노력(러시아어,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 수많은 국내외 참고도서들)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성스러움이 지금 여기에 빛과 색으로 현존한다!
이콘이 있는 자들에게는 십자군도, 예루살렘 성지 탈환도 필요치 않았다

‘이콘’은 ‘모방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고대 그리스어 동사 ‘에이콘’에서 유래한다. 신상(神像)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 ‘에이콘’은 로마 제국 시대의 코이네 공용 그리스어에서는 ‘이콘’으로 발음되었으며, 초기 그리스 교부들은 이 ‘이콘’이라는 용어를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지칭하기 위해 차용하면서도 ‘에이돌론(우상)’과를 구분하였다.
정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최초의 이콘은 그리스도가 살아있을 때 그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성작수건 ‘만딜리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이콘은 시나이 성 카타리나 수도원에 있는 6세기경의 판토크라토르 그리스도 이콘이다.
초기 그리스 교부들은 이콘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리스 교부들은 대체로 찬성하였고, 로마 지역의 라틴 교부들은 비교적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대립되는 두 태도는 8~9세기에 이르러 비잔티움 세계에서 2차에 걸친 이콘 논쟁이라는 격한 대립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120여 년간의 논쟁 끝에 비잔티움 제국 내에서는 이콘을 옹호하는 ‘정통 신앙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라틴어를 공용어로 사용한 라틴 지역에서는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정교회의 개념을 이해하고 번역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결국 로마 교회는 신학적 전문지식의 부족함과 번역의 문제로 이콘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되며, 동방정교회와 가톨릭교회가 분리된 후에도 로마 교회는 이콘을 교회 내부의 장식물 또는 문맹의 신도를 위한 그림문자의 역할로서만 이해한다. 이러한 이해는 르네상스 성화로 이어졌으며, 비잔티움 제국의 멸망 후 이탈리아 지역으로 이주한 이콘 화가나 모자이크 도공들의 영향 또한 르네상스를 비롯한 이후의 서구 예술에 크게 미치고 있다. 르네상스 화가들이 그린 ‘그리스도 현성용’ 그림에서 이콘의 역원근법을 통한 초월성의 ‘현전’이 아닌 원근법으로 대표되는 ‘재현’의 유혹이 점차 뚜렷하게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러나 비잔티움 세계에서 이콘은 예술가의 창의적 상상력에 의한 예술품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증거하는 정교회의 가장 소중한 전례물이다. 그리스도가 히브리적 초월성과 헬레니즘적 성스러움을 결합한 양가적 존재성을 내포하는 것처럼 이콘 또한 비가시적 초월성을 가시적인 이미지를 통해 지상에 현전케 하는 성스러운 전례도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스러운 빛의 의미를 해석하던 라틴 가톨릭교회와는 달리, 비잔티움 정교회는 모자이크, 프레스코, 목판 이콘을 통해 초월적 성스러움을 전달했으며, 그 성스러운 천상의 이미지 속에서 ‘상징적 순례’를 할 수 있었으므로 그들은 성지를 탈환하기 위한 지상의 예루살렘으로 길을 떠난 라틴 십자군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서유럽의 라틴적 사유가 아닌 비잔티움의 그리스적 사유로
‘만딜리온’에서 〈검은 사각형〉로 이어지는 2000년 이콘의 역사를 읽는다

15세기에 비잔티움 제국은 오스만 터키에 의해 멸망당하고 비잔티움 제국의 정교적 유산은 고스란히 중세 모스크바로 전이되었다. 이미 10세기에 처음으로 키예프 루시에 유입된 비잔티움 정교회는 러시아의 신앙체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정교회 수용을 통해 러시아는 슬라브적 범신론의 순환적 자연관과는 차원이 다른 신비주의적인 그리스도교 세계관을 내포한 이중 신앙체계를 갖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이콘은 모스크바 이콘 화파, 스트로가노프 화파, 안드레이 루블료프, 시몬 우샤코프 등 지역과 화가를 중심으로 한 화파로 역사적 전개가 이어지는데, 이렇듯 이콘이 러시아 토양에 뿌리는 과정에서 특이한 형태로 표출된 것 중 하나가 루복 이콘이다.
루복은 17세기 말경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러시아 민중들의 현세적인 속(俗)의 세계관이나 풍자적 세계관을 반영한 새로운 장르의 이미지였다. 루복은 이콘의 주제만이 아니라 러시아 민중들의 삶의 방식을 백과사전식으로 반영하게 된 파노라마의 이미지가 되었으며, 일상적 삶의 다양한 정경, 풍습, 정치 사회 역사적 사건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 민화와 영웅서사시의 주인공, 의인화된 동물들이 주제로 등장했다.
중세 러시아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이콘은 그 명맥을 이어가, 19세기 아브람체보 그룹은 러시아 정교회의 이콘을 복원하면서 이콘의 의미를 다시금 부활시키고자 노력했다. 20세기의 러시아 아방가르드들은 이콘의 영성보다도 이콘이 내포하고 있는 탈구상적 기법과 색채상징을, 새로운 회화 사조의 추상 형식들과 접목시키고자 했다. 즉 비잔틴-러시아 전통의 이콘 기법과 그 형상 구성원리를 통해 서구 유럽 기원의 모더니티적 세계관을 재해석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초월의 형상화된 현전’이라는 이콘 본래의 성스러운 의미는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콘의 형상 구성원리인 이미지들의 중첩-병렬을 원용해 이와 같은 세계의 무대상성에 이르는 아방가르드의 도정은 역설적이게도 말레비치가 말하는 ‘현대의 이콘’과 같은 새로운 이콘을 만들어내고 있다.

맘몬이 지배하는 지금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성스러움의 초상들, 이콘
즉물적 기호, 짐승의 기호에 휘둘리는 세상에서 초월의 가치의 회복한다

『이콘과 아방가르드』는 초월적 성스러움의 관점에서 초기 그리스도교의 교부 미학과, 비잔티움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 아방가르드의 이콘을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이 장대한 역사적 과정을 라틴적 사유에서 벗어나 비잔티움의 그리스적 사유를 통해 고찰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하이데거와 들뢰즈, 장뤽 마리옹, 보드리야르, 데리다, 리오타르의 사유를 읽어내고 있다.
이콘을 중세시대 문맹자를 위해 그림으로 표현한 성서 이야기쯤으로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2000년 정교회 역사와 함께한 이콘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와 지식을 전달해줄 것이다. 또한 오늘날 만남이 더욱 빈번해진, 정교회 문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는 이슬람 문명권과 러시아 문화권(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동유럽)의 일상적 삶을 그들의 정신적?종교적 감수성으로 들여다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아가 저자가 이 책을 펴내는 의의이자 결론으로 밝힌 바, 즉 감각적 이성 혹은 심미적 이성의 복권을 위해서라도 정교 문명권의 이해를 위한 단서인 이콘이 올바르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요청에 이 책은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신의 죽음 이후 신 없는 세계에 맘몬(물신, 욕망의 신)이 대신 지배하고 있는 오늘, 초월이나 성스러움보다 지금 여기의 금권(金權)이 더욱 소중한 가치가 된 오늘, 즉물적이고 유물적인 기호로만 표상되는 세계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운 시선이 느껴진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덕형

<b>이덕형</b>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프랑스 미셀 드 몽테뉴 보르도 3대학 슬라브어 문학과에서 1992년 러시아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제 이름을 찾게 되자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러시아 사상사를 공부했다. 1993년 경희대학교 러시아어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러시아어문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학원 비교문화 협동과정에서는 종교문화론과 비교문화사상론을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모순의 통일성-바흐친의 경우」 「환유적 이타성의 서술체계」 「러시아 문학의 포스트모던과 부정신학」 「카톨리코스의 문화적 원리와 모자이크적 사유」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시학적 변형 연구』 『빛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천년의 울림 : 러시아 문화 예술』 『동슬라브 러시아인이 바라본 신화와 자연 : 다쥐보그의 손자들』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옮긴 책으로는 『죽음의 집의 기록』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 민중문화』 등이 있다. 러시아-비잔틴 이콘 예술에 관한 소설인 『검은 사각형』을 출판했으며, 현재 도스토옙스키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더니티에 관한 저술들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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