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깃든 문학
2024년 10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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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제1장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천년 고찰
문수보살의 가르침으로 창건한 통도사 ㆍ 14
삼재가 들지 않는 해인사 ㆍ 30
역사와 문학이 절묘하게 조화된 신륵사 ㆍ 48
겨울에도 칡꽃이 피는 곳 쌍계사 ㆍ 64
제2장 불교적으로 승화된 남녀의 사랑 이야기
승화된 사랑의 결정체인 부석사 ㆍ 82
서동과 선화공주가 세운 미륵사 ㆍ 96
제3장 간절한 구도자의 염원과 부처의 응답
조신의 깨달음과 관음보살이 머무는 낙산사 ㆍ 112
구도자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남백사 ㆍ 132
이차돈의 순교로 세워진 흥륜사 ㆍ 147
제4장 고뇌와 자비를 바탕으로 한 불교적 성취
범일국사의 신통력과 굴산사 ㆍ 166
호랑이의 보은으로 세운 희방사 ㆍ 184
김수로왕의 깊은 불심과 만어사 ㆍ 197
당간지주를 세우지 못한 거돈사 ㆍ 213
제5장 모성과 효성이 어우러진 전통 사찰의 현장
지극한 효성과 불국토사상이 어우러진 불국사 ㆍ 230
천수관음의 자비심이 가득한 분황사 ㆍ 249
효도를 위해 아이를 묻은 손순과 홍효사 ㆍ 265
제6장 불국토를 향한 염원과 호국불교의 실현
하늘 물고기의 신통력이 살아 있는 범어사 ㆍ 276
가정과 나라를 지키는 처용 전설과 망해사 ㆍ 290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에 세운 월정사 ㆍ 307
호국불교의 상징이었던 사천왕사 ㆍ 328
문무왕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감은사 ㆍ 344
맺음말 ㆍ 358
참고문헌 ㆍ 360
사찰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불상을 봉안한 법당, 사리를 모신 불탑, 불도를 닦으면서 수행에 정진하는 승려, 불교에 믿음을 가진 신도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곳이면서 모든 종교 활동과 신앙적 결과가 행해지고 나타나는 구역이며, 부처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행한 수행과 설법이 이것을 통해 전해지고 실현되면서 구도자로서의 승려와 태생적으로 불성을 가진 중생이 하나가 되어 이끌고 밀면서 불교를 발전시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찰을 중심으로 수많은 인연과 사연이 얽히고설키면서 예술적 상상력이 가미된 다양한 문화 현상이 만들어지는데, 불교가 우리 민족에게 전해진 것이 이천 년에 가까우므로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술, 음악, 무용, 문학 등의 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생활 관습이나 언어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5쪽, 〈머리말〉, 이 책의 첫 문단
불교와 문학이 접합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으뜸으로 사찰을 꼽는다. 불교의 삼보인 부처, 교법, 승려가 모두 사찰 속에 존재하는 데다 그것을 널리 알려 중생을 교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과의 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실제 그 방향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해 노래로 만들어 흥얼거리거나 부르면 대상에 대한 친밀도가 올라가고, 이야기로 만들어 여럿이 함께 즐기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여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석가모니를 비롯한 수많은 불교 관련 존재에 대한 것을 노래, 이야기, 그림 등으로 형상화해서 표현하게 되면 공감의 범위를 한층 넓히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이야기는 불교에서 중생이라 부르는 일반 사람의 삶이 관련된 것과 연결하여 꾸미기에 가장 적합한 갈래이기 때문에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야기는 특별한 재주나 능력이 없어도 누구나 만들고, 말하고, 듣기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것이 가능하므로 불교와 이야기 문학의 결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사찰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전파되었다.
-6~7쪽, 〈머리말〉
해인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이다. 이 전각은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1995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장경판전은 대적광전 뒤편 가야산 방향에 있으며, 비로자나불이 대장경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서 더욱 뜻깊다. 장경각을 처음 세운 연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대장경을 해인사로 옮긴 때가 1397년인 것으로 보아 조선 초기 1488년쯤에 세워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부분적인 중수를 여러 차례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모두 네 개의 동으로 되어 있는 장경판전은 사찰의 중요한 전각 중 하나이면서 해인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다. 건물 네 개 중 앞면 15칸, 옆면 2칸인 건물 두 개는 남북의 두 방향에 동서로 길쭉하게 놓여 있는데, 북쪽의 건물을 법보전, 남쪽의 건물을 수다라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동서 두 방향에 법보전과 수다라장을 잇는 작은 건물이 있는데, 여기에는 사간판 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다.
-33쪽, 〈제1장.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천년 고찰:해인사〉
이곳에서 봉황산 쪽으로 방향을 약간 돌리면 사찰의 명칭 유래를 보여 주는 증거물인 부석이 있다. 무량수전 서쪽에 있는 부석은 지금 은 돌이 공중에 떠 있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부석은 현재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부석의 남쪽 아래는 곧바로 절벽인 데다가 깊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어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부석을 보려면 고 개를 뒤로 젖혀 올려봐야만 했다. 그러면 부석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다가 실을 넣어서 당겨 보면 막힘없이 그대로 나 온다고 알려져서 그 신빙성이 더욱 높아져 실제로 돌이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믿을 수 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뜬 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90쪽, 〈제2장. 불교적으로 승화된 남녀의 사랑 이야기:부석사〉
낙산사는 창건한 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민족의 침략으로 인한 약탈과 화재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겪었던 사찰 가운데 하나로 승가람의 건물, 여타 유적이나 유물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조선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기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꾸준히 받는 이유는 관세음보살이 언제나 머무르는 공간이라는 점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자연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131쪽, 〈제3장. 간절한 구도자의 염원과 부처의 응답:낙산사〉
《삼국유사》에서는 이곳에 사찰을 창건했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지만, 불영이라는 것이 부처의 모습을 그린 진영이나 부처를 대신하는 불상 등을 의미하므로 이런 공간에 절을 세웠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만어사의 창건은 가야가 건국된 초기이거나 늦어도 수로왕이 통치하던 시기로 보아야 하며, 고려시대에는 크게 중창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201쪽, 〈제4장. 고뇌와 자비를 바탕으로 한 불교적 성취:만어사〉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부모에 대한 효성을 다했다는 방식의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등에도 존재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세 나라의 이야기 중에서 우리나라 자료에서만 부인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부모의 봉양을 위해 아이를 묻으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금이나 종 등이 발견되자 아이를 묻어서는 안 된다고 부인이 적극적으로 말하고 주인공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내용은 《삼국유사》의 자료가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남존여비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와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하나의 증거로 보이기도 한다.
-268쪽, 〈제5장. 모성과 효성이 어우러진 전통 사찰의 현장:홍효사〉
오대산에는 기암괴석이 거의 없는데, 북대에 머물던 나옹선사가 큰 절에 가서 공양받아 오던 중 높은 바위의 소나무에서 눈이 떨어져 그릇을 떨어뜨렸다. 이를 본 산신령이 큰 스님의 수행을 방해했다 하여 바위와 소나무를 모두 없애 버려 오대산에는 기이한 바위 가 없다고 한다. 또한 오대산에서는 두부가 잘 안 되는데, 이것도 나옹선사와 관련이 있다. 나옹은 늘 두부와 비지를 끼니로 삼았는데, 어느 날 수발을 드는 행자가 비지를 스님에게 드리지 않고 버린 뒤로부터 오대산에서는 두부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옹선사가 북대에 머물 당시에 승려들이 그곳에 있는 십륙나한상을 상원사로 옮기기로 결의했다. 무거운 나한상을 옮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나옹이 혼자서 옮기겠다고 자청했다. 옮기기로 약속한 날 나옹은 나한전으로 들어가서 말하기를, “이 화상이 업어서 옮기기를 기다립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나한상이 모두 날아서 상원사로 가는 것이었다. 상원사로 가서 보니 나한상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온 사방을 찾은 끝에 칡넝쿨에 걸려 있는 나한상을 발견하고 모셔 왔다. 이에 나옹이 산신을 불러서 이운불사를 훼방 놓은 칡넝쿨을 모두 몰아내도록 명하자 이때부터 오대산에는 칡넝쿨이 없어졌다고 한다.
-326쪽, 〈제6장. 불국토를 향한 염원과 호국불교의 실현:월정사〉
상륜부라고 불렸던 불탑의 윗부분에 대한 명칭은 차트라로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처용의 의미에 대한 고증,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가 지닌 의미, 서동과 지명법사의 신분에 대한 단서, 부석사 부석의 왜곡된 환경, 이견대 위치의 고증 필요성, 신륵과 여주라는 지명 사이의 관계, 거돈사지 위치가 솥의 한가운데라는 점, 취산과 인출산의 위치와 의미, 문두루법과 고골관의 구체적인 방법, 만어산과 만어사의 역사성, 백월산, 사자바위, 화산의 위치와 의미 등에 대해 새로운 고증 자료와 함께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원래의 의미에 가까운 방향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358~359쪽, 〈맺음말〉
어째서 사찰인가. 그리고 어찌 문학인가.
사찰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종교를 떠나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찰 몇 곳쯤은 다녀온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산지가람(281쪽)을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절들은 고즈넉하면서도 수려한 경관 속에 위치해 있어,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안겨 준다. 사찰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 가운데 하나이다. 법당, 불탑, 스님, 신도, 방문객까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곳이면서 모든 종교 활동과 신앙의 결과가 행해지고 나타나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불교가 우리 민족에게 전해진 것이 이천 년에 가깝다. 오랜 시간 동안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고, 미술, 음악, 무용, 문학 등의 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생활 관습이나 언어 등에도 불교는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학과 함께 만나는 대한민국 사찰 이야기
불교와 문학이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으뜸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사찰이다. 불교의 삼보가 모두 존재하는 곳인 데다, 그것을 널리 알려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과의 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40년 넘게 고전문학을 연구해 온 지은이의 소개를 통해 만나는 우리나라의 사찰 이야기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지은이는 오랫동안 고전문학을 공부해 온 전문성을 살려 상륜부라고 불렸던 불탑의 윗부분 명칭을 차트라(刹多羅)로 바로잡았고, 부석사의 부석이 지금은 왜 뜬 돌로 보이지 않는지, 처용은 어떤 의미인지 등을 확인하고 고증해 냈다. 우리는 지금 372년 고구려를 통해 처음 불교가 전래되었다고 알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밀양 만어사의 사적(史蹟)과 전해지는 이야기로 불교의 전래를 이천 년 전으로 추정하는 도발적인 의견을 내세운다.(제4장) 만어사 설화를 통해 지은이의 주장을 한 번 확인해 보자.
위로 낙산사에서 아래로 범어사까지, 서로 미륵사에서 동으로 망해사까지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천년 고찰〉에서부터 〈불국토를 향한 염원과 호국불교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6가지 주제로 스물한 곳의 사찰을 탐방한다. 오랜 시간 저자가 수집하고 연구한 사찰 속의 이야기들과 함께, 지은이가 직접 촬영하여 찍은 사진들을 보태어, 책을 읽는 동안 실제 사찰 속에서 고대와 중세의 시간 속으로 떠난 것 같은 현장감을 전해 준다. 이제 《사찰에 깃든 문학》과 그 속에 실린 지도를 확인하며 우리나라의 전통 사찰로 떠나자.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정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1954년에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다. 경북 영주 제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였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제주와 부산에서 지역대학장을 역임했고, 일본방송통신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 도쿄대학교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손종흠의 고전문학기행》, 《다시 읽는 한국신화》, 《한국의 다리》, 《손종흠 교수의 고전시가 미학강의》, 《손종흠 교수의 왕릉역사기행》, 《지역문화와 문예콘텐츠》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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